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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광복 76주년, 우리가 몰랐던 친일 잔재 알리기] ‘일제 잔재 청산’ 조례 만들어… 76년 민족의 치부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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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권 당시엔 부정적이었던 ‘친일파 처벌’
2004년 특별법 통과로 반민족행위 규명 재추진
1천5명 친일행위자 공개·토지 2천359필지 환수

경기도 친일 잔재 청산은 어디까지?

■ 친일 잔재란

우리 역사는 1910년 8월29일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이른바 ‘일제강점기’라고 한다. 해방 직후에는 ‘왜정시대’라고 불렀으며 한때는 ‘일제 식민지’라고 했다. 일제강점기는 독립운동과 친일 행위라는 길항 관계로 한 시기를 겪었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친일의 사전적 의미는 ‘일제강점기 일제와 야합해 그들의 침략과 약탈 정책을 지지하거나 옹호해 추종함’이라고 한다. 단순하게 정의하면 ‘일본에 관심을 가지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에게는 그렇게만 인식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우리 사회는 역사와 문화, 제도 등 많은 분야에서 왜곡되고 뒤틀렸다. 이른바 ‘동화(同化)’라는 식민정책으로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를 내세우면서 일본식 이름을 쓰도록 강요했고, 학교에서는 우리 말과 글인 한글 사용을 금지하면서 한국인의 민족정신과 역사,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다 보니 비본질이 본질을 구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사회는 부정적인 잔재들이 남아 있다. 이를 ‘친일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친일 잔재는 일본제국주의의 한국침략과 강점기 식민지배 과정에서 남겨진 유무형의 부정적 유산이다.

그렇다면 친일 잔재의 범주는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간략하게 구분하면 인적 잔재와 물적 잔재, 그리고 유형 잔재와 무형 잔재로 나눌 수 있다. 인적 잔재는 이른바 반민족행위를 한 친일파를 일컬으며, 물적 잔재는 친일 행위를 통해 형성된 재산이다. 유형 잔재는 강점기 식민통치 기간 조성된 시설물이고 무형 잔재는 식민정책에 의해 왜곡된 역사와 문화이다.

■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노력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일차적으로 일제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물들을 찾아 사회적으로 축출하고 식민잔재의 상징인 신사 등을 철폐했다. 친일 잔재 청산이 제도적으로 본격화된 것은 제헌국회가 친일파를 처벌할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헌법에 둔 이후였다. 이를 근거로 1948년 9월22일 반민족행위처벌법이 공포됐으며, 10월22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조직돼 친일파 처벌을 시작했다. 그러나 친일파 처벌에 부정적이었던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의 활동을 비난하고 무력화시켰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자 한 친일파 청산은 무위로 끝났다.

이후 한동안 좌절됐던 친일 잔재 청산은 2004년 3월22일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다시 추진됐다. 특별법은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반세기가 넘도록 당시 일본제국주의에 부역한 자들이 저지른 반민족행위에 관한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이나 실질적인 조사가 미비했던 관계로 그동안 우리 사회의 정의가 흐려지고 왜곡된 역사가 시정되지 아니하는 등 많은 폐해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제라도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진상을 정부 차원에서 규명하기 위해 특별법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조사한 후 그 결과를 사료로 남겨둠으로써 왜곡된 역사와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이를 후세의 교훈으로 삼으려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됐고, 그 결과 1천5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어 2005년 12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활동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토지 2천359필지를 환수했다.

