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0원짜리 동전 속에서 많이 본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입니다. 그런데, 이 초상을 그린 화가가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고, 그림 속 복장도 시대에 맞지 않는단 이유로 3년째 바꾸자는 논란 속에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이선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순신 영정을 걸어둔 사당 앞에서 오늘(28일)도 기념 행사가 열렸습니다.
대한민국 표준영정 1호인 이 초상, 그러나 지정해제 심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 영정을 그린 월전 장우성 화백이 지난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오르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일제가) 징병제를 기념한다든지, 미국과 영국 연합군을 격퇴하자는 미술대회 결전 미술전 이런 곳에 출품하게 만들었고.]
후손들은 적극적 친일매국 행위가 아니라며 반발하지만, 문화재청 현충사 관리소는 2010년 처음 지정해제를 신청했고, 당시 문체부는 ‘화가의 행적은 심의 규정에 없다’며 반려했습니다.
그러나 초상화 속 복장도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현충사는 2017년 또 한 번 지정해제를 신청했는데,
[권오창/화가 (표준영정 다수 제작) : 19세기의 옷을 착용하고 있는 게 아쉽고, 여기 있지 말아야 할 병부 주머니를 착용하고 있다든가 이런 것이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교과서는 물론 화폐까지 바꿔야 해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예상된단 겁니다.
재작년 6월, 현충사의 세 번째 신청에도 논의만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작년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원활하게 개최를 못 해서 올해는 한두 달 간격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논의사항이 많고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표준영정이란 위인들의 초상이 난립하는 걸 막기 위해 국가에서 지정하는 제도로, 1973년 이순신 영정을 시작으로 현재 단종 영정까지 100점이 지정돼 있습니다.
교과서부터 지자체 행사까지, 통일성을 마련한다는 취지지만 본 적 없는 위인의 얼굴을 정부가 정하며 제한을 두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해당 인물의 사진이 남아 있어도 논란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유관순 표준영정은 “10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여론에 따라 2007년 교체됐습니다.
문체부는 내일 이순신 영정 교체와 관련한 소위원회를 열고 추가 논의를 이어갑니다.
(VJ : 강성무 / 영상그래픽 : 김정은)
<2022-04-28> JTBC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