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요.
춘천시가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친일 행적을 보인 인물과 관련 시설물 등을 조사한 용역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내년 예산안에는 이 용역 결과를 활용하는 사업이 빠져 있습니다.
이재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앙계단을 오르면 마주하는 강원신사 출입문.
그리고 총을 멘 채 문 양쪽을 지키는 일본 헌병들.
해방이후 일본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사는 사라졌지만 원형은 비교적 잘 남아있습니다.
강원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이 한옥은 일제 강점기 친일 행위로 자작 작위까지 받은 민영휘의 무덤을 관리하기 위해 지어진 묘막입니다.
춘천시가 올해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용역 결과 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일붑니다.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13명을 포함해 춘천과 관련된 인물이 35명이 넘는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또, 친일잔재 시설물이나 기념물, 일제강점기 건립된 시설물 26점이 적시됐습니다.
[오동철/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 : “(설문조사에서) 시설물에 대한 정확한 이력같은 것을 적어서 이 사람들이 친일파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후대에게 알려야 된다. 이것이 73%정도고요. 철거해야된다는 것은 23%정도. 보존해야된다는 것은 당연히 없죠.”]
이렇듯 용역 결과는 나왔는데, 정작 활용 방안은 어정쩡합니다.
춘천시는 일제 강점기 친일의 내용을 담은 노랫말을 쓴 전력이 있는 작사가의 노래비를 건립하고 이를 매년 관리해 오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를 활용할 사업비는 내년도 당초 예산에도 빠져 있습니다.
[안효란/춘천시 문화콘텐츠과장 : “우리지역 학생들에게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알려줄 수 있는 교육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지난해 친일 문학가의 시비를 철거하고 땅에 묻어버리기도 했던 춘천시.
민족 정신을 알리는 발걸음이 멈추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KBS 뉴스 이재경입니다.
촬영기자:임강수
<2021-12-27> KBS
☞기사원문: 친일 청산 역사바로세우기, “용역은 나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