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작은 영향력이라도 있는 사람은 사회에 바른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래피티 작가 레오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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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은 영향력이라도 있는 사람은 사회에
바른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래피티 작가 레오다브

인터뷰 박광종 선임연구원 / 정리 기획실 김무성

 

레오다브 작가(왼쪽)와 매니저 킹아울

6월 13일 오후에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돌마루에서 독립운동가와 Love Camo Life 연작을 그리고 있는 그래피티 작가 레오다브(LEODAV.본명 : 최성욱)와 매니저 킹아울(본명 : 임진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레오다브 작가는 2018년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해 임종국 선생 드로잉 작업을 했었다.

문 :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작가님이 이번 삼일절에 김구 선생의 초상화를 그리는 동영상을 인상깊게 봤습니다. 어떻게 100주년 기념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답 : 레오다브(이하 레오) | 제가 2013년도부터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쌓아온 작품들을 보고 아무래도 100주년이다 보니까 광화문에서 아트웍을 라이브 페인팅으로 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김구 선생님 눈과 손가락만 이용해서 재미있게 100주년을 표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은 이전부터 계속하고 있었는데 제안이 들어와서 선뜻 응하게 되었습니다.

문 : 정부청사와 외교부 건물, 교보빌딩에도 작가님의 작품들이 걸렸는데?

답 : 레오 | 원래는 행사 때 함께 공개하려고 했었는데 일정이 바뀌어서 뒤늦게 전시되었어요. 광화문 주변 건물들에 랩핑하듯 독립운동가 초상화로 둘러쳤어요. 함께하는 크루들과 예전부터 해오던 작품들이라서 다행히 짧은 기간에 할 수 있었어요.

교보빌딩에 걸린 독립운동가 초상 그래피티

 

문 : 그동안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그래피티 기법으로 꾸준히 표현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답 : 레오 | 2013년부터 독립운동가를 그리기 시작할 당시 국정교과서 문제로 시끄러워지고, 독립운동가를 폄하하는 일베 회원들의 발언이 쏟아졌죠. 우연찮게 네이버에서 김구 선생님을 검색했는데 연관검색어에 킬구, 테러리스트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많이 나왔어요. 그리고 방송에서도 젊은 사람들에게 독립운동가 사진을 보여줬는데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어요.
저도 결혼하고 아기가 태어나는 시점이라 나중에 아이랑 얘기를 나눌 때 이런 상황이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내가 가장 잘 하고,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니까 그림으로 표현해보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거리에서 그래피티로 표현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매니저랑 아이디어 회의 등을 하고 처음에 유관순 열사부터 시작했죠. 이왕이면 의미 있는 날에 시작해보자 라고 해서 9월 28일 순국하신 날로 정해서 삼청동 정독도서관 벽에 그리기 시작했죠.

문 : 그래피티 말고도 다른 활동도 하는지

답 : 레오 | 캔버스에도 그리고 디지털로도 많이 그리고 있습니다. SNS가 발달하고, 인지도가 생기다 보니 벽에 함부로 그리게 되면 저희가 한 걸 다 아니까, 벽에만 그리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독립운동가 등 다양한 그래피티 아트로 굿즈도 제작하고요.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그래피티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킹아울(이하 킹) | 작가가 생각하는 방향이 독립운동가를 어떻게 하면 무겁고 장중한 그림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표현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아인슈타인과 체 게바라 이미지에 영감을 얻어 많이 차용했어요.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기 쉽고 관심이 가게끔 일종의 이이콘화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오래간다고 생각한 거죠.

문 :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그려왔는데 그 중 어느 분을 가장 좋아하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 레오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에 나왔던 ‘문화의 힘’이라는 글귀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그래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꼭 말씀드리고 있어요. 지금 시대에 딱 맞는 말인데, 어떻게 먹고 사는 것도 힘든 그런 시대에 문화라는 것을 생각 할 수 있었을까 하고 놀라웠어요. 그래서 저도 작품을 할 때 꼭 ‘Power of Culture’라고 적어요. 바로 문화의 힘이죠

3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레오다브 작가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김구 선생의 손과 안경을 모티브로 하여 숫자 ‘100’을 형상화하고 있다.

