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및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1일 “일본제철과 후지코시로부터 압류한 자산의 매각명령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등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잇따라 내려진 데 따른 것이다.
대리인단은 이날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과 울산지방법원에 각각 ‘일본제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피엔알의 주식 19만4794주(9억7400만원 상당)’와 ‘후지코시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의 주식 7만6500주(7억6500만원 상당)’에 대해 매각명령신청을 냈다. 이 주식들은 대법원 판결로 올해 압류됐다.
대리인단은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자발적인 채무이행을 하지 않은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서도 한국 내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에 재산명시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특정일까지 재산목록을 제출하라는 재산명시명령을 내리게 된다. 대리인단은 “미쓰비시 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 등이 이미 압류된 사실이 있으나, 지적재산권 이외의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재산명시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리인단의 김세은·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90세를 전후로 한 생존 피해자들의 연세를 고려할 때, 현금화를 늦출 수 있는 마지노선에 다다르고 있다”며 “그럼에도 강제동원 가해기업을 비롯한 그 어떤 주체로부터 관련한 의사표시를 받지 못했다. 한국 대법원 확정판결로부터 반 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현금화 절차를 늦출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리인단은 전범기업들과 여전히 포괄적인 협의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대리인단은 “오늘(1일) 매각명령신청 이후 현금화 대상이 되는 자산에 대한 감정절차 등 일련의 현금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며, 한국 법원의 매각명령서가 일본 기업들에게 송달되는 기간까지 고려할 때 실제 현금화될 때까지는 3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기간 동안 강제동원 가해기업들과 여전히 포괄적인 협의 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가해기업들이 지금이라도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노예와 같은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협의에 응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2019-05-01> 경향신문
☞기사원문: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 전범기업 국내 압류자산 ‘현금화’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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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 전범기업 국내 압류 자산, 강제징용 피해 배상 위한 ‘현금화’ 나선다
☞한겨레: 강제징용 피해자들, 일 전범기업 압류자산 ‘현금화’ 착수
☞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측, 배상 않는 日전범기업 압류자산 매각 신청
☞YTN: 징용 피해자, 전범기업 국내 자산 현금화 추진
☞KBS: 강제징용 피해자 측, 일본 전범기업 국내 압류자산 현금화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