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난파·주요한·노천명 등 작품 새긴 비석 6개 철거
경기도 부천시 곳곳에 설치돼 있던 일제강점기 친일문학인 서정주, 노천명, 주요한과 작곡가 홍난파 등의 시비(시를 새긴 비석)가 모두 철거됐다.
부천시는 지역 내 설치된 문학인 시비 70여개를 전수 조사를 벌여 친일문학인의 시비 6개를 철거했다고 8일 밝혔다. 이에따라 상동 ‘시와 꽃이 있는 거리’에 설치된 서정주(1915~2000년)의 시비 3개가 치워졌다. 서정주는 일제강점기 ‘다츠시로 시즈오’로 일본식 이름으로 바꾼 대표적인 친일문학인이다. 그는 ‘징병 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1943년), ’헌시(반도학도 특별지원병 제군에게)’ 등 강제징병 등을 선동하는 시를 지어 일제에 부역했다.
그의 이런 친일 행적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도 담겼다. 그의 작품 ‘동천’, ‘국화 옆에서’ 등이 있던 자리엔 정지용 시인의 ‘향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새겨진 비석이 새로 설치됐다.
▲ 부천시의회 청사 앞에 설치된 일제강점기 친일파인 홍난파의 ’고향의 봄’을 새긴 비석. 현재는 철거됐다.
시는 부천시의회 청사 앞에 자리 잡은 작곡가 홍난파(1898~1941년)가 작곡한 ‘고향의 봄(작사 이원수)’ 비석도 철거했다. 홍난파는 ‘천황의 본부를 받들어 팔굉일우(온 세상이 하나의 집안이라는 뜻으로, 일본이 침략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구호)로 만들자’는 내용의 ’희망의 아침’(작사 이광수) 등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가요를 작곡하고, 친일단체에도 가입해 활동한 인물이다.
이와 함께 ‘시와 꽃이 있는 거리’에 전시한 주요한(1900~1979년)의 ‘샘물이 혼자서’, 노천명(1911~1957년)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비석도 없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도 포함된 이들 역시 조선 청년들의 적극적인 전쟁 참여를 권유하는 등 친일행각을 벌였다.
시 관계자는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친일 잔재 청산 필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 문화·예술 분야 친일 잔재 청산 차원에서 대표적 친일문학인 비석 철거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해 9월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시지부가 친일 시인 비석 철거를 요구하는 등 민원이 제기되자 시비 전수 조사를 벌였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시지부 제공
<2019-08-08> 한겨레
☞기사원문: 부천시, 도심 곳곳 설치된 서정주 등 친일문학인 ’잔재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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