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이벤트 경품’ 파장 이어져
시민단체 “수영대회 전범기업 홍보”
2019광주FINA(국제수영연맹)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이벤트 경품으로 니콘(Nikon) 카메라를 내건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니콘이 단순 미쓰비시중공업 계열사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전범기업인만큼 해당 기업의 사죄나 반성 없이 니콘 제품이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통해 홍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전남지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24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도 반성도 없는 일제 전범기업이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에 발을 디딜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일 시민모임은 성명을 내고 조직위가 대회 ‘D-200’를 맞아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경품으로 니콘 콤팩트 카메라를 내건 것에 대해 “일제 전범기업 제품 홍보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자성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조직위가 이미 지난 9월 추석맞이 이벤트에서도 5명에게 니콘 콤팩트 카메라 5대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이벤트 경품은 니콘 카메라가 유일했다.
▲“조직위, 지난 추석 이벤트서도 니콘 경품 지급”
조직위는 니콘이 FINA 공식 후원사로 정해져 있어 이벤트 경품 등을 선별할만한 위치가 아니었다고 시민모임 측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민모임은 “역사적 사실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그렇게 쉬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모임 등은 “수영대회 이벤트 경품으로 니콘 카메라를 내건 것은 후원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니콘 카메라를 홍보해 주는 기회였다고 봐야 한다”며 “이는 평생을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도 사죄 한 마디 못 듣고 있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나 일제 피해자들 투쟁에 김을 빼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니콘은 일본 제1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계열사다. 미쓰비시는 2012년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자료를 통해 확정된 전범기업으로 일제강점기 무려 10만 명의 한국인을 동원했다.
“한 번 들어가면 송장이 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고 해 일명 지옥섬으로 알려진 일본 나가사키 인근 ‘군함도’ 탄광을 운영한 기업도 미쓰비시다.
군함도 탄광을 운영한 미쓰비시머터리얼(옛 미쓰비시 광업)은 2015년 군함도가 세계유네스코산업유산으로 등재되자 미군 포로들과 중국인 피해자들에겐 전쟁 범죄에 대해 사죄 및 화해를 추진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같은 현장에 끌려갔던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선 배상도 사죄도 거부했다.
미쓰비시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 가장 많이 제소된 기업이고, 지난 11월29일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판결 불복’ 입장을 밝힌 상태다.
무엇보다 시민모임은 “니콘은 그 자체로 일제 침략전쟁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을 올린 전범기업이다”고 밝혔다.
니콘은 2014년 정부 조사를 통해 새로 확인된 강제동원 기업 66곳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피해 할머니 투쟁 김 빼는 일”
니콘이 운영하는 전시회장인 ‘니콘 살롱’은 2012년 6월 일본에서 활동하는 안세홍 사진작가와 사진전 전시계약을 마쳤지만 사진전의 주제가 ‘일본군 위안부(성노예제 피해자)’라는 것을 빌미로 전시 계약을 일방 취소하기도 했다.
시민모임은 “내년 치러질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슬로건은 ‘평화의 물결 속으로’이다”며 “인류 평화공존을 모색하자는 세계인들의 축제에 반성이나 사죄의 태도조차 없는 일제 전범기업이 웃으며 발 디뎌서야 되겠냐”고 밝혔다.
이어 “미쓰비시자동차는 2009년 광주에 발을 디뎠다가 시민들로부터 호된 대가를 치른 뒤 최종 철수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며 “보편적 정의에 반하는 반인륜 기업이 더 이상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에 발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 이국언 상임대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 니콘과 미쓰비시는 시민정서는 물론 광주수영대회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세계 단결을 옹호하는 장이 전범기업 홍보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시민모임 등은 시장실을 찾이 기자회견문 등이 담긴 항의서한을 김종화 비서실장에 전달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2018-12-24> 광주드림
☞기사원문: “평화 축제 광주수영대회, 일제 전범기업 홍보마당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