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진짜 독립운동은 반제민족해방투쟁” (2) –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펴낸 임헌영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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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짜 독립운동은 반제민족해방투쟁” (2)

–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펴낸 임헌영 소장

 

지난 1월 17일 연구소 회의실에서 임헌영 소장의 신년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 <통일
뉴스> 이계환 기자와 이승현 기자가 배석하였다. 1월 25일 <통일뉴스>에 게재된 임헌영 소장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전재한다. 이 자리를 빌려 전재를 허락해준 <통일뉴스>에 감사드린
다. – 편집자주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공동대표들은 2020년 9월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종전 평화 집중행동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평화선언 서명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공동대표인 임헌영 소장. [자료사진-통일뉴스]

● 아쉽긴 하지만 선생님의 문학평론가로서의 부분은 일단 이걸 마무리하고 이제 사회활동가로서의 부분으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이 책을 보니까 선생님께서 혁명가들을 얼마나 존경했는지 작가들 사이에서 그런 별명이 나오는데. 구중서는 구중서와 레닌의 합성어인 ‘구닌’, 백승철은 ‘백게바라’, 그리고 선생님은 ‘임스트로’. 아마 카스트로를 연상시키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카스트로라고 불릴 만한 이유 같은 게 있었나요.

◦ 뭐 그렇지는 않은데, 좋아했죠. 왜냐하면 바로 미국의 턱 밑에서 혁명을 일으킨다는 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걸 성공했잖아요. 그건 놀라운 세계사적인 사건입니다. 그 혁명이 일어난 게 1959년 아닙니까. 우리는 1960년대 4.19 뒤에 대학을 다니면서 제3세계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낫세르 같은 혁명도 있고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카스트로의 경우에는 그중 호지명과 쌍벽을 이루는, 우리 같은 사회에서는 선망의 지도자이죠. 그런뜻에서 그랬던 거 같아요.

● 이 책에서 선생님의 의식과 삶 이런 걸 보게 되는데, 문학적으로 한정한다면 문학평론가보다는 소설가나 시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 어느 한편으로는 그걸 넘어서 사회활동가, 실천가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의 직업이랄까 이것을 문학평론가로 일단 중심을 잡았거든요. 막 팽개치고 실천을 하러 나가는 마음이 일지는 않으셨습니까?

◦ 체질에 안 맞고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이미 청소년 시절에 그렇게 정했어요. 나는 집안 신원조회로 인해서 정치가나 관료가 안 되니까 그런 건 아예 포기하고 그냥 자유롭게 글이나 쓰는 게 제일이다. 재밌고… 그러다보니까 정치나 관료 되는 건 아예 선을 그어놓고 안 들어갔고. 들어갔으면 훨씬 더 위험해졌겠죠. 그건 저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커서 보니까 우리시대에 훌륭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탁월한 정치 지망생들이. 그래서 저는 그 보좌역. 쉽게 말하면 훌륭한 정치가가 있으면 그 사람에게 내 생
각을 많이 이야기해줘서 우리나라를 바로잡는 데 내가 기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다리>지에 들어갔잖아요. 그런 게 포부였습니다.

● 그 당시 상황으로 보면 핵심인 김상현 의원을 <다리>지에서 만나 굉장한 역할을 한 거에요.

◦ 그럼요 저 나름대로는 상당히 잘했다고 봅니다. 다만 김상현 의원이 나중에 디제이하고 좀 거리가 생기면서 개인으로 볼 땐 불행해졌죠. 불행한 말년이었는데 아쉬운 대로 할 수 없죠.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 선생님께서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활동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당시 박정희 유신체제 시대이고 비합법 활동, 반체제 활동을 하다 잡히면 그냥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남민전 활동을 했거든요. 뭔가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신념이라고 할까요.

