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원서 내달 6일 제막식
비문에 ‘본인 의사 반해’ 명기
일본 나가사키에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진다.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가 건립을 추진한 지 약 30년 만이다.
후쿠오카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20일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다음달 6일에 위령비 제막식이 열린다고 밝혔다.
미국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8월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약 7만4000명이 사망했다. 이 중 최대 1만여명이 조선인으로 추정된다. 공업 지역인 나가사키에 일제에 의해 강제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등이 원폭에 희생된 것이다.
히로시마시에는 1970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평화기념공원에 세워졌다. 매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날인 8월5일 평화공원에서 위령제가 열렸지만, 나가사키에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없었다.
원폭 희생자들은 1990년대부터 나가사키 위령비 건립을 추진했고, 2013년에는 재일본대한민국단 나가사키본부와 후쿠오카총영사관, 한국후쿠오카청년회의소 등이 건립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나가사키시는 강제 징용 관련 비문 내용과 위령비 디자인을 문제 삼아 건립 허가를 거부해왔다.
위령비 건립위원회는 시 당국을 설득한 끝에 지난 3월 부지 제공을 승인받고 올해 여름 건립 허가도 받았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된 비문에 시 당국이 반대한 “강제징용”이라는 표현 대신 “본인의 의사에 반해”라는 표현을 넣기로 하면서다. 대신 영문 위령비 안내문에는 ‘강제로 노역했다’(forced to work)는 표현을 넣었다. 후쿠오카총영사관은 “나가사키위령비 건립을 통해 전쟁과 피폭의 역사를 후세에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징표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윤나영 기자
<2021-10-20>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