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족에 통보 없이 합사…뒤늦게 소송 나서
[앵커]
일제 강점기 때로부터 아직 해방을 맞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전쟁에 동원됐다 숨진 2만 명 넘는 한국인들이 일본의 전쟁 범죄자들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에 갇혀있습니다. 유해나 이름을 빼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상남 씨의 아버지 최판룡 씨는 1941년 일본측에 의해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최상남/야스쿠니 무단 합사 피해 유족 : 학교에서 (아버지가) 보고 싶으면 가만히 책갈피에… 군대 갔다는 소리는 못 하고 그렇게 사진을 가지고 다녔어요.]
그런데 수십년이 지난 뒤 아버지가 A급 전범들과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상남/야스쿠니 무단 합사 피해 유족 : 늦었지만 내 고향 산천에 (아버지를) 모실 수 있게 돌려주시고…]
또 다른 피해자 박남순 씨.
박씨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그는 뒤늦게 아버지의 야스쿠니 합사 증명서를 확인하고 고인을 그곳에서 빼달라는 싸움에 나섰습니다.
[박남순/야스쿠니 무단 합사 피해 유족 : 지금 식민지가 끝난 지가 언젠데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거기 갇혀 있잖아요.]
합사 피해를 입은 유족이 2001년부터 일본을 상대로 진행했던 소송은 번번이 기각됐습니다.
일본 측은 “야스쿠니신사는 종교시설”이라고 핵심을 피해 갔습니다.
또 “일본 정부는 합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는 이와 다릅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야스쿠니에 한국인의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지적합니다.
[남상구/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 : (야스쿠니신사에) 누구를 합사할 것인지 회의를 하는데 구 해군성, 육군성 관계자가 오는 겁니다. 일본 정부 관여 없이 합사가 불가능했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일본 법원은 합사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참을 수 있을 정도라는 등 자의적인 판단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물질적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희자/야스쿠니 무단 합사 피해 유족 : 우리 가족은 지금도 해방을 맞은 게 아니라는 거죠.]
위자료도 ‘1엔’으로 정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던 항소심 재판은 다음달 도쿄에서 재개될 예정입니다.
(화면제공 : 민족문제연구소)
(영상디자인 : 김윤나)
<2021-11-25>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