◦ 제가 1974년에 문인간첩단 사건으로 징역을 살고 나오니까 대학강사도 못해요. 교수는 당연히 못하는 거고 강사도 못하고 공직에 완전히 문이 닫혀버렸어요. 신원조회 때문에도 안 되지만 이게 추가되니까 더 안 돼요. 참 할 일이 없어요. 출판사 직원도 하고 번역도 하고 이렇게 살아가는데 민주화운동이 앞이 캄캄해요. 지금 박정희가 죽고 나니까 ‘그때 죽을 줄 알았다’, ‘그때는 유신말기였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다 거짓말입니다. 내가 그냥 논쟁도 할 수 있어요, 누가 그얘기하면. 그때는 아무도 못 나섰어요. 3월 1일 명동구국선언이 있었고, 노동자들이 나왔지, 지식인들은 그냥 다 숙이고 있었죠. 그때 송건호 선생님한테 물어봤어요. “일제 때와 지금이 뭐가 다르고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과 지금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이 누가 더 훌륭하냐”고 물었더니 “독립운동이 더 훌륭하다”고 그래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송건호 선생님 대답이 “일제 때는 일본이 영원히 갈 줄 알았다. 그런데도 생명 버리고 했다. 그게 위대한 사람이다”라는 거죠. 유신 독재는 박정희가 죽으면 끝난다. 아무리 건강해도 앞으로 세월이 흐르면 그건 죽을 거다. 죽으면 끝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그때 우리는 모이면 박정희가 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정말로 그랬어요. 그 당시 엘리트들도 ‘우리 힘으로 무너뜨릴 수 없다’. 워낙 감시가 심하니까. 그 당시 우리가 셋만 모여도 전부 요시찰 인물인데. 그래서 ‘이제는 민주화운동도 지하조직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을 때 누가 ‘민주투쟁국민위원회’(남민전 산하 조직)를 지하로 한다고 하니까 그래서 한 거죠. (중략)

● 선생님 책을 보면 각 장마다 다 의미가 있지만 특히 12장에서 ‘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을 다룬 부분이 독특하고 인상적입니다. 선생님은 이 책에서 “독립운동이란 뭐냐.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이다”, 이렇게 쉽게 말씀하셨어요. 지금 한반도는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일본 제국주의 또 미국 제국주의 이런 흐름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 현실로 와서 제국주의 최고 우두머리인 미 제국주의의 특징이랄까, 행태 이런 것들을 한번 설명해줬으면 합니다.

◦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를 평가하는 기준이나 이런 게 학자들마다 다 일리가 있고 연구도 많이하고 참 고맙고 저도 참고를 많이 하는데, 독립운동이라는 개념 설정이 안 돼 있어요. 이건 아마 제가 처음 제기하는 것 같은데, 여러분들이 보고 앞으로 참고삼았으면 좋겠어요. 원래 독립운동이라는 것은 민족해방운동입니다. ‘내셔널 리버레이션 스트러글’(National Liberation Struggle). 그리고 모든 나라의 독립운동은 처음에 한 건 반제국주의 그렇죠. 반제국주의 민족해방투쟁 혹은 운동이에요. 반제민족해방운동이거든요. ‘반제’가 제일 먼저 들어가요. 그런데 우리나라 독립운동 평가에서 반제는 떨어져 나가버렸어요. 그냥 독립운동, 항일독립운동이 된 거죠. 반제라는 술어 대신에 항일을 갖다 넣는 거예요. 그러니
까 보훈처에서 그 심사 기준이 ‘사회주의자는 안 돼’라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독립운동의 개념도 모르고 하는 정의에요. 그건 친일파 대통령 박정희가 만든 독립운동의 개념이지. 그 개념을 학자들이 물론 반대해요, 비판도 하고. 민주화 이후에 ‘사회주의도 독립운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민주화 됐다고 많이 바뀌어졌어요. 사회주의자도 들어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주를 달기를 북에 고위 관리를 지낸 사람은 안 된다는 거예요. 그 사람이 아무리 북의 고위 관리라도 이거는 반제민족해방운동이거든. 그건 평가해 줘야죠. 그게 제 주장이에요. 어쨌거나 독립운동 개념을 고쳐라. 보훈도 그렇게 해
라. 이 개념으로 다시 평가해라. 그리고 반제국주의를 못하고 일본 학생하고 싸움했다고 하는 거
는 독립운동 중에서도 가장 말단입니다. 진짜 독립운동 한 사람은 반제민족해방투쟁이어야 돼요. 그것도 무장투쟁이 1등이죠. 그 다음에 일반 투쟁이 2등이고 그 다음에 문화운동이 3등.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같은 게 그 다음. 이렇게 순서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제일 중요한 걸 떼내 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복원이 잘못됐다고 보는거죠. 내 의견을 얼마나 들어줘서 누가 고쳐줄지 모르지만 결국은 우리가 제대로 된 민족, 제대로된 민중이라면 이런 가치관을 고쳐야 합니다.
그래야 독립된 나라에서 민중이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따라서 살 것 아닙니까. 우리가 반제라고하면 일본 제국주의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국주의로부터도 간섭을 안 받는다는 것이 그게 독립운동가 아닙니까? ‘일본만 물리치면 우리는 미국 식민지가 돼도 좋아’라고 하면서 독립운동 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 아니에요? 그걸 알아야 되는데 독립운동 정신은 간 곳이 없고 분단체제 하에서 나눠먹기식으로 훈장을 주는 병폐를 얘기한 거죠.