민간단체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를 구성해 2009년 6월 4천776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수록한 ‘친일인명사’을 발행했다. 이외에도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시민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3·1운동 100년과 경기도 친일 잔재 청산 추진

1919년 3·1운동 100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으면서 친일 잔재 청산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경기도를 비롯한 충남과 광주 등 광역단체와 부천과 장흥 등 지자체, 경남 교육청 등 교육기관에서 친일 잔재 청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른바 ‘친일 잔재 청산 조례’를 제정해 일상에서 느끼는 잔재들을 청산해 나가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2019년 10월 친일잔재청산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에 의하면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나고 그 결실로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기념비적인 해를 맞이했지만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사라지지 않은 친일 잔재가 있다”고 전제하고 “일본에 대해 무조건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습관을 버리고, 이성적 사유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대응을 해야 하며 그 첫 번째가 친일 잔재의 청산이다. 말과 글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 깊숙이 침탈하여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려 했던 일제의 만행을 온전히 파헤쳐 완벽히 청산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 내 일본식 지명 및 명칭의 변경, 친일파가 만든 교가나 일제를 상징하는 조형물의 철거 등 도내 숨어 있는 친일 잔재 청산이 본격화됐다.

■ 경기도 친일 잔재 청산은 어디까지 왔나

앞서 언급했듯이, 경기도는 3·1운동 100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을 맞아 친일 잔재 청산을 적극 추진했다. 우선 경기도 내 친일 목적으로 제작된 유무형의 문화 잔재를 전수조사하기 위한 ‘경기도 친일 문화 잔재 조사 연구’라는 학술용역을 발주했다. 경기도 교육청도 새로운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하여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를 발굴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경기도가 친일 문화 잔재 조사 연구 용역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경기도 12개 시ㆍ군 행사 때마다 친일파가 작곡 또는 작사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에서였다. 이에 따라 경기도 문화예술 분야 친일 잔재 조사 및 청산 등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제 잔재 청산 학술 용역은 1905년부터 1945년 8월까지 경기도에서 향유 되는 친일 목적으로 제작된 유무형의 문화적 유산을 문헌조사와 현장답사,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시행됐다. 다만 그 결과를 비공개로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쉽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생활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인식을 분석ㆍ공유해 올바른 역사의식 및 정체성 확립,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인식 분석 결과, 일제 잔재를 ‘일제강점기에 식민 지배와 수탈을 목적으로 우리 민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유입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유형ㆍ무형의 모든 것’으로 다수가 인식하고 있었다.

학교생활 속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는 우리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고 황국신민화 정책을 확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글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어를 국어로 사용하도록 강요하면서 다수 존재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대표적인 잔재로는 반장, 부반장, 훈화, 간담회, 결석계, 사정회, 수학여행, 구령대 등 용어와 이흥렬, 현제명, 김동진 등 친일 작곡가가 만든 교가, 일본을 상징하는 교목과 교표 등이 확인되었다. 김포 대명초등학교와 화성 정남초등학교의 교표는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는데 공모전을 통해 교표를 새로 선정했다. 친일파가 작곡 또는 작사한 교가는 89개 학교가 확인됐다.

■ 지속되는 일제 잔재 청산과 과제

경기도는 3·1운동 100년을 계기로 시작된 일제 잔재 청산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 친일잔재청산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1년6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경기도의회는 “특별위원회의 활동은 도민과 함께 실천 운동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일상생활 속에서 도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역사정의를 실천하는 다양한 활동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 후속 조치로 경기도의회는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를 지난달 29일 제351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조례는 일본제국주의가 국권을 침탈한 후 경기도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조사해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청산함으로써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주요 내용으로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추진 계획과 사업, 예산 지원과 추진 부서, 일제잔재청산위원회 설치 및 운영, 협력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더 이상 친일 잔재 청산을 미룰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친일 잔재 청산은 도민, 시민과 소통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친일 잔재 청산은 대부분 관(官) 주도로 이뤄졌다. 물론 민간단체,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진행됐지만 시민들과는 괴리가 없지 않았다. 우리 일상에 남겨진 일제 잔재 문화를 스스로 찾고 청산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일제 잔재어부터 청산해 보자.

소중히 지켜내야 할 우리나라의 민족정신과 역사·문화들

성주현 1923 제노사이드연구소 부소장

<2021-05-23> 경기일보

☞기사원문: [광복 76주년, 우리가 몰랐던 친일 잔재 알리기] ‘일제 잔재 청산’ 조례 만들어… 76년 민족의 치부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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