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베규탄시민행동, 지소미아 종료 한 달 앞두고 한일 정부 간 타협 움직임에 반발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한 달을 앞두고, 정부 안팎에서 일본 수출규제 철회와 지소미아 연장을 맞바꾸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 없이 지소미아 연장은 있을 수 없다며 ‘대못 박기’에 나섰다.
750여 개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가 참여한 ‘아베규탄시민행동’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지소미아를 예정대로 종료하라고 촉구했다.
“강제동원 사죄 배상 문제, 한일 정부 야합해선 안돼”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2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우리 정부를 지속해서 압박해왔고, 우리 정부도 최근 이낙연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지소미아 효력이 끝나는 11월 23일 이전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일본 수출규제 철회와 지소미아 연장을 맞바꾸는 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단호했다.
박석운 아베규탄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이날 “지금 강제동원 사죄 배상을 미봉하거나 은폐하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아베와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해서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는데 명백한 가짜뉴스이길 바란다”면서 “아베 정부의 경제침략과 역사 부정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미봉하려는 건 역사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신한 김진영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사무국장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도 사과를 받는 것도 거래처럼 이뤄져선 안 된다”면서 “정부 간 야합으로 문제를 덮으면 한국 사회도 일본 사회도 이 문제를 어떻게 기억하고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란 문제가 계속된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1965년 한일협정이 그랬고 95년 아시아여성기금,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그랬듯 피해자와 국민 뜻을 무시하고 정부 간 야합으로 덮어 지금 일본 정부는 아직 식민 지배하는 것처럼 한국을 대하고 있고 피해자들은 아직 해방을 맞지 못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면서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를 일본과의 정치적 협상 지렛대로 이용하려고 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실제 오는 24일 아베 총리 면담을 앞둔 이낙연 총리는 지난 18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정감사에서 한일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정상회담이 가능하려면 일본의 전향적 태도와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면서 “그 성과를 만들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아베 정권이 아무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복원하려 시도하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진작에 파기됐어야 했을 협정을 두 번이나 연장한 뒤, 수출규제와 결부해 연장을 종료하고 다시 이와 결부해 재연장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의에 반해 박근혜 정권의 적폐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스스로 적폐정권 행태를 닮아가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 보다 단호한 태도로 미국의 압력, 아베 정권의 도발에 맞설 것을 촉구하며 박근혜 적폐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예정대로 종료시킬 것을 요구한다”며 오는 26일 오후 6시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아베규탄 9차 촛불문화제’를 예고했다.
<2019-10-23>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