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재일조선인단체사전 1895~1945』 출간
연구소가 10년여의 작업 끝에 <재일조선인단체사전 1895~1945>를 펴냈다. 연구소가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제시기 사전 편찬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의 <일제협력단체사전국내중앙편->, 2009년 <친일인명사전>, 2017년 <일제식민통치기구사전-통감부·조선총독부편->에 이어 네 번째로 내놓은 일제시기 전문분야 사전으로 재일조선인단체를 집대성한 최초의 사전이다. <사전>은 일제시기 일본에서 발족한 재일조선인단체 551개의 연혁과 활동을 수록하고 있다. 존립 기간이 불분명하거나 짧아도 1차 사료에서 관련 인물과 활동 내용이 확인되면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사전>에는 실로 다양한 성격을 가진 단체가 망라되어 있다. 일제의 통치에 저항했던 독립운동 계열의 단체가 있는가 하면 일제의 통치에 적극 협력한 친일 성향의 단체도 수록되어 있다. 설립 목적에 따라 구분하면 정치·사회·경제·문화·종교·사상·교육·노동·친목·상조단체로 구분되는 단체들이 들어가 있고, 실행주체에 따라 구분하면 청년·학생, 노동자, 실업자, 임차인 단체 등으로 구분되는 단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사전>에는 일본의 관제조직 또는 어용단체였던 각종 융화·친일 단체, 협화회·교풍회 등과 전쟁협력 단체들도 수록되어 있다. 일본인들이 주도해서 조직한 일본의 관제조직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관제단체를 통해 당시 일본의 재일조선인정책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이들 조직 안팎에서 전개된 조선인의 대응을 밝힐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제단체도 수록대상에 포함해 주요 인물과 활동, 연혁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전>에 나오는 인물 중에는 조선과 일본은 오가며 활동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잘 알려진 인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본에서만 활동한 경우가 많아 생소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사전>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재일조선인들의 활동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역사 연구에 새로운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재일조선인들의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발굴 보훈의 기초자료로서 가지는 의미도 적지 않다.
덧붙여 부록에는 당시 재일조선인들이 조직한 단체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일제당국이 조사한 2천 7백여 개의 재일조선인 단체를 표로 만들어 수록했다. 이 표는 전체 단체를 <사전>에 수록된 단체와 미수록 단체로 구분하고 다시 지역별로도 분류하고 있어, <사전>이 전체 단체들 가운데 어느 정도를 다루고 있는지, 당시 단체들의 지역적 분포는 어떠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권말에는 인물별, 단체별 색인이 들어가 있어 찾고자 하는 것을 좀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이번 <사전>의 발간은 연구소의 주도 하에 한일 공동 편찬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재일조선인에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 활동가, 시민 등 38명과 연구소에서 조직한 편찬팀이 뜻을 함께하고 집필자로 참여했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재일조선인사 연구자인 미즈노 나오키 교토대 명예교수, 히구치 유이치 고려박물관 전 관장이 일본 측 편찬위원장을, 한국의 대표적 연구자인 김광열 광운대 교수가 한국 측 편찬위원장을 맡아 <사전>의 집필 및 감수에 힘을 보탰다. 이렇듯 이번 사전 발간 작업은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협력해 완성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일제 시기에도 한일 민중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했으며, 민족을 넘어서 다함께 힘을 모아 전제 권력에 저항했다.
치열했던 연대투쟁의 역사는 오늘날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나아갈 길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전>의 발간은 한일 시민 연대의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조한성 출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