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양주승 대표기자] (사)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지부장 박종선)에서 부천시는 역곡안동네 친일파 박제봉이 살았던 오래된 집이 일제 잔재라고 지적하면서 지역에 남아 있는 일제잔재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민문연 부천지부는 22일 성명을 통해 “2021년 역곡안동네 친일파 박제봉이 살았던 오래된 집(역곡동 165번지)이 부천시향토문화재 심사에서 탈락되었으며, 경기도와 부천의 ‘일제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에 의해 일제잔재가 되었음에도 그 어떤 행정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천도시공사가 역곡 안동네 아카이브즈 구축 보도자료를 내면서 친일파 박제봉의 집 사진을 실었다”고 지적하면서 ” 이는 부천시와 부천시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함에 따라 나온 결과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부천지부에서는 2020년에는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공모사업에 지원하여 친일파와 독립운동가의 엇갈린 삶_웹툰 ‘한 시대, 다른 삶‘을 제작하여 부천지부 홈페이지(minjok21.kr)에 게시하고 경기도 관내 2400여개 초중고에 도록을 보급하였으며, 2021년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추진 공모사업(후원-경기문화재단)에 선정되어 <생활 속 항일음악 음원제작>을 완료하여 부천지부 홈페이지(minjok21.kr)에 게시하고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를 통해 각 교육지청과 초중고에 보급하는 등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민족문제연구소 성명서 전문
부천시는 지역에 남아 있는 일제잔재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설치하라
우리는 과거 100년 동안 일제침탈, 식민지배, 독립․항일운동, 해방, 분단, 6.25전쟁 등 수많은 어려움을 거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여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해방이후 일제에 부역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과 일제잔재에 대한 청산을 이루지 못한 가슴 아픈 역사도 함께 가지고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의 가치관과 민족의 정기를 훼손하였기에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미래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해방이 된 후 59년만에 노무현정부에서는 2004년 ‘일제강점기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을 통해 1,005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발굴하여 공개하였으며, 민간에서는 1991년 설립된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18년간의 노력으로 『친일명사전』을 제작. 출간하여 4389명의 친일파 명단을 공개하였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어둡고 숨기고 싶은 아픈 역사를 드러내고 단죄함으로써 다시는 이 땅에 위기가 찾아올 때 나라와 민족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일제청산은 일제부역자 중심의 인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유무형의 일제잔재로 확대되었다.
우리 부천에도 일제잔재는 존재하였으며, 지속적인 노력으로 조금씩 해결해나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일제잔재는 상동의 “시와 꽃이 있는 거리”에 있는 친일문인들의 작품이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서정주의「국화옆에서」 와 「동천」, 주요한의 「샘물이 혼자서」, 노천명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네 개의 작품은 부천지부의 문제제기로 2018년 9월 철거되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에는 부천시립합창단이 “신춘음악회 한국가곡, 봄을 노래하다”라는 제하로 2019년 3월 15일 부천시민회관에서 공연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대표적 친일 음악인들인 김동진, 홍난파, 현재명, 조두남, 이흥렬, 김성태 등의 곡이 포함되어 있어 부천지부는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항의하여 친일 음악인들의 작품을 전부 제외시켰다. 그리고 5월말에는 부천시의회 앞 화단에 있던 이원수 작사, 홍남파 작곡의 「고향의 봄」 노래시비도 치워졌다.
작년에는 우리 부천시를 뜨겁게 달구였던 이슈가 바로 역곡 안동네 친일파 박제봉이 살았던 집의 부천시 향토문화재 지정에 관한 심사였다. 이 집은 2020년 11월 경기도지정문화재 지정 신청 예비 심의에서 변형으로 문화재 가치가 미흡하다는 결과를 받고 부결 탈락된 전력이 있었으며, 2021년 7월에 진행된 부천시 향토문화재 심사에서도 탈락되었다. 우리 부천지부는 친일파 박제봉이 살았던 집을 일제잔재에 해당되므로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단죄비(斷罪碑)를 세우고, 일제잔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천도시공사는 역곡 안동네 아카이브즈 구축 보도 자료를 내면서 친일파 박제봉의 집 사진을 실었다. 부천시 산하기관인 부천도시공사는 부천의 대표적인 일제 잔재를 보도 자료의 사진으로 낸 것이다. 부천시 공무원들의 일제 잔재에 대한 무관심과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어 이러한 참사를 부른 것이다.
작년 4월 경기도의회에서는 <경기도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안>을 그리고 8월 부천시의회는 <부천시 일제잔재 청산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조례들의 목적은 우리 생활 속에 있는 일제잔재를 조사하고 발굴하여 시민들에게 알려 역사인식을 확립시키고 애국정신을 함양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조례는 있으나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으니 좋은 조례를 만들어도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며, 시민들의 비판을 받을 뿐이다.
우리 부천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제 잔재가 여러 개 있다. 현재 부천시립심곡도서관이 위치한 곳에는 일제강점기에 소사신사(심곡본동 555-76)가 있었으며, 경인고속도로 도당교사거리 앞 여월동 1번지 일대에는 오정신사가 있었다. 일제는 신사참배를 통해 내선일체, 황국신민화를 강요하였으며 동시에 민족말살 정책을 추진하였다. 지역의 적극적인 부일 협력자들은 여기에 거액을 기부하였다.
또한 옛 소사구청자리 일대에는 광산용 착암기를 제작하던 일흥사(日興社)가 있었다. 일흥사는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군수용품을 제작하였다. 그 당시 서울의 집 한 채가 1,000원 정도 였는데, 일흥사의 자본금이 그 당시 100만원이었다고 하니 크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부천은 급속한 도시화와 경제 발전으로 개발이 되면서 옛 모습을 많이 잃었고 지형이 바뀌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풍경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 남아 있는 역사와 일제 잔재는 연구되고 발굴되어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부천시는 우리 지역 내에 존재하는 일제 잔재를 조사.연구하여 자료를 정리하고 동시에 안내판을 설치하여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려고 하는 소극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선제적이고, 그리고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일제 잔재 청산의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또한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들 또한 <부천시 일제잔재 청산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촉구한다.
<2022-03-23> 부천타임즈
☞기사원문: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역곡안동네 박제봉 고택 ‘친일파’안내판 설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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