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 머릿돌(정초석)에 새겨진 글씨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친필로 21일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정초’(定礎) 글씨 현지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토의 글씨인 것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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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해당 글씨가 이토가 쓴 글씨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체 관련 전문가 3인 현지조사 자문단을 구성해 지난 20일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이토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조사한 결과 정초석에 새겨진 ‘정초’ 두 글자에서는 이토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글씨를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점, 붓이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 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11일’(1909.7.11) 글씨는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로, 문화재청은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기 위해 이 대통령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고증결과를 서울시와 한국은행에 통보키로 했다.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심의를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초석 ‘이토 히로부미 친필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16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잡지에서 해당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정초석 앞에 이같은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을 설치해 역사적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문화재청과 서울시, 한국은행 3자 간 협의가 지연되며 흐지부지됐다. 문화재청이 4년 만에 필적 확인에 나선 사실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통해 알려진 후 열흘 만에 이토의 필적임이 확인된 것이다.
<2020-10-21> 경향신문
☞기사원문: 한국은행 머릿돌에 새겨진 ‘정초’···이토 히로부미 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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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한국은행 머릿돌 이토 히로부미 친필 확인 위해 현장 조사”
☞연합뉴스: 한국은행 본관 머릿돌 글씨, 이토 히로부미 친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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