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학교 내 친일잔재 청산 토론회’서 지적… 문제적 교화·교목·교가 다수
경남지역 학교 교화·교목·교가에 친일 잔재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차별·시대착오적 표현이 담긴 교훈과 교가도 적지 않았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대표 전진숙)는 ‘학교 내 친일잔재 현황 조사’에 이어, 21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가진 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진숙 대표는 발제를 통해 “친일잔재는 반드시 청산돼야 하고 이를 통해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만 우리가 원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2019년 경남지역 970여개 초중고교를 전수조사했고, 이번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교훈·교화·교목·교가를 살폈다.
일왕 상징 금송이 교목… 학교에 친일 잔재 수두룩
‘교화’ 가운데 연산홍, 국화, 벚꽃(벚나무)이 친일잔재라는 것. 연산홍은 일본을 원산지로 두고 ‘왜철쭉’ ‘일본철쭉’, ‘자산홍’으로 불린다.
연산홍이 교화인 학교는 구암초·석전초·합포중·석동중·용호고·창원여고 등 창원 23개교를 비롯해, 장재초·진주기계고의 진주 2개교, 아림초·가곡초·거창중·혜성여중·아림고의 거창 5개교, 동성초·사남초·서포중·곤양고의 사천 4개교, 하동 1개교(한다사중), 산청 1개교(산청고) 등 69개교다.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는 창원 9개교, 사천 1개교(서포초), 금곡초·대곡초·금곡중·진명여중·남중의 진주 5개교 등 27개교다. 일본 국화인 벚꽃은 창원 한일여고와 거제 둔덕중으로 총 2개교다.
가이츠카향나무와 히말리야시다를 교목으로 한 학교도 있었다. 가이츠카향나무는 일본제국주의 잔재로 조선 침탈의 상징인 나무다. 경남에서는 제황초, 칠서초, 묘산중이 이 나무를 교목으로 하고 있다.
히말리야시다는 ‘설송’ 내지 ‘개잎갈나무’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들어와 국내에 퍼진 대표적인 수종으로, 구암초 등 창원 10개교와 반성초·수곡초·진주교대부설초등·경진고의 진주 4개교, 산청 2개교(단성초·생초초), 거창 3개교(마리초·대성중·대성고) 등 총 42개교다.
‘일왕’을 상징하는 금송을 교목으로 한 학교는 창원북상초와 양산웅상중의 2개교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교화·교목이 모두 친일 잔재인 학교는 구암초·해운초·가포초·벽방초·부림초·제왕초 등이라고 했다.
2019년 조사 당시 ‘교가’도 친일잔재가 많았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 작가·작곡자와 친일행적으로 논란인 사람이 지은 교가가 많다는 것이다.
창원 온천초·내서중·경상고, 김해 한림중, 합천 남정초, 함안중은 친일행적이 뚜렷한 조두남이 작곡한 교가이고, 창원기계공고는 친일작곡가 이흥렬이 만든 교가다.
또 밀양 사포초는 친일작곡가 이재호, 함양 안의중은 <반도학병의 노래> 등을 작곡한 임동혁, 의령중은 국방헌금 모금을 위한 음악보국대회릉 연 현제명이 작곡한 교가다.
마산공고는 <우리는 제국 군인> 등을 지휘하는 등 친일행적이 있는 김성태, 진해 남산초와 밀양초 등 6개교는 <만주의 찬가> 등을 연주했던 김동진, 의령중은 학도병일본권설대 활동을 했던 최남선, 창원 경상고는 동시 <지원병을 보내며>를 썼던 이원수, 하동 횡천초는 ‘황국시민으로 결의’ 등 글을 썼던 이윤기가 작사한 교가다.
또 거창 중앙고와 대성고 등 9개교는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3·15의거를 폄훼했던 이은상, 진주여고·통영 두룡초 등 15개교는 유치환이 작사한 교가였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변화가 파악됐다. 산청 경남간호고, 남해 해성고, 창원 용남초·대산중, 거창 중앙고는 친일인사의 교가를 바꾼 것이다.
진진숙 대표는 “교가 등 조사하며 느낀 것은 대부분의 친일인사들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그러한 인연으로 지역의 교가 만들기에 참여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건설의 역군” “배움의 처녀”… 성차별·구시대적 표현도
성차별적이거나 현시대에 맞지 않는 교훈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대표적으로 “아름답고 착하며 부지런하자”, “성근·극구·화중”, “참되게 하자. 바르게 하자. 깨끗하게 하자”, “진선미”, “참되고 알뜰하며 아름답게”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성차별적인 내용이 있는 교가가 많다. 대표적으로 “대한의 건아”, “겨레의 건아”, “새시대의 딸”, “줄곧 싸워라”, “알뜰히 부덕을 닦자”, “창공을 보라 우리의 앞길은 양양하도다”, “어여쁜 대한의 아가씨”, “살찐 벌판의 젖가슴 한복판에”, “진선미 추구하는 아름다운 모습”, “우람찬 포부남”, “아담한 몸차림”, “배움의 처녀”, “현모양처 거울되어” “땀흘려 봉사하세”, “소녀의 몸 공손히 배워” 등이다.
현시대에 맞지 않는 교가는 “새나라의 용사로 태어난 싹들”, “갈매기 희롱하는 고요한 바다”, “조국은 부른다 새나라 새일꾼”, “대한 학도들”, “역군이 되어”, “호국의 터전”, “건설의 역군”, “자라서 횃불이 되자 구마산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네 나사백 나무처럼”. “억센 몸 녹부바위 뭉개 갈고 닦은 재주는 나라의 보배”, “젊은 학도야”, “새마을 향기 높은 큰들의 남쪽’ 등이다.
전진숙 대표는 “나라에 충성하고 성실한 일꾼이 되자는 계몽적인 내용이고, 인재를 양성하여 나라를 발전시키는 개발시대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내용이며, 모교 제일주의와 경쟁주의 이념을 부추기는 내용이 많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학교의 가사는 변하지 않았다. 옛날에 개교한 학교나 이후 세워진 학교라 하더라도 교사의 가사나 리듬은 비슷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창원 웅천초와 창원여고는 올해 교가의 가사를 바꾸기도 했다.
전진숙 대표는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친일잔재 청산과 관련해 교육청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소통구조와 지원을 해야 하고, 학교 친일잔재 제거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감독과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학부모들이 친일잔재에 대해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과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진해 신항초교와 산청 간디고의 교가를 바람직한 사례로 소개했다.
남재우 창원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이 ‘학교 내 일제잔재 청산 사례와 방향’라는 제목으로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일잔재 청산 활동을 소개했다. 이후 박계정 경남교육청 담당자와 전윤희(사천여고)·부숙현(김해봉명초) 학부모가 토론했다.
김영진 경남도의원은 “일제 잔재를 일부러 사용하거나 유지했다기 보다는 우리의 무관심 혹은 무지 속에서 일상에 잔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저 민족적 차원의 증오와 원한으로 끝날 게 아니라 군국주의, 제국주의, 파시즘을 반대하고 인류 평화와 공존을 기원하는 민주적 자각이 바탕이 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성효(cjnews)
<2021-12-21>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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