 

문 : 그래피티는 흔히 길거리 낙서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래피티란 무엇이고 현대 예술에서 어떤 위상
을 차지하고 있나요.

답 : 킹 | 그래피티는 길거리의 낙서가 맞아요. 낙서에서 시작했고 낙서로 끝나는 것은 맞는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느냐? 아니면 한번 쓰이고 마느냐처럼 어떻게 쓰이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현대 예술에서 위상은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뱅크시 같은 그래피티 작가는 소더비나 홍콩 경매에서 거의 최고가에 팔려요. 그래피티의 위상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어요. 또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에게는 순수미술만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 대해 철학을 가지고 말하는 게 필요하죠.

문 : 그래피티를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답 : 레브 | 그래피티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2학기부터 시작했는데, 1998년부터 시작했고, 올해 8월이면 딱 20주년이 되요. 고등학교 때는 사물놀이를 했는데 대학교 때는 다른 걸 해보자 해서 힙합동아리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춤도 배우고, 외국에서 춤추는 배경으로 보이는 그래피티에 관심을 가지고 동아리방에서 그리게 되면서 시작하게 됐구요. 취미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직업이 됐죠.

킹 | 주요 작품은 크게 두 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독립운동가 시리즈와 러브카모라이프 연작이 있죠. 그 두 연작들을 콜라보하기도 하고요.

레브 | 카모플라주(Camouflage)라는 게 숨겨지고 위장되어 있다는 것인데, 철학 강의 같은 걸 듣다보니 도시인들이 그런 얼룩무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춤을 춘 경험이 있어 대학 때 굉장히 끼 있는 친구들이 졸업하고 먹고 살기 위해 끼를 누르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심플하게 핑크, 노랑, 파랑, 블랙 4가지 색으로만 카모플라주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얼룩무늬를 사용하다 보니 일제시기 살았던 독립운동가들이 연상되더라구요. 예를 들어 이회영 선생님 같은 경우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조용히 호의호식하면서 살 수 있었을텐데 자기 색을 드러내며 독립운동을 했다는 게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두 라인을 섞어가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문 : 독립운동가 후손분들께 초상화를 전해드렸다고 하던데요.

답 : 레브 | 여운형 선생 후손분께 녹사평역에 있는 그림을 소장하고 싶다고 하셔서 캔버스에 다시 그려 영국으로 보내드렸고, 김구 선생님의 경우는 경찰청에서 주최한 전시가 끝나고 그 초상화를 후손분께 기증했죠. 여성독립운동가인 김란사 선생 손자분도 광화문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인증샷 찍어서 보내주어 만나서 식사도 하고 인사드렸죠. 삼청동에서 그릴 때는 박열 선생 후손분께도 연락이 왔었어요.

문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작과정에서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주
세요.

답 : 레브 | 아무래도 처음에 시작한 삼청동에 유관순 열사 그래피티죠,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박근혜 때거든요. 사실 저희도 많이 떨면서 했거든요. 애는 뱃속에 있고 하하. 걸리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삼청동 돌담에 그린 유관순 열사 그래피티

 

킹 | 사실 저희는 너무 답답해서 시작한 거였거든요. 할 수 있는 건 없고, 사람들은 점점 이상한 얘기들을 하고. 그래서 대자보 같은 걸 아트로 표현해보자 하고 생각했죠.

레브 | 그런데 사람들이 없는 곳에 할 수 없고, 삼청동 거기가 외국인도 많고, 삼거리가 딱 좋거든요. 스텐실 작업으로 미리 준비해놓고, 현장 가서 스프레이로 뿌리는 건데. 그때 새벽 3시쯤이었는데 순찰차가 지나가다 딱 서는 거예요. 멈춰서 보더니, 근데 저희가 몰래 하는 것이 아니라 차도 세워두고 사진
찍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야간작업 하는건가 생각했는지 그냥 가더라구요. 나중에는 낮에도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재네들 계속 하는구나 하고 지나치더라구요. 그래서 다음해 1월까지 매달 윤봉길, 안창호 이렇게 추가로 작업했었는데 안중근 선생님까지 8명을 그렸어요.

