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전국 시·군·읍·면 전수조사
독립운동 중심지 광주·전남 727명 유공자 지정 안 돼피해자에 최대 1억 배상’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광주·전남의 3·1운동 등 독립운동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처벌을 받은 지역민 수형자를 분석한 결과, 광주·전남지역 수형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 부산·경남 보다는 각각 5배, 10배나 많았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일제강점기 수형인명부’에 대한 전국 시(군)·읍·면 전수조사를 통해 독립운동 관련 수형자 5323명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전수조사 분석 결과, 독립운동 관련 죄명(보안법·소요·대정8년 제령7호·치안유지법 등)의 수형자는 광주·전남지역이 1985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전·충남 1205명, 인천·경기 456명, 대구·경북 404명, 제주 214명, 부산·경남 198명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광주지방재판소 자료(광주·전남·제주· 북한 등 기타 지역)에서 확인된 2626명 중 2282명(86.9%, 사형 66명·종신형9명 포함)은 징역형 이상으로, 대부분 호남의병과 3·1운동 참여자였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수형자 가운데 독립유공자로 지정되지 않은 사람은 모두 2487명이었다. 광주·전남 727명, 대전·충남 719명, 인천·경기 389명, 대구·경북 167명, 부산·울산·경남 120명 등 순이었다.
광주·전남 727명 중 징역형 이상을 받은 사람은 457명으로 전국 최다였고, 몽둥이로 볼기를 때리는 태형 90대를 맞은 사람도 67명이나 됐다.
보훈처는 독립유공자로 지정되지 않은 수형자는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독립유공자 포상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전국 1621개 읍·면 문서고 등을 보훈처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이뤄졌다. 광주·전남·제주지역은 당시 이 지역을 관할했던 광주지방재판소 검사국의 1908년부터 1945년까지 전체 수형인명부를 분석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지역 근대사 전문가들은 타 지역의 독립운동에 비해 저평가를 받아왔던 광주·전남이 실제로는 독립운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었다는 사실이 공식 자료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한국독립연구사’와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의 ‘독립운동사’에 따르면 3·1운동 시위 횟수는 전북이 39회, 전남이 44회로 북한을 포함한 전국 13개 도에서 최하위였다. 하지만 의병활동은 이와 정반대였다. 3·1운동이 일어나기 10년 전에 펼쳐진 지역별 의병투쟁(1908~1909)을 살펴보면 전남에서 일제에 대항해 821회(참가의병 2만8123명)의 전투가 벌어졌고 전북에서는 492회(1만5536명) 싸웠다. 이 둘을 합치면 전국 3714회(12만1360명)의 35.3%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한말 의병투쟁에 참여했던 사람이 대규모로 일제에 붙잡히며 3·1운동 투쟁 역량이 크게 손실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광주·전남은 독립운동가들이 해방 후 사회주의 활동을 많이해 유공자로 포상받지 못한 분이 많다”며 “호남은 임진란부터 시작해 5·18, 6월항쟁까지 큰 역할을 했지만 좌우 대립 속에 묻혔다. 이제라도 전수조사와 함께 재평가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보훈처 관계자는“아직 읍·면 자료에 대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유공 대상자들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각 지자체의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2018-01-18> 광주일보
☞기사원문: 일제 독립운동 수형인 5323명 광주·전남 1985명 전국 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