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독립운동가로 홍보되고 있는,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조부와 증조부와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돼 논란입니다.
최 후보 측은 조부의 독립운동 사실은 명백하다고 주장하는데요.
과연 그런지, 뉴있저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이 문제 취재한 양시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자, 먼저 최재형 후보 부친이 독립운동가로 알려졌는데 이건 캠프 쪽에서 나온 얘기인 거죠?
[기자]
확인해 보니까, 최재형 후보 본인 입에서 조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등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다만 후보 캠프에서는 미담 사례의 하나로 독립운동가 집안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최재형 후보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링크된 영상을 먼저 보시겠습니다.
[최재형 TV : 독립운동가 최병규의 손자입니다. 최병규 선생은 독립운동자금을 확보하고 전달하는 일을 맡으며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정부에서 표창장을 수여하려 했지만, 국민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거부했다고 합니다.]
캠프에서 직접 제작한 영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후보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고요.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도 지난달,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환영하는 논평에서 최 씨의 조부가 독립운동가였다고 말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정경희 / 국민의힘 의원 : 최 전 원장의 할아버지 최병규 선생은 강원도 평강 출신 독립운동가입니다. 춘천고보 3학년 재학 중 순종 황제가 승하하자 상장 달기에 앞장섰다가 퇴학당했습니다. 이후 만주로 건너가 조선인 거류민단 대표를 맡는 등 독립운동에 앞장섰습니다.]
[앵커]
이 정도면 캠프와 당에서도 최 후보 선친의 독립운동에 대해 충분히 홍보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군요.
대선 예비후보와 관련된 문제이니 검증해 봐야 할 텐데, 양 기자가 취재해 보니 어떻던가요?
[기자]
네, 최 후보 증조부와 조부가 일제 치하에서 면장과 면협의회 회원을 한 전력이 자료에 남아 있는데요.
먼저 증조부부터 보겠습니다.
최 후보 증조부 최승현 씨는 1917년, 조선총독부 기관지죠. 매일신보의 평강분국 분국장을 지낸 전력이 있습니다.
분국장을 지내다가 1918년에 평강군 유진면 면장에 오르는데요.
3.1운동 당시에도 면장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후 인근 고삽면장까지 포함해 이 지역에서 면장직을 1936년까지 지냈습니다.
18년 넘게 면장을 지낸 것이죠.
전부 친일 기관지, 매일신보에 소개된 내용이고요.
‘조선총독부 직원록’에도 증조부의 이름은 여러 차례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조부인데요.
증조부의 면장 임기 마지막에 조부도 매일신보에 이름을 올립니다.
바로 1935년, 아버지가 면장으로 있는 유진면의 면협 의회원으로 당선됩니다.
요즘으로 치면 지자체 의원 정도로 볼 수 있는데요.
참고로, 최 후보의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조부의 형, 그러니까 최 후보의 큰할아버지도 함께 면협 의회원을 지냈습니다.
최 후보 조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년 뒤에는 강원도 도회의원에 입후보합니다.
하지만 낙선했고요.
이후 다시 면협 회원에 당선됩니다.
정리하면 증조부는 평강군에서 면장을 20년 가까이 지냈고, 아들인 조부는 면협 의회원을 2차례 역임했고, 도회 의원까지 도전했다, 이 점이 사료에 남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러면, 면장과 면협 회원을 지낸 전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인데요.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의 설명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수현 /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책임연구원 : 최승현이라고 하는 인물이 평강 지역에 오랫동안 면장을 했어요. 대단한 거죠. 지역의 유력자라고 볼 수가 있는데 그런 걸 바탕으로 해서 그 아들인 최병규 최병열. 이 두 사람은 면협회 회원까지 됐단 말이에요. 이 면협회 회원이라는 건 뭐냐 하면 면장의 자문 기구인데 일제 협력 기구라고도 볼 수가 있는 거죠.]
[앵커]
면장과 면협 회원은 일제에 협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인데요.
단순히 직책뿐 아니라 친일에 가까운 행적도 기록에 남았다고요?
