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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박정희 신화? 박정희 때문에 이렇게 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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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주최 ‘3·1운동 100년 역사콘서트’ 수원 강연, 한홍구·함세웅·이완배…“만주·국내 항일투쟁 주목 못 받아”

구한말을 다룬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10회에 이런 장면이 있다. 노비 출신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엔 누가 사는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라고 묻자 고애신(애기씨, 김태리 분)은 “그는 그저 제게 물었을 뿐인데 물은 이도 물음을 받은 저도, 다쳐서요”라며 얼어붙은 강바닥에 주저앉을 뿐 유진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경기도 주최로 19일 수원 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3·1운동 100년,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위한 경기도 명사초청 역사 콘서트’에서 이 장면을 예시로 들며 “잃어버린 나라를 찾겠다고 용감하게 싸웠는데 망해가던 대한제국을 그대로 살리는 건 아닌지 독립운동가들의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경기도 주최로 19일 수원 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3·1운동 100년,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위한 경기도 명사초청 역사 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한 교수는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 이동휘 선생이 한국 최초 공산당인 한인사회당 당수였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임시정부는 용공(공산주의 용인)을 넘어 연공정부 정도 되는데 이런 사실과 임시정부가 꿈꿨던 나라가 뭔지, 어떤 조국을 세우려 했는지 등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정체성을 보여주는 제헌헌법을 묻는 시험 문제가 있었느냐”며 “지금 어떤 진보적인 얘길 해도 우파들이 만든 제헌헌법보다 보수적일 정도인데 이게 독립운동가들이 꿈꾸던 나라”라고 말했다.

역사에서 잊힌 소중한 존재들은 더 있다. 한 교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름도 못 남긴 채 사라졌지만 치열하게 싸웠던 의병을 ‘의병 아무개’라고 표현한 대목을 인용했다. 의병장 중에서도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진 이는 극소수다.

“광주 5·18을 말할 때 1980년 5월26~27일 새벽 ‘내가 광주에 있었다면 도청에 남았을까’란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싸웠겠나. 의병들도 그렇다. 의병이 100명쯤 나타나면 (군경) 서너 명이 슬슬 나가 소탕할 정도였다. 처절한 죽음이었다.”

한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미스터 션샤인’의 한 대사를 인용했다.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어떤 여인도, 어떤 포수도, 지키고자 아등바등한 조선이니 빼앗길지언정 내어주진 마십시오.” 한 교수는 “광주에서 텅 빈 도청을 내주면 80년 5월이 우리 마음에 진하게 남았을까”라고 말했다.

▲ 함세웅 신부가 경기도 주최로 19일 수원 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3·1운동 100년,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위한 경기도 명사초청 역사 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이날 함세웅 신부(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도 잊힌 이들을 소환했다. 함 신부는 독립운동에 참여한 이들을 ①만주 지역 항일무장 투쟁 ②국내 투쟁 ③상해임시정부의 국제승인투쟁과 독립항쟁 ④하와이 등 해외 독립투쟁 등 네 부류로 나눴다. 그는 “김구로 상징되는 ③과 이승만으로 상징되는 ④가 일제 패망 이후 한국의 주류가 되면서 만주와 국내에서 투쟁한 이들이 수면 아래에 있다”며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 의열단 10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역사오류와 왜곡을 바로잡을 필요도 있다. 동아일보가 외신을 인용해 1945년 12월27일 모스크바 3상회의 소식을 ‘소련이 신탁통치를 주장했다’고 보도한 기사를 두고 함 신부는 “동아일보의 오보라고 배워왔는데 사실 가짜뉴스, 거짓보도”라며 “보도 이후 한민당(한국민주당)이 신탁통치 반대 관제시위를 일으키며 좌우가 대립하는 등 아직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는 정부 수립 이후 첫 좌우 대립으로 친일파를 애국자로 좌익을 매국노로 규정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함 신부는 “내년에 조선일보·동아일보 100년인데 이런 오보를 분명히 기억하고 민족분열을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가 경기도 주최로 19일 수원 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3·1운동 100년,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위한 경기도 명사초청 역사 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친일파이자 독재의 상징인 박정희가 한국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박정희 신화’의 허구를 지적한 연사도 있었다.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는 ‘오히려 박정희 때문에 한국이 이렇게 힘들게 산다’고 했다.

이 기자는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자유무역이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는 비교우위론으로 이날 강연을 시작했다. 선진국은 고부가가치 산업, 후진국은 저부가가치 산업을 각각 담당해 이를 교환하면 서로 이득을 본다는 이론이다. 이 기자는 “전 세계 분업체계를 공고화하기 위한 이론”이라며 “이에 따르면 50년, 100년이 지나도 아프리카·동남아는 못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자유무역 경제에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국가가 있는데 이는 미국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다.

전쟁 직후 한국을 필리핀 등과 비교하며 박정희 덕에 잘살게 됐다는 이들이 있다. 이 기자는 비교 대상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필리핀은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한 나라가 아니란 뜻이다. 이 기자에 따르면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지정학적 위치 등을 이유로 한국·일본·독일 등 세 나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프레이저 보고서에서 미국은 “반정부 심리가 강력한 반미 감정으로 폭발해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해 경제성장을 결정한다. 이에 세 나라는 자유무역 흐름 속에서도 미국의 허락(?)하에 자국산업을 보호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경제성장을 이뤘다. 이 기자는 1970년대 정부가 국민들이 양담배를 피우거나 외제차 타는 걸 비판하고 해외여행을 금지한 사례 등을 말하며 “한국은 보호무역 국가였다”고 했다.

이 기자는 “독일은 자유주의자들인데도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면 정부가 개입해 공정경제를 이끌고 있고, 일본의 경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젊은 경제학자(뉴딜러)들이 패전 이후 미군정과 함께 일본으로 가 재벌을 해체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박정희 신화를 거짓이라고 했다. ‘박정희 신화’는 박정희 독재·장기집권을 비판하는 이들 중에도 일부가 믿고 있다. 그는 “지정학적 이유로 풍요롭게 경제발전을 할 기회를 얻었는데도 박정희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박정희 정부가 재벌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성장해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기업생태계가 망가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강연들은 ‘경기도 온라인 평생학습 지식사이트(www.gseek.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경기도 명사초청 역사콘서트 다음 일정은 오는 25일 부천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전 EBS PD),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의 강연, 오는 30일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최태성 역사 강사, 주진오 역사박물관장, 싱어송 라이터 안예은씨의 강연으로 이어진다.

행사 홈페이지 www.history100.kr
행사 사무국 문의-3·1운동 100년,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위한 경기도 명사초청 역사 콘서트.
전화 : (02) 2644-9944 (내선번호 103)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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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박정희 신화? 박정희 때문에 이렇게 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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