● 선생님의 ‘독립운동은 반제국주의 운동’이라는 논리가 통용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많이 여론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기준이 그래야 해요. 이제 제국주의 얘기를 했는데, 서양사나 우리나라 역사교육에 나는 별로 만족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있고 하는 것만 나열하는 것은 골치만 아파요. 근대 세계사는 제국주의 역사를 딱 보면 너무나 쉬워요. 아주 간단해요. 정리한다면 이런 거예요. 힘이 센 나라는 다 제국주의가 돼요. 근대 이전부터 포르투갈, 스페인. 이 나라들이 배를 제일 먼저 만들어 가지고 중남미까지 갔지 않습니까. 포르투갈, 스페인이 막 설치다가 이제 프랑스가 식민지를 많이 했죠. 그 다음이 영국이야. 영국이 압도적이죠. 세계 지도를 보면 유럽 강대국들이 자기 지역에서 가까운 나라부터 먼저 식민지를 만들어요. 중동, 동남아로 쭉 오거든. 그러니까 다 식민지가 되잖아요. 식민지 안 된 나라가 중국, 한국, 태국, 일본뿐이에요. 그 외에는 전부 식민지로 다 떨어졌어요. 사실 중국에 막혀서 우리도 서양 식민지가 안 되고 일본 식민지가 되어버렸죠. 중국이 워낙 크니까 거기서 더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틈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먹은 거거든요. 이렇게 가르치면 너무나 간단해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먹을 때도 그냥 안 먹었습니다. 자기 선배 제국주의들의 허가를 다 받았어요. 허가 받는 마지막결재자가 바로 미국이었어요. 태극기 부대들이 광화문에서 성조기 들고 아무리 해봤자 미국은 단 한 번도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독립에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주 잘못된 인식이에요. 미국은 정부차원에서는 일본이
조선을 먹으려 할 때 소위 말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이건 너무 유명하잖아요. 쉽게 말하면 필리핀은 미국이 먹고, 조선은 일본이 먹으라는 거 아니에요? 표현은 미사여구를 썼지만 그냥 서로 나눠 먹게 했단 말이에요. 만약에 미국이 그 허가를 안 했으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못 쳐들어 옵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이 러일전쟁이거든요.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탐냈잖아요.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했단 말이에요. 제일 처음에는 청일전쟁 그 다음에 영국하고 영일동맹 그 다음에 가쓰라-태프트 밀약. 그리고 마지막에 러일전쟁을 합니다. 러일전쟁을 할 때 오래 가면 러시아가 이기는 거예요. 일본이 그때 도저히 전쟁을 진행할 수 없는 거야. 러일전쟁 할 때 전 유럽이 다 일본 편을 들어줍니다. 심지어는 발틱함대가 아프리카를 건널 때 수에즈운하를 안 열어줬잖아요. 그래서 희망봉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이미 맥이 빠진 거
야. 음식은 다 썩어 빠지고 빵에서는 구더기가 새어나오고 말이죠. 그래도 러시아가 전쟁을 더 끌었으면, 그때 이미 일본은 전 국민이 패퇴해가지고 먹을 것도 없고 거의 항복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매를 누가 섰느냐. 그게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입니다. 이 대통령이 나와서는 러시아를 꼬드겨서 미국 포츠머스에서 회담을 중재하죠. 그 중요한 내용이란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손 떼고 한반도 감독권을 일본으로 넘긴다는 거예요. 러일전쟁의 휴전조약은 루즈벨트가 거기서 중재해서 맺은 거예요. 러일전쟁을 종식시켰다고 루즈벨트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아요. 그래서 내가 농담으로 루즈벨트가 받은 상금은 우리한테줘야 된다. 우리나라 팔아먹고 받은 평화상이 무슨 평화입니까. 우리는 식민지가 되는 길인데. 그리고 바로 일본은 제1차 합방을 맺어버렸잖아요. 그 다음 5년 뒤에 가쓰라-태프트 조약의 주인공이었던 태프트가 대통령이 되거든. 그러니까 일본은 1910년에 우리나라를 마음 놓고 합방해
버린 거죠. 이미 조약을 맺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역사책에 하나도 안 나오죠. 마치 선교사들이 와서 막 독립운동을 도와주었다고 써놓는데 선교사들은 개인적인 차원이고, 미국 정부는 이미 우리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거죠. 우리가 미국에 무슨 은혜를 입었는지 얘기해 봐요. 현대사에서 없어요. 8.15때 들어와서는 분단시켜 가지고 점거하고 있고. 제가 말하는 세계사나 한국사, 이런 걸 가르치면 학생들이 금방 역사의식을 가질 텐데 엉뚱하게 복잡하게 가르쳐요. 3.1운동만 위대한 것처럼. 독립도 못했는데.

