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제14회 임종국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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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14회 임종국상 시상식

제14회 임종국상 시상식이 11월 9일 오후 6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회원 및 각계인사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감염증의 유행으로 참석인원을 제한하고 대신 연구소 페이스북으로 시상식을 생중계하였다. 시상식은 장병화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장의 기념사를 시작으로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의 축사, 임종국 선생의 일대기 영상 상영, 이민우 연구소 운영위원장의 기념사업회 경과보고, 윤경로 심사위원장의 선정경위 설명, 시상과 수상자들의 수상연설, 임헌영 연구소장의 인사말 순서로 진행됐다.

 

올해 수상자 후보 공모에는 학술·문화부문 아홉, 사회·언론부문 셋 등 12건이 올라왔으며, 10월 12일 심사위원회 예심을 거쳐 19일 열린 본심에서 열띤 토론 과정을 거쳐 학술부문에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를, 문화부문에 박시백 화백을 수상자로 최종 선정하였다. 심사에는 심사위원장인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을 비롯해 박찬승 한양대 교수, 장완익 변호사, 정해구 전성공회대 교수, 조재곤 서강대 연구교수 등이 참여했다.
학술부문 수상자인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역사사회학자로서 한국과 동아시아의 사상통제와 공안, 국가폭력과 제노사이드, 냉전과 과거청산 등을 주제로 주목해야 할 성과들을 꾸준히 내놓은 연구자이자 맹목적 반공이데올로기와 국가주의, 여성과 소수자 혐오에 맞서 맹렬히 활동해온 실천적 지식인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 등 해외 기관에서 일본군‘위안부’와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 관련 중요자료를 발굴 수집하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도 기여했다.

수상 저서인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반일종족주의>를 비롯한 한일 극우연합세력의 역사부정론을 정면으로 논파함으로써 그 허구성을 명백하게 드러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악한 역사변조에 대응하여 단기간에 결정적인 반론서를 내놓을 수 있었던 근저에는 저자가 최근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천착하고 있었던 사정이 있었다. 진실공방의 주전선이 여기에 있었던 만큼 방대한 사료를 섭렵하고 분석해온 저자로서는 실증의 탈을 쓴 역사부정론자들의 도발을 실증으로 격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일 극우세력이 공공연하게 연대하여 과거사를 분식 왜곡하고 있는 시점에 열정적인 연구자가 근현대사 진실 찾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높이 샀다.
문화부문 수상자인 박시백 화백은, 시사만화가로 만화계에 발을 디딘 뒤 전업작가로 전환하여 2013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전 20권을 완간하였다.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역사대중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숱한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으로 활용되어 문화콘텐츠의 전형을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창작은 정사에 기반을 두면서도 재미있고 쉽게 다가온다는 데 특장이 있으며, 자연스레 박 화백은 청소년들은 물론 ‘역사교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이기도 하다.
수상작인 <35년>은 전 7권으로 일제강점기의 우리 역사를 다루고 있다. 박시백 화백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작업을 마치자마자 단절된 조선왕조 이후의 역사에 주목하여 국내외의 독립운동 현장을 답사하고 자료수집과 연구에 매진했다. 일반적인 관행과 달리 오롯이 혼자힘으로 5년간에 걸쳐 준비한 끝에 완성도 높은 또 하나의 대작을 선보인 것이다. 작가는 치열한 항일투쟁의 역사가 민주공화국을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고 다양한 친일파 군상의 진면목도 여과 없이 다루고 있다. 그리하여 여성독립운동가에서부터 밀정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대서사를 담아냈다. 전문 연구자도 아니면서 장기간에 걸친 추적조사와 방대한 사료 검증을 돌파해낸 작가의 의지와 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아가 역사의 사각 지대를 조명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 김혜영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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