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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주경씨의 빗나간 선택,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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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동암 차리석 선생의 후손이 윤봉길 의사 후손에게

[오마이뉴스 차영조 기자]

▲ 미래한국당 공천장 받은 윤주경 후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윤주경 후보가 공천장을 수여한 후 원유철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1번으로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씨를 공천했다. 이를 두고 독립운동계의 원로를 중심으로 개탄을 넘어 격분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친일’의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보수정당의 속보이는 행태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독립운동가, 그것도 항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분의 후손이 ‘그 당’의 간판으로 나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당’은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 일으킨 군사쿠데타와 친일세력을 기반으로 장기독재를 자행한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럴 의지도 없는 정당이다. 촛불혁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한일 ‘위안부’ 합의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다가 국민적 심판을 받은 바로 ‘그 당’ 아니냐는 당연한 비판이다.

그렇게 의아해하고 노여워하는 분들에게는 대단히 송구한 말씀이지만,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으며 오히려 ‘예상대로’라고 받아들였다. 원래는 작년 10월 공관 갑질 박찬주 전 대장과 함께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예정이었으나 박찬주 전 대장이 여론의 몰매를 맞으니 눈치를 살피다 올해 2월 입당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윤주경씨는 2012년 10월부터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를 돕겠다면서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했고, 박근혜의 당선 직후에는 인수위원회 격인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뻣뻣이 말라가는 삼천리강산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윤봉길 의사의 말씀을 되새겼다”고 참여의 변을 밝혀 뜻있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부위원장 임명 직후에는 종편에 출연해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로 나라가 능력이 생기자 가장 먼저 한 일이 국가유공자 자녀들에게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보내줬다, 그 결과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살 수 있었다”고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까지 늘어놓았다. 윤주경씨는 자신의 능력보다는 조상을 팔아 박근혜의 당선에 앞장섰고,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공세에 맞서 방패막이를 자임하며 면죄부를 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그 대가로 윤주경씨는 2014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독립기념관장을 지냈다.

그의 ‘친박’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독립운동계와 역사학계 전체를 분노하게 했던 건국절 논쟁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파동 때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애써 이를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에 이어 2016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거듭 8.15가 건국절임을 강변하면서 대놓고 독립운동가들을 능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다 못해 박근혜의 반 역사적 망언에 일침을 가한 분은 90대의 광복군 출신 김영관 지사셨다. 김영관 지사는 2016년 8월 12일 청와대 오찬에 초대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출범했다고 이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는데, 이는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꾸짖는 기개를 보여주었다. 그 당시 김영관 지사님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의 정체성 마음껏 드러내도록… 이젠 정치인으로 대우하자

윤주경씨에게 그러한 용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최소한의 염치를 바랄 뿐이다. 본인이 앞장서서 지지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그 대가로 기관장을 차지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박근혜가 국민적 심판을 통해 감옥에 가 있으면 적어도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자중자애하는 정도의 모습은 보여야 도리가 아닐까.

“윤봉길 의사의 뜻을 받든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큰 결단을 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윤주경씨를 영입하며 감히 윤봉길 의사의 뜻을 입에 담았다. 미래통합당 입당이 윤봉길 의사의 뜻을 받든 결단이라니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앞으로 윤주경씨를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나 후손이 아닌 친박, 친황 정치인으로 대우하자. 윤주경씨 자신도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외부의 기대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기에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도록 놓아주자는 의미이다.

윤주경씨의 행보를 보면서 호부견자(虎父犬子)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역사상 유명한 호부견자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와 그 아들 유선이다. 유비는 ‘창업’을 했지만 아들 유선은 ‘수성’은커녕 망국의 군주가 되어서도 반성과 회한을 몰랐다고 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호랑이는 호랑이를 낳고 고양이는 고양이를 낳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인간만큼은 예외다. 조상이 훌륭하다고 반드시 후손도 그러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조상이 비루하다고 해서 그 후손도 비루하리라는 법도 없다. 오직 평가는 각 개인의 몫이다. 그러니 윤주경씨의 정치 행보를 보면서 윤봉길 의사를 떠올리지는 말자.

나는 비록 윤봉길 의사의 ‘혈손’은 아니지만 감히 ‘정신의 자손’임을 자부하며 여생을 보내려 다짐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효창원에 모셔진 나의 아버지 동암 차리석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러 가는 길에 윤봉길 의사의 묘역도 참배하고 오리라.

<2020-04-0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윤주경씨의 빗나간 선택,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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