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 빼놓고 한국독립운동사 쓸 수 없다…예외로 서훈하는 게 옳다”

[특별 인터뷰] 한국현대사 원로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약산 김원봉은 한국의 레지스탕스(2차 대전 중 프랑스의 저항 운동)를 이끈 분이다. 약산을 빼고 한국 독립운동사를 쓸 수 있느냐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혁혁한 독립운동 업적을 남겼다. 북한 정권에 참여했다고 해도 그만은 예외로 독립유공자로 서훈하는 게 옳다고 본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구실에서 만난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말이다. 그는 한국 사학계의 대표적인 현대사 전공 학자다. 해방 뒤 현대사를 파고들어 여러 저술을 냈고 1910년대 독립운동사를 다룬 책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로 단재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사학계와 시민사회 원로 18명이 낸 ‘약산 김원봉이 당리당략에 이용되는 현실을 통탄한다’ 성명에 참여했다. 원로들은 ‘광복군에 약산이 이끈 조선의용대 등이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이 집결하였다’는 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정치권 일부와 보수 언론이 “북의 전쟁 공로자에게 헌사를 보낸 대통령”이라는 색깔론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김원봉은 일제강점기, 누구보다 빛나는 항일 영웅이었다. 그를 역사의 양지로 불러내는 것이 평화의 한반도를 향한 도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어떻게 성명에 참여했나?

“추념사를 두고 일부 정치 세력이나 보수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심하게 중상 비방하고 나섰다. 약산에 대한 공격은 대부분 확인되지도 않고 확인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약산이 북에서 맡은 국가검열상을 두고 국방부 장관이라고 쓰기도 했다. 명백한 잘못이다. 당시 북에는 최용건이 국방부 장관 격인 국가보위상이었다. 6·25 시기 약산 자료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 약산 행적을 두고 딱 잡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모습을 보며 불현듯 두 가지가 떠올랐다. 현 정부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국민 지지도 많았다. 그런 활동을 두고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막말이 나왔다. 막말하더라도 일정한 선을 넘어선 안 된다. 해방 후 횡행한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생각할 때 매우 나쁜 발언이다. 특히 최근엔 일부 정치 세력이 5·18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을 넘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폄하·왜곡 발언을 하고 있다. 12·12쿠데타로 민주화를 짓밟고 정권을 탈취한 세력에 맞서 들고 일어선 게 광주민주화운동이다. 최근 5·18 폄훼 움직임은 광주 유혈 학살 쿠데타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약산에 대한 공격도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일 수 있다.

약산의 해방 이전 활동을 두고도 노선에 문제가 많았다는 등 이상한 소리를 한다. 여기엔 독립운동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독립운동 자체에 대한 비방과 왜곡이다. 서명에 참여한 이유다.”

–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약산의 위상은?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독립운동가가 누구냐고 묻는다. 김구란 답이 가장 많고 한쪽에서 김원봉이란 말도 나온다. 그러면 ‘김구 김원봉이겠네요’라고 누군가 말한다. 약산은 1920년대 전반기에 폭탄 투척 의혈 활동을 했다. 1932년에 혁명간부학교를 만들어 군 간부를 양성했다. 1938년엔 조선의용대를 창설했다. 중국 관내(만리장성 이남)에서 한국 독립운동세력이 만든 최초 군대다. 1942년에는 중국 국민당 장제스 정부 권유로 임시정부에 참여해 광복군 제1지대장과 군무부장(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김구와 쌍벽을 이루는 독립운동가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 여러 활동 중에서 가장 혁혁한 공적은?

“충칭 임시정부 참여를 먼저 들 수 있다. 임정은 약산의 가세로 더 강력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사실 임정은 1919년 수립 이후 독립운동 환경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임정은 1940년 충칭에 자리 잡은 뒤 장제스 정부 지원을 받아 약산과 좌파까지 독립운동 세력을 망라했다. 임정 위상이 더 높아졌다.

