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신랄하게 꾸짖은 근현대 소설 평론집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정치를 ‘크게 꾸짖는(통매· 痛罵)’ 문학을 평론하는 책이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79)의 평론집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다.
임 소장은 <친일인명사전>을 세상에 내놓는 데 기여한 주역 중 한 사람이자 54년 간 비평 활동을 해 온 평론가다. 그가 정치를 꾸짖는 근현대 소설을 한 데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문학이 거대담론이 사라지고 미세담론에 안주하는 상황에서 전후 문학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정치적이고 역사의식을 가진 작가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문학에서 역사와 정치, 사회를 다룬 거대담론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평론집을 냈다.” (2월 24일 기자간담회 중)
책은 최인훈, 박완서, 이병주, 남정현, 조정래, 장용학 등 정치를 통렬하게 꼬집는 문학을 쓴 11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다뤘다.
책은 총 4부로 이뤄졌다. 최인훈 작가의 <광장>, <화두>에 이어 이병주 작가의 <‘그’를 버린 여인>, <그해 5월>, 남정현 작가의 <엄마, 아 우리 엄마>, 황석영 작가의 <손님>, 손석춘 작가의 <아름다운 집>, <유령의 사랑>,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박화성 작가의 <북국의 여명> 등이 실려 있다.
1부에 등장하는 최인훈 작가의 <광장>은 올해로 발표된 지 60주년을 맞았다. 최 작가의 작품은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에 초점을 맞춰왔다. 임 소장은 “1부는 민족사에 대해 지식인으로서의 부채가 느껴지는 작가들을 다뤘다”라고 밝혔다.
2부는 이병주 작가의 작품만을 다뤘다. 임 소장은 “박정희에 관한 한 어떤 역사학자나 정치평론가도 이룩하지 못했던 실체를 이병주는 흥미진진하게 풀어주고 있다”고 책에 적고 있다. 그는 “한국 민족소설의 최고봉은 조정래지만, 현대 정치사의 실황중계자로는 이병주”라고 평가했다.
3부는 분단 문제 그리고 제국주의를 기반으로 미국의 정체를 탐색하는 소설들에 초점을 맞췄다. 4부는 조정래의 <아리랑>을 비롯해 민족해방운동의 양상을 다룬 작품들을 담았다. <아리랑>은 구한말부터 8·15광복까지의 항일투쟁을 다룬 소설이다. 저자는 <아리랑>이 “식민지근대화론의 허구성을 생생하게 입증해 준 글”이라고 소개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임 소장은 “신춘문예 소설을 봐도 재미가 없다, 거대담론을 포기한다는 건 문학 독자를 문학 하는 사람에만 한정시킨다고 생각한다”라며 “요즘은 영화 <기생충>처럼 소설가들 대신 영화들이 비판의식이 더 많은 것 같다, 반감도 있겠지만 편견을 깨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역사에 남는 것은 결국 거대담론 소설”이라며 “당대의 베스트셀러는 휘발되기 마련이다, 문학성은 거대담론을 공격적으로 잘 다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03-12>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기생충’ 같은 소설, 왜 없을까? 평론가의 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