● 제국주의에 대해서 관심이 굉장히 많은 것 같고 또 연구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욕심을 낸다면 그쪽으로 글을 쓰신다든지 하면 좋지 않을까요.

◦ 그럴 능력은 없고 다만 저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공부한 거예요.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는 근본 이유는 미국 때문”

● 선생님은 국제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잠깐 중국 얘기를 해보면 중국이 사회주의를 계속유지하면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그러는데, 중국 사회주의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봐요. 왜냐하면 만약 마오(쩌뚱) 혁명이 없었다면 중국은 갈기갈기 찢겼을 겁니다. 그 많은 소수민족이 각각 다른 나라를 만들어서 나라마다 아마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식민지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통일했잖아요. 한 나라, 한 민족을 만들었어요. 일단은 그런데서 긍정적이고 다음으로는 어떤 외세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그야말로 중국 인민의 힘으로 성공한 혁명이었단 말이죠. 그리고 그 상대인 부패한 장개석 정권을 대만으로 가도록 만든 게 마오 혁명이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 뒤에 많은 부작용 같은 게 있긴 있었죠. 그러나 부작용은 부르주아 정권에서도 다 있었어요. 그렇잖아요. 옛날에 다 굶어죽고 하던 걸 다 잊어버리고 그냥 중국에서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 굶어죽은 것만 가지고 따지면 안돼요. 옛날에 왕들이 정치할 때는 백성들이 얼마나 죽었는지 기록도 안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긍정적으로보고. 어쨌거나 중국이 제3세계의 그야말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왔잖아요. 미국과 괄목상대할 만한 위치에 간 것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봅니다.

● 중국 사회주의를 두고 지식인들 사이에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 같아서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 제가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보는 관점은 미 제국주의 문화에 세뇌된 관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가 싫어하는 지수가 상당히 퍼센트가 올라가거든요. 특히 좀 젊은 세대가 많이. 그건 말이 안 돼요. 그거는 우리나라 매스컴들이 미국이 한 그대로 따라하는 거거든요. 이건 정말 큰 문제다. 어떻게 우리가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도움을 주는 나라를 그렇게 야유조로, 무슨 멸시의 대상으로 보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봅니다.