더 혁혁한 공적은 폭탄 투척이다. 사실 약산 하면 떠오르는 게 폭탄 투척이다. 3·1 운동이 일단락되고 만주 봉오동, 청산리 전투에서 독립군이 대승을 거둔 뒤 일제가 경신 대학살을 저지른다. 그 뒤 일시적으로 독립운동이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그때 국내에서는 어디에선가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민중의 열망이 컸다. 그런데 20년부터 부산경찰서, 조선총독부에 폭탄이 터진다. 이걸 보면서 민중들이 자부심을 느낀다. 폭탄 터지는 소리는 눈에 바로 보인다. 특히 감상옥 의사는 서울 중심지에서 일본 경찰과 총격전까지 했다. 이런 폭탄 투척은 대개 다 약산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

이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활동을 생각하면 된다. 1940년 프랑스가 독일에 비참하게 패한 뒤 프랑스 전역에서 레지스탕스가 일어나 독일의 주요 군사기지를 폭파하고 악질적인 비시 정부(독일 괴뢰 정부) 참여자를 공격했다. 이는 프랑스인들의 자존심과 긍지를 살렸다. 프랑스가 2차대전 승전국이 되는 데도 기여했다.”

– 약산의 이념적 지향은?

“일본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들은 거의 모두 평등과 자유를 갈구했다. 독립과 사회적 평등을 위해 싸웠다. 우파인 한독당도 그랬다. 그래서 이념적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대체로 보수적 민족주의자와 진보적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로 나뉠 수 있다. 별도로 무정부의자를 말하기도 한다. 약산은 많은 사람이 진보적 민족주의자라고 분류한다. 나도 그렇다.

처음 의열단을 할 때 약산은 ‘천하의 정의로운 일을 맹렬히 실행한다’는 것을 내세웠다. 잘못된 일제 침략자와 싸우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1922년 말 단채 신채호를 찾아가 독립운동의 길을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1923년 초에 그 유명한 ‘조선혁명선언’이 나온다. 의열단 정치 이념의 기본 뼈대이다. 이 선언은 평등과 우리 문화 존중이 큰 축이다. 민중의 각성 아래 폭탄 투척이나 일제 시설물 파괴 등을 통해 항일투쟁을 전면적으로 벌여나가는 민중 직접혁명을 강조한다.

20년대 후반 중국 관내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활발해지자 1928년에 의열단 강령을 20개 항으로 구체화한다. 여기엔 근대적 민주주의 국가와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 완성을 위한 내용이 많다. 언론 집회 출판 결사 거주의 자유를 보장하고 군 단위까지 지방자치를 한다는 것 등이 그렇다. 진보적 주장으로는 대지주 토지 몰수가 있다. 그때 대지주는 주로 일본인이었다. 당시 독립운동을 한다면 다 이런 주장을 했다. 이 강령은 그가 해방될 때까지 굳게 가졌던 정치 이념이다. 우파인 한독당과 비슷한 게 많다. 다만 약산이 이끄는 당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사회주의자와의 합작 같은 진취적인 주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약산이 진보적 민족주의자의 선을 넘었다고 보기 힘들다. 1920년대 후반 레닌정치학교를 만드는 등 한때 급진적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여기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약산은 의열단 강령을 기본적 정치 입장으로 견지했다.”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논란에 부쳐
사학계·시민사회 원로 18명 연대성명
“일부 정치권·보수언론 ‘색깔론’ 부당”

‘북한 국가검열상은 국방부 장관 아냐’
‘1920년대 폭탄투척 의혈 활동 독보적’
‘중국 관내 최초 독립군 조선의용대 창설’
‘충칭 임시정부 참여로 독립운동 강화’

‘해방 뒤 좌우합작 통일정부 수립 활동’
‘월북 뒤 활동은 거의 자료 없어 추측은 위험’
‘김일성과 틀어져 숙청당한 것으로 보여’

– 약산은 왜 월북해 북 정권에 참여했나?

“많은 사람이 그걸 궁금해한다. 하지만 자료가 없다. 활동과 상황을 가지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약산은 해방 뒤 중국에서 늦게 들어온다. 11월 23일 김구 김규식 등 원로가 들어오고 그는 12월 2일에 온다. 그때는 국내 정계 정치조직이 대충 편성됐을 때다. 약산이 국내에서 자신의 정치세력을 만들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고향인 밀양조차 공산당과 여운형 정치세력이 많이 잠식했다.

