민족사랑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치욕을 회피하지 말고 확실하게 기억하자는 배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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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수 전북지부 회원

25우리는 많은 열성과 많은 노력과 많은 시간을 들여서 준비한 ‘식민지역사박물관’(Museum of Japanese  Colonial History in Korea)을 국치 108년 만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감개가 무량하고 기쁘고 축하받고 자축할 일이지만 국치 후 조국광복을 위하여 가정과 가족을 버리고, 재산과 목숨까지도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치셨던 독립열사 순국선열 앞에서는 고개 들 면목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식민지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라고 외면하고 침묵하고 냉담했던 과오를 반성하면서 치욕을 기억하고 무능을 참회하는 성찰과 치열한 각성으로 일본제국 침략전쟁범죄를 낱낱이 명백하게 밝혀두고 끝까지 망각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민문연 가족들의 단합된 의지는 위대했습니다. 우리는 또 한 번 정의가 불의를 이겼다는 기록과 업적을 남기고 한 걸음 더 전진했습니다. 평화를 이룩할 발판을 이루어냈습니다. 우리가 피식민국의 오욕을 씻어내려면 침략국의 침략전쟁책임을 철저히 밝혀두고 철저하게 물어야 합니다.
침략전쟁을 벌이고 악랄한 식민통치로 죄업을 쌓은 일본이 태평양전쟁 종전 73년이 지나도록 패전은 인정하지 않고 종전으로만 기억하면서 과거의 침략역사를 번영과 영광으로만 기억하고자 하는 후안무치한 일본은 가엾은 나라입니다. 일본이 침략국인 것이 분명한 사실이고 침략전쟁은 불의이고 범죄이므로 일본이 전범국이었음을 부인할 여지는 손톱만큼도 없음에도 반성이 없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우리가 세워놓은 ‘식민지역사박물관’은 가해국 일본이 우리 피해국의 수난과 고통, 상처와 아픔, 수모와 치욕을 함께 기억하고 전범국의 과오를 깨우치는데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장래에는 일본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주리라 기대합니다. 고마운 분들은 민문연 회원만이 아닙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우리의 박물관인 동시에 일본의 박물관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평화시민과 시민단체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박물관 건립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의로운 동행은 참 아름답습니다.

개관식 날 좀 아름답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식민지’라는 치욕적인 용어를 피식민국 시민들의 노력으로 세운 박물관 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가진 일부 외부인들이 개관 반대 시위를 했
던 것입니다. 충정은 이해되지만 행동은 옹졸했습니다. 박물관 명칭에 관해 여러차례 공고를 내고 외부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여 ‘식민지역사박물관’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를 모두 무시하고 ‘식민지’라는 부
정적인 말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남의 잔치에 와서 개관 반대 시위를 벌이는 것은 무책임하고 양식이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부끄럽다고 외면한 불의한 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의 소중한 역사’로 기억하기 위해서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세웠습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치욕을 회피하지 말고 확실하게 기억하자는 박물관이고
배움터이고 교육장입니다. 우리의 궁극의 목표는 평화이며 공존 없는 평화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가해국 일본에 대한 증오를 걷어내야만 일본과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피할 수 없는 이웃이고 영원
한 동반자여야 합니다. 우리는 일본이 반성하고 참회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일본을 용서할 준비도 해야 합니다. 일본의 과오를 용서는 하되 용서를 하더라도 우리가 당한 치욕을 기억하기 위해서 ‘식민지역사
박물관’이 있어야 합니다. 용서는 강자만이 할 수 있는 특권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위대한 전진입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평화로 가는 확실한 디딤돌이고 공존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우리의 미래가 무궁하다는 자신을 갖고 모두 하나 되어 함께 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8.10.12. 여럿이 함께 손잡고 ‘평화의 길’ 김판수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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