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해 기해년은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YTN은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애국 지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한편, 아직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흔적을 되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로 국립현충원에 독립운동가들과 나란히 친일 인사들이 안장돼 있는 실태를 함형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선주둔군 사령관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맹활약하는 여성 독립운동가.
영화 암살의 주인공인 안윤옥의 실제 모델로는 조선 총독의 암살을 기도하기도 했던 독립 운동가 남자현 의사가 꼽힙니다.
역시 영화 속 결혼식장 장면에서 일본 현병과 군인들을 제압하는 독립투사 ‘속사포’의 모습은, 일제시대 종로 일대에서 일본 경찰과 대담한 총격전을 벌인 김상옥 의사를 빼닮았습니다.
치열했던 항일 독립운동사의 주역이었던 남자현, 김상옥 의사 두 분은 현재 서울 국립현충원의 애국지사 묘역에 잠들어 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이 대거 안장된 애국지사 묘역을 상공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부근으로 이동하니, 독립투사들의 묘를 바로 굽어보는 위치에 제2장군 묘역이 나옵니다.
불과 100 m 거리입니다.
장군 묘역엔 정부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위원회가 반민족 행위자로 발표한 친일 인사 신태영과 이응준의 묘가 있습니다.
부근의 장군 묘역에도 정부가 친일 인사로 공표한 사람들의 묘가 즐비합니다.
김백일과 김홍준은 조선인 독립군을 토벌하는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고, 신응균, 이종찬 등은 일본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다가 해방 후에 한국군 장성이 된 사람들입니다.
일제시대 태평양전쟁을 성전이라고 주장하는 등의 친일 행적이 문제가 된 백낙준의 묘도 있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서울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 인사와 독립 유공자의 묘역 위치를 조사했습니다.
안장된 독립유공자가 500여 명인데 그 인근에 친일 인사 35명의 묘가 산재해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친일 반민족행위자 명단과 민족문제 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사를 합한 숫자입니다.
대전 국립 현충원의 장군 묘역도 살펴봤습니다.
일제가 만든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송석하, 신현준, 김석범과 일본군 장교 출신인 백홍석, 그리고 친일 논란에다,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의 배후설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김창룡의 묘도 있습니다.
항일과 친일의 불편한 동거는 대전 국립현충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친일 인사의 묘역 맞은편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가족을 비롯한 수많은 애국 지사와 독립운동가의 묘가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김구 선생의 모친 곽낙원 여사와 아들 김인 선생의 묘소는, 김창룡의 묘에서 불과 600m 정도 거리.
김구 선생 묘의 현충원 이장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전 현충원 전체로 보면, 독립 유공자 안장지 사이 사이에 친일 인사 32명의 묘가 들어와 있습니다.
심지어 독립운동가의 묘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경찰 묘역에서는 일제 때 일본 고등경찰 등을 하던 사람들의 묘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국립서울현충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군의 창설과 발전에 공을 세운 인물들의 묘역이라면서 정부가 발표한 친일 인사의 이름과 이력을 다른 장성들과 나란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홍경표 /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사무국장 : 반민족 행위자와 독립유공자가 한 묘역 안에서 잠들어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대단히 부끄러운 조상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박현숙 /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정책과장 : 현재 안장돼 있는 (친일파) 분들을 강제 이장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저희에게는 없고요. 그래서 일단 법률이 상임위에 제출되어 있으니까 그 결과에 따라 저희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고요.]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거나, 강제 이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지금까지 모두 5번.
지난 6월에도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 다른 법안들에 밀려 아직 언급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된 상태입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2019-01-02> YTN
☞기사원문: 국립현충원, 친일과 항일의 불편한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