약산은 국내로 올 때 좌우합작 통일정부 수립을 정치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다. 해방 뒤 첫 삼일절 기념식을 서울은 좌파와 우파가 따로 했지만 부산과 대구에서는 함께 했다. 약산은 이 부산 행사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46년 1차 미소공위 실패 뒤 미군정은 5월에 우익 다섯, 좌익 다섯으로 좌우합작위원회를 만든다. 좌익 쪽에 약산은 여운형과 함께 들어간다. 약산은 여기서도 급진세력과 달리 통일정부가 구성될 때 이승만과 김구도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47년 2차 미소공위 실패로 분단에 대한 민족적 위기감이 커질 때 조소앙 중심으로 9월에 12개 당이 참여하는 각정당협의회가 구성된다. 약산의 인민공화당도 들어갔다.

미 군정의 좌익 탄압이 심해지면서 남한에서 굉장히 활동이 어렵게 돼 어쩔 수 없이 북에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많이 한다. 47년 3월 총파업 때 경찰은 약산 등 유력자를 대거 체포한다. 이때 친일경찰인 노덕술 수도경찰청 수사과장한테 당한 수모로 약산이 크게 자극받았을 것이라는 말도 한다. 장택상 수도경찰청장은 보란 듯 노덕술한테 ‘모셔오라고 했지.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냐’며 약산의 손에서 수갑을 풀라고 지시한다. (염인호 교수 <김원봉 연구> 중) 이걸 보고 독립운동 영웅 모독이란 여론이 들끓었다. 노덕술은 반민특위에서 악질 친일경찰의 첫 손으로 꼽힌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약산의 폭탄 투척에 일본 경찰이 떨었고 그 대단한 활동에도 약산은 한 번도 고문이나 모욕을 당하지 않았다. 한 연구를 보면 그 모욕으로 약산이 삼일 낮과 밤을 울었다고 한다. ‘여기선 왜놈 등쌀에 언제 죽을지 몰라’는 말을 했다고도 한다. 약산이 얼마나 경악했으면 경찰에 체포당해 갇혀 있을 때 태어난 둘째 사내 아이 이름을 철근이라고 지었겠나. 철창 안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이런 모욕감이 월북하는 데 심리적으로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약산은 1948년 4월 남북 정당 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때 월북했다.”

– 북한에서의 약산 행적 평가는?

“약산은 북 정권에서 국가검열상을 했다. 활동 자료는 없다. 자료가 왜 없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한 연구자 글을 보면 국가검열상은 군사행정을 맡았다고 한다. 군대와 무관한 조직은 아니라는 정도로만 추정한다. 1952년 검열상에서 해임되고 노동상이 됐다. 북에서 노동상이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그에 대한 자료도 없다.

그나마 있는 자료는 전쟁이 났을 때 납북된 김규식 조소앙 등 임정 요인들과 약산이 관계한 증언이다. 1953년 11월 조소앙 엄항섭 이런 분들과 만나 함께 부둥켜안고 ‘내가 그동안 너무 등한시한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을 약산이 했다고 한다. 조소앙 엄항섭 등 임정 요인들은 50년대 중반까지 북에서 평화통일운동을 활발하게 했다. 약산은 이런 임정 세력을 애국적 민족세력으로 인정하고 평화통일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연구도 있다. 북에서도 민족통일 전선 운동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평가는 그의 죽음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를 쓴 이정식·스칼라피노 교수는 약산이 국제간첩 죄목으로 58년 12월 숙청당했다고 썼다. 70, 80년대 반공 단체인 공산권문제연구소 <북한총람>을 보면 58년 11월 임정파 숙청 틈바구니에 끼여 약산이 도매금으로 숙청돼 처형되었다고 나온다. 연변의 문필가 김학철은 조선의용군을 잘 아는 분인데 약산이 감옥에서 자결했다고 증언했다.

확실한 것은 김일성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틀어져 약산이 숙청되었다는 견해가 많다는 것이다. 북한 애국열사릉에 김규식 조소앙 등 임정 요인은 물론 숙청당했던 이들도 있는 데 최창익 김두봉과 김원봉은 없다. 그 유명한 8월 종파사건(1956년)으로 숙청당한 최창익과 김두봉은 김일성이 양해하거나 용서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걸로 봐서 약산도 김일성이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봤던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

– 약산은 6·25 전범이라는 주장이 있다.

