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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제징용 조각상에 일본인 모델 썼다고?…법원 “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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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반일종족주의 저자, 작가에게 손해배상해야
근거없는 추측으로 강제징용 추모 운동가 명예훼손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를 표현한 조각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한 <반일 종족주의> 저자에게 법원이 조각상 작가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이태우 부장판사는 조각가 김운성·김서경씨 부부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지난 29일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김씨 부부가 제작해 일본 단바망간기념관과 서울 용산역 등에 설치한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상에 대해 2019년 페이스북·유튜브를 통해 수차례 ‘강제동원 노동자상 모델은 일본인’ ‘강제동원 노동자상은 역사왜곡’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씨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이다. 또 ‘위안부와 노무동원 노동자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모임’을 만든 인물이다. 이에 김씨 부부는 ‘이씨의 허위 주장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냈다.

이우연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재판부는 이씨의 ‘일본인 모델설’에 대해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김씨 부부가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진 속 (일본인인) 인물을 참조하거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에 대한 근거는 이씨의 추측뿐이다. 사진 속 인물과 이 사건 노동자상은 야윈 체형과 상의 탈의, 짧은 하의 외에는 별다른 유사점을 찾아보기 어렵고, 이 같은 유사점은 ‘강제로 동원되어 탄광 속에서 거칠고 힘든 삶을 살았던 노동자’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형상이다”고 했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공익을 위한 발언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제작됐는지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강제징용이 있었는지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이씨는 일제의 조선인에 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 사건 노동자상이 상징하는 바를 부인할 필요성” 때문에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씨의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발언으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김씨 부부의 명예와 인격권이 상당한 정도로 훼손됐다”며 김씨 부부에게 각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김씨 부부를 대리한 이상희 변호사는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등 일제에 의한 인권 침해를 부정하며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인권침해를 되풀이하고 있는 반일 종족주의 집필진을 비롯한 역사부정론 세력에 일침을 가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길윤형 기자 shin@hani.co.kr

<2021-09-30> 한겨레

☞기사원문: 강제징용 조각상에 일본인 모델 썼다고?…법원 “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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