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마당]
기억하니까 사람이다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사람이길 포기했다
우리 애가 저깄어요
우리 애가 저깄단 말예요
울부짖는 엄마 아빠들의 소리를 듣다가
잠시 가슴이 멍해지다가
슬그머니 일상으로 돌아갔다
저 멀리 아프리카 초원
사자들에게 동료들을 밥으로 내주고
아주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는
내일도 모레도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얼룩말이 되어 버렸다
아니 우리는 그들만도 못했다
적어도 그들은 서로 뜯어먹지는 않았다
기울어진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이 사태를 해결할 최고책임자는 오리무중이고
그 흔적을 지우려 혈안이 되고
응급환자를 두고 현장구조 지휘관이라고
헬기를 먼저 타고 가서 목숨을 잃게 하는
자식 잃은 부모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이런 야만적인 짓은 초원에는 없었다
마침내 사람이 되고자 기억을 하고자
노오란 옷을 입은 엄마 아빠들이 앞장섰다
그날이 한없이 부끄러운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백명 천명 만명 십만명 백만명이 되고
마침내 천만개 촛불이 되고
천만도 넘는 노란 리본이 되어
부끄러움을 뒤덮고 기억을 살려내 갔다
기억하니까 사람이다
기억해서 다시는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사람이다
이제 그 기억의 공간을 부수려는 자
기억의 흔적을 없애고
기억의 조작을 방조하려는 자
우리 어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랴
기억하니까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