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자료 톺아보기 30]
추석에 떡을 금지한다 – 경고문
• 강동민 자료팀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한여름의 땡볕을 이겨내고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수확의 계절인 가을. 달이 유난히도 밝은날에 우리는 풍요를 기리면서 햇곡으로 빚은 송편과 각종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이때는 오곡이 익는 계절로 모든 것이 풍성하고 즐거운 놀이로 밤낮을 보냈기 때문에 늘 이날처럼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빼앗긴 들에서 수확한 곡식으로는 풍성한 추석을 보내기 어려웠다. 1943년 9월 3일자 <경고문>을 통해 식민지 조선인이 어떻게 추석을 보내야 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경고문>은 1943년 추석을 맞이해 상주군 유도회와 상주군, 국민총력상주군연맹, 상주경찰서가 침략전쟁시기 전시생활 지침을 내린 문서이다. 5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고문>은 1. 매일아침 궁성요배와 정오 묵도를 할 것, 2. 8월 15일 추석제사에는 절대로 떡을 장만하지 말 것, 3. 비용을 극도로 절약하고 관혼상제시 새 옷을 만들거나 떡을 절대 만들지 말 것, 4. 8월 15일, 기타 명절에는 새 옷을 절대로 만들어 입지 말 것, 5. 국민개로운동에 순응하여 부녀자의 옥외운동을 힘쓸 것(단, 몸뻬를 착용할 것) 등이 적혀 있다.
‘절미운동, 추석에 떡하지 맙시다’, <매일신보> 1939.9.25.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인 <매일신보>가 ‘시국의 급박함’을 내세워 쌀을 아끼기 위해 추석에 떡을 하지 말 것을 선전하고 있다. 또한 경성부윤,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 이사 등 각계 인사들의 독려 메시지도 함께 기사화했다.
조상에 대한 제사 대신 ‘천황’을 위한 기도와 햇곡으로 장만하는 음식에 대한 금지, 명절에 일을 강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제는 ‘고도국방체제’를 표방하면서 산업별·지역별로 각종 통제조합과 영단(營團)을 조직해 민간부문의 경제와 의식주를 극단적으로 통제했다. 전쟁이 확대되면서 한반도 곳곳의 지하자원과 해양자원 그리고 삼림을 통제해 전쟁자원으로 동원했으며 농촌을 대상으로 쌀부터 건초에 이르기까지 군인과 군마가 먹을 식량은 물론 각종 군수물품을 저인망식으로 훑어갔다. 그리고 ‘부락’ 단위로 책임생산량을 할당해 농민들이 굶어죽든 말든 할당량을 강제로 빼앗아갔다.
그 결과 조선 농민들의 풍요로운 추석날 떡방아 찧는 소리는커녕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