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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문학은 민족 생존권 깨닫게 할 거대담론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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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출간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소명출판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50년 뒤, 100년 뒤에도 남는 문학은 거대담론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는 세계문학사가 증명하는 사실이에요. 그렇지 않은 당대 베스트셀러는 풍화작용 속에서 사라질 겁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24일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설 ‘광장’을 쓴 최인훈을 인용해 “민족 생존권을 본능적으로 알고 깨닫게 하는 것이 문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소장은 친일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민족문제연구소 활동으로 유명하지만, 본업은 문학평론가다. 문예지 ‘현대문학’에 1966년 ‘장용학론’을 투고해 평론가로 등단했고, 이후 ‘문학과 이데올로기’, ‘분단시대의 문학’ 등 문학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썼다.

그가 최근 소명출판을 통해 그간 발표한 글을 묶은 평론집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를 출간했다. 장용학, 이호철, 최인훈, 박완서, 이병주, 남정현, 황석영, 손석춘, 조정래, 박화성, 한무숙 등 이른바 “권력에 먹물을 뿌린 작가”를 살폈다.

임 소장은 “소설가들은 훌륭한 작품을 썼는데, 평론가들이 중요한 대목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알리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평론은 아니고 평론적 에세이로, 문학을 하지 않은 사람도 볼 수 있도록 재미있게 썼다”고 말했다.

흥미를 강조한 발간 의도와 달리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상당히 묵직한 편이다. 그는 신간 머리말은 물론 간담회에서도 ‘거대담론’이라는 용어를 거듭 강조했다.

임 소장은 “사악하고 추악한 시대에 살면서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세로 고고한 미학적 사도인 양 미세담론에만 열중하는 (문학계의) 그 편집증 현상이 거대담론을 부추겼다”며 “정치를 질타하는 문학만을 다뤄보자는 만용을 부리는 건 노망의 징조인가 싶지만, 늘그막에 객기 한 번쯤 부려보고자 (글을) 추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에서 재조명한 작가들이 문단 파벌에 속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작가들 공통분모로 통일과 민주주의를 반대하고 독재를 찬양한 친일파 청산을 바랐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최인훈만큼 미국을 비판한 작가가 없다”며 “이병주는 박정희 어용 작가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박정희 시대에 박정희 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식민지 근대화론을 담은 ‘반일종족주의’를 반박하려면 조정래 소설 ‘아리랑’을 읽어야 한다”며 “조정래는 현장을 직접 가보고 썼지만, 학자들은 자료만 읽는다”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거대담론’에 집중하지 못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언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뉴스를 과도하게 쏟아내고, 정치권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북한 문제나 외교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대일 관계에서 친일 청산 문제는 경제와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일본 자민당도 과거에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중국, 러시아와 교류한 사례가 있다”고 조언했다.

psh59@yna.co.kr

<2020-02-24> 연합뉴스

☞기사원문: “문학은 민족 생존권 깨닫게 할 거대담론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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