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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고, 친일 음악인이 작곡한 교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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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항일 선배들에 부끄럽다” 제창 거부
교직원·동문 등 여론조사 거쳐 새 교가 제정키로
새 교가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한 동문에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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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안에 교체될 운명을 맞은 광주일고 교가

학생독립운동의 발원지인 광주일고가 친일 음악인이 지은 교가를 교체하기로 했다.

광주일고는 13일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음악인 이흥렬(1909~1980)씨가 작곡한 교가를 올해 안에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작곡자의 친일 경력이 불거진 뒤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학생의 95%, 교직원의 94%, 학부모의 90%가 교체를 요구했다. 졸업생들도 교체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이승오 교장은 “학생들은 졸업식 때 교가를 의도적으로 부르지 않을 정도로 거부감이 강했다. 항일의 근거지에 친일 잔재를 그대로 남겨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불의에 항거했던 100년 전통을 담은 새로운 교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였던 이 학교의 학생들은 입학식 때 독립항쟁탑 앞에서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바른 길만이 오직 우리의 생명이다’라고 다짐하며 생활을 시작한다. 1920년 광주고보로 문을 연 이 학교는 1920년대 말 일제에 맞서 동맹휴업을 주도하고, 1970년대에는 유신독재에 저항해 학생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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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는 광주일고 교사 광주시교육청 제공

이 학교는 오는 3월 개학하는 대로 선배와 학생, 교원 등 10여명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꾸려 새 교가 제정에 착수해 11월3일 광주학생독립운동 90돌 기념식장에서 제창하기로 했다. 작곡은 졸업한 동문 음악인에게 맡기고, 작사는 재학생들에게 공모한다. 새 교가의 작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든 이 학교 동문 김종률씨가 맡는다. 이 교장은 “최근 총동창회가 김 동문에게 부탁해 수락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 이전의 악보와 교가 교체 추진 과정을 밝힌 비를 제작해 학교 사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흥렬은 ‘봄이 오면’, ‘바위 고개’, ‘자장가’ 등 노래 400여곡을 만들었던 작곡가였다. 함남 원산 출신으로 1931년 일본 도요음악학교를 졸업한 뒤 광명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음악 활동을 했다. 해방 이후에는 경성음악학교·서라벌예대·숙명여대 교수를 지냈고, 8·15해방문화상 예술원상 문화훈장 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940년대 국민개창운동과 경성후생악단, 평양대화악단 등에 참여해 ‘반국가적 음악을 구축하고 일본음악을 수립하는 활동’에 앞장선 행적이 드러나 현제명·김동진·김성태 등과 나란히 친일 음악인으로 인명사전에 올랐다. 이들 4명이 작곡한 교가를 불러온 광주지역 학교 15곳 중 5∼6곳은 교체를 진행 중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2019-02-13> 한겨레 

☞기사원문: 광주일고, 친일 음악인이 작곡한 교가 바꾼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학생 독립운동 주역’ 광주일고도 바꾼다…친일 교가 교체 바람 

☞광주일보: 광주학생독립운동 주도 광주일고 친일교가 바꾼다 

☞kbc광주방송: 광주일고 친일 잔재 교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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