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일본 언론의 희망적인 보도 수준…물밑접촉 수준”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놓고 한일 외교장관은 23일 회담에서 평행선을 그리는 데 그쳤다. 역대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 속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우리 정부와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 보상하자는 절충안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우리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현지시간)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프랑스 파리에서 OECD 각료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고노 외무상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강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같은 날 ‘일본이 판결을 수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이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단히 심각한 발언으로 한일 관계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일본도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고, 양국 정부 간에는 긴밀한 소통이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일본 측에 신중한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 일부 일본 언론들의 희망적인 보도가 있었지만, 두 장관이 평행선을 그린 만큼 아직 구체적인 틀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NHK는 청와대와 외교부가 지난달 강제징용 재판의 원고 측에 일본 기업의 자산매각 절차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고, 요미우리 신문은 23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한 국내 언론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이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원고 측과 접촉했다고도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희망적인 보도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고, 절충안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우리 대법원 판결을 이행할 경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리해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민족문제연구소도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판결 수용에 대해 촉구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일본 기업들이 재판에 계속 응해왔기 때문에 이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일본 측에서 조금 앞서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보며 중재안을 받아들이길 기대했는데, 정작 한국 정부에서 나온 입장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최근 총리 발언, 외교부의 공식 발언을 보면 일본에서 기대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너무 앞서나가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 측에서 지원단체와 접촉을 하고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의 청신호일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안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jaewoopark@tf.co.kr
<2019-05-23> THE FACT
☞기사원문: [TF이슈] 韓日, 쟁점 ‘강제징용 배상’ 어디까지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