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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친일파가 이순신 장군 동상 제작…“새로 건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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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용두산공원에 1956년 설치
조각가 김경승 친일 행적 예술인
일제에 헌금…친일인명사전 등재

28일 중구 용두산공원 내 충무공 이순신 동상. 여주연 기자 yeon@

28일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이곳에는 부산에서 하나 뿐인 충무공 동상이 부산항을 바라보고 있었다. 1955년 제작하고, 1956년 설치된 이 동상은 길이 3.8m 폭 3.8m 높이 12m로 웅장함을 느끼게 했다. 동상 뒤쪽의 붙은 머릿돌에는 이 동상을 만든 조각가가 김경승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조각가 김경승이 친일 행적의 예술인이라는 점이다. 김경승(1915~1992년)은 조선총독부가 후원한 ‘결전미술전람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일제 찬양 작품인 ‘대동아 건설의 소리’를 출품한 바 있다. 또 친형 김인승과 함께 ‘조선미술가협회’라는 대표적인 친일미술단체로 활동하면서 전시회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국방헌금으로 내는 등 일제에 협력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김경승을 미술 분야 친일파로 등재했다.

김경승의 손을 거친 조각품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전국 곳곳에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조각으로 남겼는데, 광복회는 서울 남산 백범 김구 동상을 비롯해 4·19민주묘지 4월 혁명기념탑, 경남 통영 이순신 동상 등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2003년 서울 도산공원 안창호 동상, 2010년 남산 안중근 의사상, 2015년 국회의사당 이순신 장군상이 각각 교체되기도 했다.

김경승의 작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북 정읍시는 최근 김경승이 만든 전봉준 장군 동상(1987년 설치)을 철거하고 재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민단체와 학계의 지적으로 시작된 동상 재건립 움직임은 동상재건립추진위원회의 노력으로 기금을 조성해 오는 5월 동학 인본주의를 표현한 ‘불멸, 바람길’로 재탄생한다.

그러나 반세기 부산을 상징한 곳에 있던 용두산공원 이순신 동상은 아직 이런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부산대첩 430주년으로, 부산대첩기념사업회가 북항에 기념 공원 조성을 제안하는 등 추모 열기가 뜨겁지만 친일 조각가의 이순신 동상 문제는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있는 것이다.

관련 단체는 철거를 촉구했다. 부산대첩기념사업회 이영활 이사장은 “국민 정서에 반한다면 공론화를 거쳐 새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무공 서적 ‘임인년 부산 프로젝트’ 저자 오용섭 씨도 “일본의 침탈 야욕을 깨부쉈던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친일 작가가 만들었다면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부산대첩 430주년을 맞아 북항에 광화문 이순신 동상 수준으로 재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상 철거보다는 안내판을 세워 조각가의 친일 행정을 알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복회 권병관 부산지부장은 “근본적으로 철거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하지만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철거한 후 재건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대신 동상 옆에 안내판을 세워 국민에게 친일 행적을 알리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광복회의 요청에 따라 과천 서울대공원 내 김성수 동상과 노천명 사슴 시비에 친일 행적 안내판이 설치됐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2022-02-28> 국제신문

☞기사원문: 친일파가 이순신 장군 동상 제작…“새로 건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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