[기자]
네, 앞서 정 의원의 언급에서도 나왔지만, 만주에서 조선 거류민 단장을 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을 도왔다는 게 최 후보 캠프의 주장입니다.
최 후보 부친 회고록에도 나오는 내용인데요.
하지만 당시 기록을 보면, 최 후보 조부는 오히려 독립운동이 아닌 일제에 협력한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먼저, 1938년 매일신보를 보면, 최 후보 조부의 미담 기사가 하나 소개됩니다.
부친의 회갑축하 연회비를 절약해 20원을 일제 국방비로 헌납했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군수 월급이 130원 정도라고 하거든요.
20원이니까, 고위직 공무원 월급의 6분의 1 정도.
중요한 부분은 일본이 이를 미담으로 조선총독부 기관지에 소개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전쟁비용이 필요했던 일본은 조선인들에게 국방헌금을 강요했는데요.
아버지 회갑 비용을 아껴, 앞장서서 국방비를 낸, 훌륭한 헌금 사례로 소개한 것이죠.
또 하나는, 최 후보 조부는 만주국 해림촌으로 넘어가서 조리원이라는 직책을 맡습니다.
이 역시 일제 치하에서 촌장을 돕는, 부촌장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 부촌장을 지내는 동안 최 씨의 이름이 만선일보에 여러 차례 거론됩니다.
만선일보는 매일신보처럼, 만주지역 대표적인 친일 신문인데요.
최 씨가 만선일보 해림지국 개소에 축하 광고를 띄웠고요.
또 조리원, 즉 부촌장에 취임한 뒤 인사차 만선일보를 방문했다는 것도 기사에 소개돼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 설명 이어서 들어보시죠.
[박수현 /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책임연구원 : 만선일보라고 하는 것은 만주지역 최대의 친일 신문입니다. 한글 신문이기도 하고. 거기에 만선일보 해림천 지국 해림 지국 발전을 축하하는 광고를 내요. 최대 친일 신문인 만선일보의 기사 내용을 보면 부친이 부친의 회고록에 주장하는 그런 만주 지역에서 독립자금을 모집했다, 이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그런 얘기다.]
[앵커]
이에 대한 최 후보 캠프의 해명이 나왔나요?
[기자]
네, 최 후보 측은 조부와 증조부의 이 같은 행적에 대해 대부분 몰랐던 사실이라고 답했는데요.
해명을 정리해봤습니다.
조부의 면협 의회원 역임 사실과 도의회 의원 출마 사실, 또 국방헌금 20원 납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조부의 독립운동을 증명할 수 있는 보관 자료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조부의 독립운동은 부친에게 들은 내용이고, 할아버지께서 동맹휴학을 주도해 제적당했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당시 면협 의회원 역임이나 도의회 출마, 또 국방헌금 납부자를 모두 친일파로 여기는 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최 후보 캠프 쪽에서 유일하게 독립운동의 근거로 주장하는 게 조부의 동맹휴학 부분인데요.
확인해보니, 당시 춘천고등보통학교 재학시절 조부가 ‘맹휴’를 주도해 제적당한 건 사실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맹휴가 일제에 대한 저항인지, 단순히 구타를 일삼은 교사에 대한 저항인지는 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점은, 고교 시절 맹휴 이후의 행적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수현 /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책임연구원 : 그 이후의 행적을 보면 독립운동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런 행적이고 그리고 평범하게 산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면협 의회원 그다음에 도의원 출마했고, 국방헌금 냈고 이거는 일제의 협력행위거든요. 이런 걸 가지고 독립운동했다, 이렇게 부르지는 않죠. 그런 주장대로라면 한때 독립운동을 했던 이광수, 최린, 김활란 이런 사람들도 독립운동가가 되는 거죠. 우리는 그들을 독립운동가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친일파라고 부르죠.]
네, 오늘은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 가문의 친일 논란을 다뤘는데요. 앞으로도 뉴스가 있는 저녁 ‘가보니’에서는 여·야 대선 주자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 기자, 고생했습니다.
YTN 양시창 (ysc08@ytn.co.kr)
<2021-08-12> YTN
☞기사원문: [뉴있저] 최재형 조부 독립운동?…”친일 행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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