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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선 ‘백선엽 안내판’ 보도에… 보훈처·민족문제연구소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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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방문객 감소로 철거” 방문자수도 공개… 민족문제연구소 “핵심은 친일파 안장”

▲ 장군 2묘역 주변에 설치된 ‘故 백선엽장군 묘소’ 안내 표지판 ⓒ 정성일

‘국립대전현충원 경내에 있던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 묘소 안내판이 일부 친여단체 항의로 철거됐다.’

<조선일보>가 ‘친여단체 입김 한번에 뽑혀버린 백선엽 안내판’이라는 제목을 붙여 8일자 조간 1면에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조선>은 해당 기사에서 “지난 5일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회원 20여 명은 대전현충원 장군 제2묘역에 안장된 백 장군 묘소 바로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백 장군을 이장(移葬)하라고 주장했다”면서 “현충원은 당일 바로 안내판을 뽑아냈다”라고 적었다. <조선>은 “현 정부 들어 백 장군 폄훼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된 후 더불어민주당과 친문·좌파 일부는 백 장군 파묘(破墓)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백 장군 안장 1개월 뒤부터 ‘친일 파묘법’을 본격 추진했다. 보훈처는 홈페이지의 백 장군 정보란에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조선>의 보도대로라면, ‘친여단체’로 분류된 민족문제연구소의 항의 때문에 대전현충원을 관리하는 국가보훈처가 고 백선엽 장군의 안내판을 철거했다고 추론된다.

<조선>의 보도는 사실일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보훈처와 민족문제연구소의 입장은 크게 달랐다.

보훈처 “백선엽 장군 안내판, 2월에 철거하려 했다”

▲ 백선엽씨가 2003년 3월 1일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보훈처는 9일 저녁 <오마이뉴스>에 “백선엽 장군 묘는 작년(2020년) 12월부터 방문객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어, 올해 2월 중 철거 예정이었다”면서 “지난 2월 5일에 민족문제연구소의 항의도 있었지만, 최근 방문객 감소로 철거가 예정되어 철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보훈처는 백선엽 장군 묘소 월별 방문통계를 첨부했다. 보훈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7월 15일 백 장군 안장 후 일평균 148.2명이 방문했다. 8월에는 49명, 9월 46.4명, 10월 48.8명, 11월 43.4명, 12월 16.9명, 지난 1월에는 13.6명이 방문했다.

돌아보면 고 백선엽 장군은 지난해 7월 사망 후 현충원 안장 당시부터 큰 논란이 됐다. 백 장군은 국가에서 공인한 친일파이기 때문이다.

2009년 정부 기구인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1941년부터 1945년 일본 패전 시까지 일제의 실질적 식민지였던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특히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면서 백 장군의 친일행적과 관련해 A4용지 1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식기록으로 남겼다. 현충원 홈페이지에도 백선엽 장군 관련 안장 정보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자’라는 사실이 적시됐다.

2009년 정부는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고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이름이 등재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백수의 나이로 사망한 백선엽 장군은 명백한 친일행위에도 불구하고 ‘장성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 및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으로서 사망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 555번 무덤에 안장됐다.

민족문제연구소 “백선엽 같은 인물이 현충원에 안장된 것 자체가 문제”

▲ 6.25전쟁 당시 백선엽 소장 ⓒ NARA / 박도

<조선일보>에 의해 ‘친여단체’로 분류된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일보>는 지금의 여당이 정권을 잡기 전부터 우리를 ‘친야 재야단체’라고 불렀다”면서 “자기들(조선)이 그렇게 의도적으로 부르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냐.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 실장은 “<조선일보> 보도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백선엽 안내판 철거가 아니라 현충원이라는 공간에 친일반민족행위자인 백선엽 같은 인물이 안장됐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은 제거돼야 한다. 그 방법은 국립묘지법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여름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권칠승, 전용기 의원 등은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람으로 결정된 사람 중 안장대상 심의위원회에서 국립묘지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결정된 자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등에 특별한 논의 없이 계류된 상태다.

현재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 두 곳에는 백선엽 장군 이외에 국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김백일,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김홍준, 신현준, 김석범, 송석하, 백홍석 등 총 12명이 안장돼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해당 기자가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답을 듣지 못했다.

▲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2020년 7월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종훈 기자

<2021-02-09>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조선 ‘백선엽 안내판’ 보도에… 보훈처·민족문제연구소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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