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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김이택 칼럼] ‘친일 부역’ 이어 ‘반개혁’…그들과의 백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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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징용·징병에 동참하라며 일제에 적극 ‘부역’한 세력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한 대법원과 우리 정부를 헐뜯고 아베를 편들고 있다.

민족과 국민 앞에 한번도 사죄한 적 없이 ‘숨은 권력’으로 군림하며 이제는 ‘반개혁’에 앞장서는 그들과의 백년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판결은 때로 한 사건을 통해 시대의 진면목을 들춰낸다. 최근 대법원이 ‘문제 없다’고 판단한 <백년전쟁>은 2012년 11월 유튜브로 처음 공개된 이래 400만뷰 이상 기록한 화제작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 중앙정보국(CIA) 기밀문서 등 국내외 자료까지 찾아내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한 ‘저항세력’과 부역했던 ‘협력세력’ 사이엔 아직도 전쟁이 진행 중이라며 ‘백년전쟁’이라 이름 붙였다. 좀 거칠긴 해도 굴곡진 100년사를 쉽게 이해하는 데는 그런대로 유용한 잣대를 제공한다.

‘백년전쟁’이 법적 심판대에 오르는 과정 자체가 ‘전쟁’이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방송 4개월 만에 친일 협력세력 후손인 한국방송 이사장(이인호)이 사회 원로 자격으로 역시 협력세력의 딸인 대통령(박근혜)과 만난 자리에서 “역사 왜곡”이라며 “국가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부추겼다. 이틀 뒤부터는 또 다른 친일 협력세력 후손들이 소유한 언론들이 달려들었다.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처럼 패러디 기법을 활용했다는 작품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지엽적인 표현 하나하나를 따지고 들었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징계하고 검찰이 기소까지 했지만 소송전은 협력세력의 참패로 끝났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유일하게 허위라며 기소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조차 인정하지 않고 지난해 8월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방송통신심의위 제재에 대해 “외국 정부의 공식 문서와 신문기사 등 자료에 근거해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며 취소하는 게 맞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정권 정치기구가 됐다’는 등 억지 주장에도 작은 전쟁은 ‘사필귀정’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역시 의도치 않게 친일 협력세력의 민낯을 까발렸다. 아무 근거 없이 ‘전략물자가 북한 등으로 흘러갔다’고 보도해 한-일 갈등 초기 일본에 수출규제의 핑곗거리를 제공한 것도 이들이었다. 그래놓고 아베 정부 대신 우리 정부를 겨냥해 ‘경제 보복을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유예로 두 나라가 파국을 피한 뒤에도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일본의 유력 언론(아사히)마저 일본 정부에 ‘이성적 사고로 돌아가 수출규제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판에 우리 정부의 ‘외교적 완패’ 운운하며 사실상 아베 편을 들었다.

따지고 보면 80년 전 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강제징용·징병에 동참하라고 꼬드겨 일본 제국주의에 적극 ‘부역’한 것도 이들이다. 민족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배상’하라고 판결한 대법원과 뒤늦게나마 우리 국민 지키겠다는 정부를 헐뜯었다. ‘일본은 한번 각오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나라’라며 ‘힘이 부족하면 굴욕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라도 있어야 한다’고 조롱했다. 숨어 있던 ‘친일 부역’ 유전자가 되살아난 게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망동, 망언이다.

최근에 나온 ‘장자연 사건’ 수사 외압 관련 판결은 이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우울한 증거다.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말한다’는 사회부장 한마디에 경찰의 수사 책임자는 수사기밀도 다 건네줬다. 판결문은 ‘(사회부장의) 협박은 허위가 아니’라며 사실로 인정했다. 한 젊은 여배우를 죽음으로 몰아간 성착취 사건이 왜 묻힐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적반하장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들을 고발했다. 판결에 따르면 알면서도 거짓 고소를 한 것이니 똑떨어지는 무고죄에 해당한다. 피고소인 조사까지 마쳤다니 사건이 곧 검찰로 넘어갈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에서 보듯이 전직 대통령 둘과 직전 대법원장까지 줄줄이 구속한 ‘윤석열 검찰’도 언론 권력 앞에선 꼬리를 감췄다. 이번에야말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친일 협력 언론은 민족과 국민 앞에 한번도 제대로 과오를 인정하거나 사죄한 적이 없다. 오히려 정치·경제·사법 분야까지 아우르는 기득권 동맹을 이끄는 ‘숨은 권력’으로 군림하며 이제는 ‘반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내년이면 100년을 맞는 이들의 반민족·반민주 과거사를 국민들에게 다시 알리고 청산하기 위해 지난 9월 ‘조선 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이 출범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2019-11-25> 한겨레 

☞기사원문: [김이택 칼럼] ‘친일 부역’ 이어 ‘반개혁’…그들과의 백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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