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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뉴스] 김해현충시설 친일 잔재 시비·노래비 교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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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삼계동 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 뒤편에 세워진 모윤숙 시인·박시춘 작곡가의 작품비석이 보훈대상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으로 교체된 모습. 이현동 기자

철거 약 3주 걸쳐 지난달 완료
“세부내용 결정하느라 다소 지체”
보훈대상자 이름 새긴 비석 세워
시설 전반 개·보수 작업도 진행

김해 삼계동 김해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 뒤편에 세워져있던 친일시인 모윤숙(1910~1990)·친일작곡가 박시춘(1913~1996)의 작품 비석이 모두 철거됐다. 해당 비석에 새겨져 있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친일파 문학인으로 알려진 모윤숙 시인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최초로 알려진지 약 6개월 만이다.

김해시 시민복지과는 모윤숙 시인이 쓴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와 박시춘 작곡가가 작곡한 노래 ‘전우여 잘 자라’의 가사가 적힌 비석 철거 작업을 약 3주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달 10일 모두 완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시와 경남동부보훈지청·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김해시지회가 업체 선정, 예산 규모, 일정 등 세부내용을 함께 협의했다. 이들은 시각적인 통일성, 상징성을 염두에 두고 문제가 된 비석(시비 2칸·노래비 1칸)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다른 시비 2칸까지 총 5칸을 철거·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또 교체 작업을 하면서 글자 수정, 페인트칠 등 김해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 시설 전반을 개·보수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이 비석들이 철거된 자리에는 보훈대상자 230명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새로 세워졌다. 6·25 참전용사 20명, 월남전 참전용사 26명, 보국수훈자 184명 등이다.

공사 예산은 총 1970만 원이 소요됐다. 국가보훈처의 현충시설 보수비 2000만 원을 지원받은 덕에 시비는 들어가지 않았다.

시민복지과 관계자는 “작품비를 교체하는 자리에 어떤 내용이 새겨진 비석을 세울지, 누구의 이름을 새길지 등 세부내용을 신중하게 결정하느라 다소 시간이 지체됐다”며 “이제 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는 우리나라를 구한 영웅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현충시설로서 오래도록 그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친일 문학인들의 작품이 새겨진 비석이 철거됨에 따라 김해시의 일제 잔재 청산 작업도 다소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의회는 지난해 6월 지역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조사·연구·청산해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내용을 담은 ‘김해시 일제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 제정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는 현재 지역 내 일제 잔재를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던 이광희 시의원은 “전수조사에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끝나는 대로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이번에 친일인물들의 작품비가 철거·교체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앞으로는 단순히 없애기만 하기보다는 ‘다크 투어리즘’의 일환으로 관련 역사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청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쓴 모윤숙 시인은 2002년 8월 ‘친일문학인 42인’ 명단에 포함됐으며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그를 ‘친일인명사전’에 공식 등재했다. 태평양 전쟁(1941~1945) 중 여러 친일단체에 가입해 일본에 협력하고 ‘호산나 소남도'(1942), ‘어린날개-히로오카(廣岡) 소년 학도병에게'(1943), ‘아가야 너는-해군 기념일을 맞아'(1943), ‘내 어머니 한 말씀에'(1943) 등의 친일시를 발표하는 등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시춘 작곡가 역시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으며 같은 해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됐다. ‘혈서지원'(1943), ‘목단강 편지'(1941), ‘아들의 혈서'(1942) 등 10여 곡의 군국가요를 작곡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2022-01-25> 김해뉴스

☞기사원문: 김해현충시설 친일 잔재 시비·노래비 교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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