● 국제문제에 이어서 이번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북미관계가 한국전쟁 이후에 70년이 넘었거든요.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과정들은 다 아실 테니까요. 근데 이게 진짜 안 되는 건지. 역사상 이런관계가 없지 않습니까. 전쟁을 겪었어도 평화조약을 맺고 어떻게든 나가는데 북은 안 되고 있습니다. 또 거기에 한국이라는 남쪽도 있어 가지고 간혹 북쪽과 민족화해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있는데 어쨌든 북미관계가 근본적으로 안 풀리고 있거든요. 왜 그럽니까?

◦ 미국의 책임이 있죠. 저는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라고 보거든요.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미국을 잘 몰라요. 저도 미국을 잘 모릅니다. 나라도 크고 세계의 온갖 머리 좋은 사람들이 다 모여가지고 어떻게든지 세계를 지배할 전략을 꾸미니까, 그런 것은 나 같은 머리로는 감히 간파할 수가 없어요. 저도 미국이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다만 내가 본 책이나 기록으로 볼 때는 우리가 미국을 참 모르고 있다, 아직도 그 전체를. 제국주의가 얼마나 심오하고 침략의 기교가 발달했는지 모르고 있다. 더 연구해야 한다. 본심을 알고 미국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한 가지입니다. 그 다음에는 한국전쟁 때 미군이 고문단을 놔두고 철수했다가 다시 왔잖습니까. 그때 중국어 기록을 보니까 마오 주석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미국은 앞으로 영원히 한반도에서 안 물러갈거다’라는 거죠. 난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마오는 미 제국주의의 본성을 너무 잘 알아요. 그러니까 미국은 그냥 영원히 안 물러간다고 보고 한반도는 아예 통일이 안 되는 걸 전제해서 인민지원군을 보냈다고 해요. 제가 본 미국은 그런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갈 사람들이고 자기들이 볼 일 없으면 우리가 바지를 잡고 ‘가시리 가시리잇고’ 노래를 불러도 갈 사람들이다.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기지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갈 수 없는 처지다. 그런 전제 없이 망상을 하면 안 된다고 봐요.

● 시간이 갈수록 더 공고화될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 미국이 그러면 영원히 있느냐. 방법은 하나 있어요. 남북한 우리 민족이, 적어도 남한 우리 국민들이 80% 이상만 다 반미하고, 그렇게 하려면 우선 정치지도자 대통령부터 80%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보죠. 대통령이 80% 이상 지지를 받으면 바람이 세죠.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회담 같은데서 그렇게
성공한 것도 그때 대통령 지지가 올라서 그렇다고 보거든요. 실패한 것도 지지가 내려가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봐요. 외교는 내치의 연장선이란 말이에요. 우리국민 전체가 반대하면 미국도 따라와요. 우리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나 그 나라 국민 전체가 반대하면 따라 오게 되어 있어요. 외세가 개입하고 싶어도 어렵죠. 우리가 그렇게 될 날이 언제 올까. 참 요원해요. 남한이 좀 그러더라도 북과 남이 딱 손잡는 망상을 해요.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제가 망상을 한다면 ‘미국이 아무리 싸움을 붙여도 남북이 그냥 우린 전쟁 안 하겠다’고 선언해버리면 평화협정은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전쟁 안 하겠다는데. 그런데 남한의 영향력도 부족하고 북도 남한과 그렇게 하기보다는 반드시 미국의 보장을 받고 싶어 하잖아요. 미국의 보장을 받는다는 거는 어떤 면에서는 미국이 굉장한 반대급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인데. 미국이 회담하기 전에 핵문제 뭐 어째라 하는 건 그건 안 한다는 뜻입니다. 만날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까 북이 안 만나는 거예요. 아니 세상에 무슨 회담이든지 만나서 토의하는 것이지, 만나기 전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회담이 어딨어요. 그런 건 외교관례상 아주 후레자식이나 하는 소립니다. 그게 무슨 외교입니까. 그래서 저는 미국이 저렇게 나오는 한 회담은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정당들의 과거가 어땠느냐는 걸 봐야지, 인물 하나만 보면 안 돼”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입니다. 그걸 4~5년간 해오면서 최근에 특히 종전선언 문제를 유엔에서도 얘기하고 또 미국과 문안 절충을 진행해서 많이 됐다는 얘기도 있거든요.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도움이 될까요.

