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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신문] 일제잔재 청산, 지속적 실천운동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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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친일잔재 청산 관련 조례 발의… 2019년 9월 18일
도내 유·무형 문화유산 대상, 잔재 조사연구 용역… 지난해 4월 완료
이재명 경기지사, ‘2021년 경기도 친일청산 원년’ 선포… 청산 박차
생활 속 무형의 잔재 주목… 실질적 실천운동 확산 노력

▲ 경기도는 도청 신관 4층 대회의실에 걸린 역대 도지사 액자 가운데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1대 · 2대 · 6대 · 10대 도지사의 액자 밑에 친일 행적을 부착했다. (사진=경기도 제공)

우리가 일제잔재를 청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고유문화가 불순한 의도에 의해 훼손되거나 왜곡, 심지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받아들인 문화가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화를 위한 민족문화말살 정책에 따라 강압적으로 주도면밀하게 주입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한국인이 ‘싸움이나 잠꼬대까지 일본어로 하는 상태’를 만들어내고자 했다는 말이 있을까.

일제잔재 청산의 문제는 이제 ‘지속적인 실천운동’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더 이상 간헐적인 지적과 막연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 나갈 것인가 하는 방향성과 대상의 채택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 경기도가 지난 3월부터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 120개소에 대한 알리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경기뉴스광장 제공)

경기도에서 일제에 의해 훼손된 문화 복원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된 것은 지난 2019년 9월 18일이다. 이 조례는 일제에 의해 도에서 사라진 우리 고유의 문화를 복원하고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항 규정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1조를 통해 명시했다.

또한, 4조에는 도지사가 실태조사를 할 수 있고, 전문성과 인력을 갖춘 연구기관이나 법인 또는 단체에 이를 의뢰해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사업의 경우 일제에 의해 훼손된 문화 연구, 문화 복원 및 청산, 문화에 관한 출판물 발간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관리와 교육·홍보, 전문 인력 육성 등을 가능하도록 했다.

경기도는 곧바로 친일 목적으로 제작된 도내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 잔재 조사연구 용역에 돌입, 2020년 4월 완료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분야 일제잔재 청산 공모 사업, 친일문화잔재 기록보관소 구축 및 활용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경기도가 실시한 ‘새로운 경기도 노래’ 작곡 공모전에 총 1084곡이 참여, 이를 선정할 도민심사위원단을 모집했다. (사진=경기도 제공)

당시 용역에서는 일제강점기(1905년~1945년 8월)에 형성된 생활문화 속 친일잔재에 대해 시공간적 범위와 용어 및 개념 정의, 이에 따른 자료 수집과 조사 연구를 통해 친일 인물 257명, 친일 기념물 및 송덕비 161개, 친일 인물이 만든 교가 89개, 일제를 상징하는 모양의 교표 12개 등 일제잔재를 밝혔다.

이 가운데 대표적 친일잔재로 경기도가(京畿道歌)와 춘원 이광수의 기념비가 꼽혔다. 수십년 동안 불려진 경기도가가 친일파 이흥렬이 작곡한 것으로 드러나자 도는 발빠르게 공모를 진행, 도민들의 참여 속에 ‘경기도에서 쉬어요’라는 새로운 경기도 대표 노래를 탄생시켰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21년을 경기도 친일청산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 철저한 조사와 준비작업을 통해 잔재청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이 노래는 매일 아침 경기도청 청사에 울려퍼지고 있다는데, 마치 우리에게 하루 한 번씩 ‘친일잔재, 일제잔재는 꼭 청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31일 송년 제야행사에서 처음으로 공개, 올해 시무식 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보였다는 점도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2021년을 경기도 친일청산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조사하고 착실하게 준비한 뒤 가열차게 추진해 나가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경기도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박힌 친일문화 잔재 청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일제잔재의 유형은 크게 인적·물적 잔재, 유형·무형의 잔재, 친일 잔재, 민족말살정책의 산물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들 중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문제들임에 틀림없다.

▲ (사진=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아카이브 포털서비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인적·물적 잔재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에 부역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포함해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맺어져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기득권을 유지한 ‘친일파’, 그리고 그들이 형성한 친일재산을 말한다.

또 일제가 침략전쟁과 식민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조성한 시설물과 선전 조형물 등 유형의 잔재와 장기간 식민지배 하에서 오염된 정신문화와 훼손된 전통문화 등을 일컫는 무형의 잔재가 있다.

이와는 별개로 그들의 행위와 주장을 미화·옹호하는 논리와 기념사업 등 친일잔재, 일제에 의해 의도적으로 파괴 멸실된 문화와 원형이 손상된 건축 문화유산 등 민족말살정책의 결과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 ‘매일신보’ 1933년 10월 26일자. ‘조선잠업계(朝鮮蠶業界)의 은인(恩人) 미야하라(宮原) 씨 동상 건립(銅像 建立), 31일 성대한 제막식 거행’. (사진=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아카이브 포털서비스)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무형의 잔재’로, 그 중에서도 제대로 알지 못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거나 왜곡돼 전해지고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삼아 소개하려 한다.

특히 생활문화 속 잔재들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짚어보고, 실질적인 실천운동으로까지 확대시킬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예컨대, 일제식 생활잔재로 분류되는 ‘삼베 수의’의 경우 언제부터 쓰였는지, 그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전문가들과 함께 자세히 알아보고,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한반도에 마을굿 대신 일본의 국체관념인 신사신앙을 이식하기 위한 정책이 본격화된, 1936년 이후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될 것이다. 물론 보존이냐 철거냐를 놓고 논란이 많은 건축물이나 기념비 등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이 심혈을 기울여 진행 중인 ‘2021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추진 민간공모 지원’ 1차 사업으로 선정된 단체들 가운데 프로그램을 선별, 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도 갖게 될 것이다.

말그대로 부지불식간에,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의식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일제잔재는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명확히 알고 없애기 위한 노력들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고유문화의 정통성을 찾고, 그 위상을 올바로 정립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는 안 되는 일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또한 기대해본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2021-07-25> 경기신문

☞기사원문: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기획시리즈] ②일제잔재 청산, 지속적 실천운동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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