“나는 김일성과 박헌영이 전쟁을 주도적으로 일으켰다고 본다. 전범이라고 하면 이 둘과 그 추종자라고 봐야 한다. 약산은 조금 비켜서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한다. 북 정권에 참여한 모든 인사가 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박명림 교수 연구도 있다. 6·25로 약산이 받았다는 훈장도 쭉 나눠주는 그런 케이스인지 불분명하다. 그것만 가지고 한국전 역할에 대해 추측 예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5공 이후 김규식 조소앙 선생 유공자 돼’
‘여운형 선생은 노무현 정부 때 서훈’
‘서훈 대상 넓히며 독립운동사 풍성해져’

– 청와대도 최근 북 정권에 참여한 약산의 독립유공자 서훈은 어렵다고 했다.

“나는 예외적으로 이 분만은 서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전부터 이런 주장을 해왔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독립운동가를 서훈한 것을 세계가 높이 평가한다. 우리만큼 독립유공자가 많은 나라가 없다. 이렇게 많은 독립운동가는 우리의 긍지이자 자랑이다. 김규식 조소앙 선생은 전두환 정권 이후 서훈을 받았다. 여운형 선생은 노무현 정부 때 받았다. 서훈 대상을 넓히면서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가 풍성해졌다.

그런데도 정작 가장 중요한 분으로 꼽힌 한 명이 안 된 것은 납득이 안 되는 면일 수 있다. 약산은 해방 직후부터 좌우합작 통일정부 수립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북 정권 참여는 명확한 자료가 없어 얘기할 수 없지만 마지막엔 숙청 혹은 처형당했다고 보이므로 북 실세와의 알력은 분명하다. 협력했더라도 케이스가 다르지 않나. 예외적으로 김원봉 한 사람만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5·18을 폄훼·왜곡하는 지금의 상황을 통탄한다”며 “진짜 민주주의 공부는 한국 현대사를 아는 것”이라고 했다. “해방 50년을 맞은 1995년부터 ‘박정희 신드롬’이 불었다. <조선일보>가 신드롬 확산에 특히 앞장섰다. 그 뒤로 뉴라이트가 전면에 등장했고 극단적인 보수세력이 과거 독재나 친일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끊임없이 보여왔다. 이게 광주에 대한 폄훼·훼손과 연결된다. 반면 진보세력은 역사문제와 투철하게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현대사를 알아야 극단적 보수세력과 싸울 수 있다. 뉴라이트 비판도 언론에 잘 나오지 않았다.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냐 정부 수립이냐 논쟁을 할 때도 임시정부를 전공한 한시준 단국대 명예교수만 싸웠다. 진보세력이 명확히 인식하고 싸우지 못했다. 그러니 뉴라이트가 더 발호한 것이다.”

그는 4년 전부터 내고 있는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6권과 17권을 최근 냈다. 5공과 광주항쟁을 다뤘다. 오는 10월에 18, 19, 20권을 내고 마무리한다. 20권 중 박정희 정권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했단다. “90년대 중반 박정희 신드롬은 우리 민주주의에 엄청나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 때문에 쉽게 대통령이 됐다. 사람들은 박정희 경제성장을 신화처럼 믿고 있다. 객관적 인식보다는 한 사람이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영웅 사관에 빠져 있다. 유신 정권의 성장 제일주의 정책에 대해선 1978년 신현확 경제부총리도 안정화 정책을 주장하며 맞서기도 했다. 이런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박정희 몰락 계기가 된 부마항쟁도 그렇다. 이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한 시위가 없었다. 다 경제문제 때문이었다.”

올해 3·1 운동 및 임시정부 100년 기념 사업을 두고는 이런 말을 했다. “마음이 안 좋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직도 ‘3·1 운동 통사’가 없다. 내 돈을 들여 낼까 생각하기도 했다. ‘4·19 통사’도 없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2019-06-16> 한겨레 

☞기사원문: “약산 빼놓고 한국독립운동사 쓸 수 없다…예외로 서훈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