◦ 중요성은 다 제고됐죠. 그리고 그동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과 맺었던 판문점에서 만났던 성과라든가, 평양 방문에서 선언했던 거라든가 그건 엄청난 성과입니다. 그 이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큰 성과라고 인정해 줘야 됩니다. 그때는 저도 정말 뭐가 좀 될까 하는 희망을 가졌어요. 근데 결국 최종 결정은 다 미국이 한단 말이에요. 그럼 숨길 필요도 없어요. 미국 때문에 힘들다. 그럼 우리가 말해버려야 돼요. ‘왜 이렇게 못하느냐’고 말하면 안 됩니다. 미국 때문에 못하는 거거든요. 지금 대통령은 충분히 의지가 있단 말이죠. 미국이 말 안 들으면 북이라도 문재인 정권을 인정해가지고 멋지게 이렇게 비밀 통로를 하든지해야 되는데, 대통령도 참 안 됐어요. 북은 북대로 안 되지. 미국은 미국대로 허락 안 해주지. 글로벌 종전선언 한다고 하지만 미국 허가 맡고 와서도 안 되잖아요. 제가 볼 때는 허가 맡고 왔는데 (미국이) 뒤에서 틀어가지고 북쪽과 거래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통제하고 군사 훈련은 하자고 하고. 쉽게 말하면 한국정부가 하도 조르니까 ‘그래 해봐’ 했는데, 간 뒤에는 ‘웃기네’ 하며 훼방 놓는 거예요. 웃기는 게 우리는 그렇게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다 하면서 일본도 참가시킬 기회가 있을 정도인데, 북은 외국인 하나도 없이 자기들만 무슨 무기 실험한다고 하는데 온 세계가 북만 욕을 하거든요. 거꾸로 생각해 봐요. 우리가 북한처럼 처해 있어서 거기에 소련군이 있고 우리는 미군도 없다. 그러면 우린들 그렇게 하지 않겠어요? 국가 자위 차원에서 해야죠. 그거 안 하면 그건 바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북이 저렇게 하는데 대해서 너무 언론이 호들갑떤다고 봅니다. (중략)

●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몇 년 전과 달리 최근에 청년세대-엠지(MZ)세대라고 그러죠. 이 세대가 정치의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거든요. 또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 이런 말도 있듯이 어차피 젊은 세대가 이제 우리 역사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엠지세대에게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 젊다고 다 올바르지는 않거든요. 젊은 사람이 더 나쁜 사람도 많아요. 그거는 지금만 그런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항상 그랬어요. 영감 세대라고 다 보수적인 것도 아니에요. 더 진보적이고, 더 전위적인 걸 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저는 전부 다 그렇게 너무 강조하지 말고 노장청(老長靑) 이게 비례가 돼야지, 젊은 사람들만의 나라도 아닙니다. 젊은 사람만 사는 나라입니까. 우리 같은 노인도 살아야죠. 그렇기 때문에 노장청 비례가 돼야 되고 다만 정책이 올바르냐, 그렇지 않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이제 우리나라 진보세력도 젊었을 때 진보였다고 영원히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죠. 진보도 타락하면 꼴통이 되는 겁니다. 책에도 그렇게 썼죠. ‘진보도 타락하면 꼴통이 되고 보수도 개혁하면 진보가 된다.’ 그렇게 바뀌는 건데 지금은 아쉽게도 우리나라 진보세력들이 너무나 꼴통화되고 있어요. 오히려 민주화의 장애가 되는 세력이 되고 있다는 걸 충고하고 싶어요.

● 마지막 말씀이 아주 여운으로 남네요. 오랜 시간 고맙습니다. 이것으로 임헌영 선생님과의 통일뉴스 신년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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