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조선인 강제동원 부정하는 전시 내용 포함
재일교포 증언..”가혹한 일 당했다는 말 들어본 적 없다”
당시 노동자 급여 봉투 등 전시..’정당한 노동’ 주장 강조
[앵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의 현장, 군함도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내일부터 도쿄에서 일반에 공개됩니다.
전시 내용 중 조선인에 대한 가혹한 노역과 차별 등을 부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연결합니다. 이경아 특파원!
전시 내용의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겁니까?
[기자]
이 전시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근대 산업시설과 그 역사를 소개하는 곳입니다.
지난 3월 31일 개관식만 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문을 닫았다가 내일부터 일반 관람이 시작됩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이른바 군함도로 알려진 나가사키 시 하시마 탄광에서의 가혹한 강제노역을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들입니다.
전시관을 운영하는 ‘산업유산국민회의’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당시 주민 30여 명의 증언 영상 등을 전시 내용에 포함시켰습니다.
홈페이지에도 이미 이런 내용이 공개해 놓고 있는데요.
당시 주민들의 증언 영상에 등장하는 재일교포 2세 스즈키 후미오 씨는 전쟁 중 군함도에서 가혹한 일을 당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이웃에게 손가락질 받거나 험담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전시관에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일한 타이완 출신 노동자의 급여 봉투 등도 공개돼 있다고 전하고 있는데요.
강제동원이 아니라 정당한 댓가를 받고 일한 것이라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최근 강제동원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절차가 재개돼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 역사를 부정하는 내용의 전시가 공개되면 파장이 클 것 같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전시 내용은 역사 왜곡 뿐 아니라 일본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5년 유네스코는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할 당시 일본으로부터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전시 내용을 보면 이런 취지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군함도 등 당시 각지에 강제동원 된 조선인은 3만 3천여 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역사를 무시한 채 일본의 산업화 과정만 미화하는 전시는 한일 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도통신은 이번 전시 내용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과거의 사실을 숨기는 역사 수정주의를 조성한다는 비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시관 측은 오늘 오후 4시 반부터 언론을 대상으로 전시 내용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YTN 이경아입니다.
<2020-06-14> YTN
☞기사원문: 또 역사 왜곡…日 ‘군함도’ 전시관, ‘강제동원’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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