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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식민지 조선 최고의 슈퍼스타’ 남인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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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팟캐스트 <역사를 발견하고 상상하라 미래를>

보통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나 현상을 찾아내는 것에 ‘발견’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렇다면 역사를 발견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약간의 생경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역사라는 거대한 개념을 ‘발견의 대상’으로 두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아 보이기도 한다. 차라리 “역사 속에서 ‘○○’을 발견하라”고 썼다면 이견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 지난 3월 15일 새로운 닻을 띄운 팟캐스트, <역사를 발견하고 상상하라>(이하 역발상)는 바로 이런 물음들에 착안했다.

▲ 팟캐스트 “역발상” 커버 이미지 ⓒ 민족문제연구소

역사: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총체(總體)

‘역발상’은 첫 에피소드로 식민지 조선의 대중예술인 남인수(南仁樹, 1918〜1962)의 생애를 다룬다. 남인수는 1936년 19세의 나이로 데뷔, 타고난 미성(美聲)과 물 흐르는 듯한 창법, 뛰어난 외모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 모은 식민지 조선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그가 남긴 히트곡은 <애수의 소야곡>, <울며 헤어진 부산항>, <낙화유수>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으며 1962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발표한 곡들은 1000곡을 넘어간다. 가왕(歌王)을 넘어 ‘가황(歌皇)’이라는 칭호가 따라붙는 인물인 것이다. 이에 ‘역발상’ 또한 이 지점을 먼저 주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식민지 조선에서도 “길거리를 걸어 다니기 힘들만큼”의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 남인수라는 인물이 존재했었다는 것. ‘역발상’은 남인수에 대한 민중들의 사랑, 뛰어난 실력,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존재사적 의의 등에 대한 설명들이 충실하게 이어간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전시총동원체제의 억압 속에서도 민중의 문화적 욕구와 감성이 생동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역발상’이 청취자에게 제안하는 첫 번째 발견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곧 반전이 일어난다. 대중예술인으로서의 남인수를 어느 정도 이해하려던 찰나, ‘역발상’은 친일행위자로서의 남인수를 이야기한다. 실제로 남인수는 <이천오백만 감격>, <혈서지원>, <그대와 나> 등 수많은 군국가요 녹음에 참여했으며 일제협력단체였던 ‘조선연극문화협회’가 주관하는 무대에서 전쟁선전 공연을 하기도 했다. ‘역발상’ 오디오에서는 남인수가 절창(絕唱)했던 군국가요 <이천오백만 감격>이 흘러나온다. 그걸 듣다보면 대중예술인 남인수에 대한 이미지는 빠르게 쇠락한다. 단순히 ‘스타’로만 기억하기에는 고민해야 될 여지가 생겨버리는 것이다. ‘역발상’이 제안하는 두 번째 발견지점이다.

▲ 민족문제연구소와 유정천리가 공동 제작한 음반 <군국가요 40선>. 남인수 등 친일예술인들이 부른 군국가요들을 들어볼 수 있다. ⓒ 민족문제연구소

사실, 여느 콘텐츠 같았으면 이 지점에서 ‘남인수=친일행위자’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을 것이나 여기서 또 한 번의 발견을 청취자들에게 권유한다는 점에서 ‘역발상’만의 묘미가 있다. 남인수의 친일행위 자체는 비판받아야 마땅한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 남인수라는 인물을 규정짓지 않겠다는 것. 그 세 번째 발견지점은 ‘인간’으로서의 남인수다. 남인수의 생애는 해방 직후 이념대립, 한국전쟁, 반공독재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는 1948년 이승만 정권이 제정한 <국가보안법>의 압제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인물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인수는 좌익 문화조직과 관련이 되었다는 이유로 서울시경 사찰과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그런가하면 그의 곡 <여수야화>는 정부와 다른 입장에서 ‘여순(麗順)사건’을 다루었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처분을 당했다.

▲ 남인수의 곡 <여수야화>가 판매금지되었음을 알리는 <경향신문>(1949.9.3.) 기사. 기사는 <여수야화>가 “가사에 있어 불순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민심에 악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서” 판매를 금지하였다고 적고 있다.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남인수는 복잡한 가족사로도 유명하다.남인수에게는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월북한 친형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월북한 친형 최창도(남인수의 본명은 ‘최창수’)의 딸, 그러니까 남인수의 조카는 훗날 북한에서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그 조카가 바로 ‘북한의 이미자’라고 불리는 인민배우 ‘최삼숙’이다. 이런 측면에서 남인수에게는 국가권력의 압제와 이념대립, 분단의 비극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민중’으로서의 면모도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해당 에피소드 게스트로 참여한 대중음악연구자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는 다양한 각도에서 한 인물의 생애를 살펴보는 작업들이 “그 시대의 원(源) 풍경을 충실히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복잡한 이야기를 복잡한 그대로 이야기함으로써 한 사람이 직면했던 선택의 문제들”을 깊이 고민해볼 수 있다고 집었다. ‘역발상’ 시즌1의 특집을 담당할 이준희 교수(성공회대)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과거의 모습을 풍부하게, 전체적인 접근을 해가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본 기사에서는 남인수에 대한 에피소드만을 소개했지만 ‘역발상’은 앞으로도 근현대사, 특히 식민지 시대와 해방 전후사를 중심으로 밀도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 팟캐스트 ‘역발상’ 녹음 현장(왼쪽부터 노기환MC,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 이준희 성공회대 교수) ⓒ 최우현

결론은 당신의 몫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이해, 해석에 대한 부분은 때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를테면 같은 식민지 시대라고 하더라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그것을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회·이념적 측면에서 그것을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각각의 결론들이 존재한다. 즉, ‘어떤 것을 발견했다’고 우리를 설득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들은 전문적인 역사연구와 조사를 발전시켜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한쪽 측면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역사를 바라보면 치우친 결론이 나오기 십상이다. 식민지의 다층적 억압구조를 무시한 채 경제적 측면만 부각하여 식민지근대화론을 내세운 『반일종족주의』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팟캐스트 ‘역발상’은 특정한 발견으로 매듭지어지는 결론들을 조심스럽게 유보해보고자 노력한다. 최대한 풍부하게 논의 지점을 제시하되 ‘어디까지나 결론은 당신의 것’이며 그것이 뭐든 ‘발견하고 상상하라’고 말하고 있다.

*팟캐스트 ‘역발상’ 링크: https://www.podbbang.com/channels/14024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민족문제연구소 월간지 <민족사랑>에도 함께 기고될 예정입니다.

최우현(minjokorkr)

<2022-03-22>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식민지 조선 최고의 슈퍼스타’ 남인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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