문 : 독립운동가나 문익환 목사, 세월호 등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활동을 하였는데 관람객들이
그런 작품을 통해 어떤 영감을 얻기를 바라나요.

답 : 레브 | 독립운동가 작품은 한 번 더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세월호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그 당시에 표현의 자유가 거의 없는 분위기여서인지 그렸는데 바로 지워지고 말았어요. 그런 시기에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는 저도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조그마한 영향력이라도 가진 사람들이 표현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대표적으로 정우성 배우가 자기 생각을 SNS나 여러 매체에 표현하잖아요. 그런 행동 하나가 정말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거든요. 그렇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가 쉬운일은 아니잖아요? 저도 그런 방향이 옳다고 생각해서 세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말아야 되지 않겠냐는 말도 하고 용기 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어서 미약하지만 계속 표현하고 있습니다.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그래피티 아트

문 : 향후의 계획이나 전시 일정은

답 : 킹 | 압구정동에 있는 K현대미술관에서 ‘키스’ 기획전에 3점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구요. 사할린에서 청소년 재단이 축제를 기획하고 있는데 거기에 초청작가로, 도쿄 디자인페어에도 초청받아 갑니다. 일본의 경우는 작년에 KCON 재팬에 초청해주신 분이 또 초청해주어 가게 되었어요.

레브 | 독립운동가 초상화는 원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그려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처음에 인지도 없는 분들을 그리면 관심을 못 받을 수 있으니까 유명한 분들을 그렸는데, 앞으로는 자료가 많이 없더라도 덜 유명한 분들을 작품으로 그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굿즈를 만들고 있어요. 핸드폰 케이스로 시작하려구요, 윤봉길 선생님과 정정화 선생님 굿즈가 먼저 나올 것 같은데 손자분들이 모델로 나서준다고 해요. 결국 이런 게 쌓여서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올해 광복절에 맞춰 출시할 예정인데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브랜드명은 ‘바른소리’인데 사회적으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 바른소리를 내자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문 : 2018년 8월 29일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이 자리에서 임종국 선생 드로잉 작업을 하였
는데 어떻게 연락이 되었나요

답 : 레브 | 여운형 선생님 그릴 때 연구소 상근자였던 강대운 씨와 인연이 맺어져서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 임종국 선생에 대한 자료를 많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자료를 보다보니 임종국선생님도 정말 대단하신 분인 거에요. 결기라고 할까 그런 게 느껴지더라구요. 또 민족문제연구소와 같은 곳에 저희 작품이 남는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 다른 친일파나 독립운동가를 그려 아트워크처럼 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했구요. 이번에 다시 한다면 옥상에 작품 하나를 그리고 싶기도 합니다.

문 : 연구소 회원들에게 그래피티에 대해 말한다면

답 : 레브 | 저희 말고도 젊은 그래피티작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응원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작년에 해외 초청작가전인 ‘위대한 낙서전’이 있었는데 그게 엄청 성공했거든요. 예전부터 우리나라 일반 작가들이 전시회를 많이 열었는데 아무도 모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OBEY(위대한 낙서전을 연 외국 그래피티 작가 OBEY GIANT)를 어떻게 알고 가는 거지 의아했죠. 너무 유명세에만 몰려가는 게 아쉽죠. 아마 너무 찺기며 살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없는 시간을 쪼개서 가는데 어디에 가는 게 가장 좋을까? 여기는 가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야 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유명한 것에만 몰리는 것은 안타깝고, 아쉽긴 해요. 또 그래피티가 처음 들어올 때 불량스런 이미지가 있다 보니 편견들이 조금 있어요. 그래서 저도 고민을 많이 하는데, 좀 더 쉽게, 요즘에는 버블 스타일로 사람들이 보기 편하게 작업하려고 해요.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식 때 임종국 선생의 초상과 글로 표현한 그래피티 아트.

킹 | 역사라는 것이 기억하지 않으면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를 계속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피티든, 음악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계속해서 찾아보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피티라는 현대 예술 장르를 20년간 파고든 레오다브 작가가 역사에 대한 바른 생각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용기 있는 행보에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연구소 옥상 벽면에 멋진 작품이 새겨질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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