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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고분고분했으면 주교ㆍ추기경 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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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 52] 추기경하고 논쟁할 때나 신학교를 떠나올 때…

▲ 종교보다 민족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함세웅 신부 ⓒ 함세웅

그의 말과 글은 논리적이지만 매우 날카롭다. 사회적 강자와의 대화와 글에서 특히 그러하다. 상대가 아무리 높은 위치라도 할 말을 하고 기탄없이 잘못을 지적한다. 가톨릭 내부의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하여 김옥균ㆍ정진석 주교 등과의 갈등은 바깥사회에도 알려졌다. ‘갈등’이란 표현보다 고분고분하지 않는 ‘이의 제기’ 또는 ‘반론’이라 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이 집권한 얼마 후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다. 김승훈ㆍ김택암ㆍ안충석ㆍ문규현 신부와 함께였다. 김대중은 민주화운동의 동지이면서 ‘옥중동지’였다. 취임 초기 정부가 제2건국위원회를 준비하면서 참여를 요청했으나, 신부는 그런 데 들어가는 게 아니라고 사양했다. 다음은 청와대에서 직언한 내용이다.

인사에 대해서도 이렇게 언급했어요. “호남 분들을 잘 기용하는 것은 좋은데 대통령께서 쓰시는 호남 인사들은 사실 과거 정권 때 다 공직을 맡으신 분들입니다. 출신은 호남이지만 사실상 호남인들을 짓밟고 고통을 준 분들인데, 호남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다시 승승장구하게 하는 건 조금 잘못된 것 같습니다.

동진정책 쓰신다고도 하셨는데, 그런 영남이나 대구에서 민주화를 위해 애썼던 분들을 써야지, 김중권을 비서실장으로 중용한다든지, 정보부에서 인권탄압의 대명사였던 이용택 같은 사람들을 기용하는 건 안 됩니다. 우리가 참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외교 면에서 훌륭하시고 경제정책도 잘하신다는 평이 있지만, 많은 분들이 김영삼 대통령 때의 인사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불평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희들 마음이 참 아픕니다. (주석 1)

▲ 신학생 시절의 함세웅. ⓒ 함세웅

정진석 주교가 추기경이 될 즈음에 세간에는 함세웅이 김 추기경이나 교회안에서 세력이 있는 주교들에게 고분고분하고 반독재 투쟁을 접었으면 주교를 거쳐 추기경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이와 관련 언론인의 질문과 답변이다.

– 고위 사제가 되는 등 다른 길로도 갈 수 있었지 않았나.

“그런 가능성은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관료체제에 찌들고 어용화된, 지금의 저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저는 시대의 부름에 응답해서 그때 마다 최선을 다해서 동료들과 뜻깊게 보낸 것이 기쁘다. 하느님과의 바른 관계를 유지하자는 신학교 때의 초심을 늘 간직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지킨 것 같아서 감사하다.” (주석 2)

김 추기경과는 로마 유학시절부터 그가 로마에 오면 시중을 드는 등 좋은 관계로 시작되고 추기경도 그를 무척 아껴하였다.

위치와 역할은 다르지만 마음속으로는 한 시대를 같이했다고 생각해요. 추기경하고 논쟁할 때나 신학교를 떠나올 때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추기경님은 교구장으로 저와 위계관계에 있지만, 하느님 앞에서 한 형제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 안에서는 항상 형제애를 앞세우면서 대화해야 합니다.”

이러면서 제가 신학교의 문제점을 자세히 이야기했어요. 본인은 전혀 몰랐대요.

“몰랐으면 고치시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안 고쳐요. 그런 내용들로 서로 마음 아픈 대화를 종종 하고… (주석 3)

김 추기경과 사이가 벌어진 것은 시국(처세관)과 대처 방식에 있었던 것 같다. 함세웅은 유신ㆍ5공 체제는 가톨릭이 추구하는 하느님의 정의와 배치된다고 보면서 이를 거세게 비판하고 저항에 앞장섰다.

이전에는 추기경이 저희들이나 인권변호사들과 자주 만나고 상의했잖아요. 그런데 1990년 전후부터 추기경과의 접촉이 지속되지 않았어요. 이분이 은퇴하고 혜화동에 계셨는데 변호사들이 안 가신 거예요. 우리 쪽과는 접촉이 안 되는 사이에 추기경께 정보를 주는 이들이 맨날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니까, 뭔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어요.

촛불시위 할 때인가 추기경이 ‘시위는 안 된다’라고 한 발언을, 정치적 의도에 맞다고 신문들이 대서특필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고 몇 마디 반박했더니 <조선일보>가 크게 싸움 붙이고 이간질하고 그랬어요. (주석 4)

1991년 12월호 14일 <사목>이 특집으로 김남수(주교ㆍ주교회의 의장), 함세웅, 진교훈(서울대 철학과 교수), 김정수(신부, <사목>지 주간이 참석하는 “1990년대에 즈음한 한국천주교회의 실상”이란 주제로 대담하였다. 김남수 주교와 시국관, 노동문제, 교회의 역할 등에서 많이 부딪혔다. 함세웅의 주장이다.

대화의 초점이 흐려지는군요. 어쨌든 부분부분 부딪치는 것 같아 죄송한데, 성직자들의 본래 임무, 정치인들의 본래 임무를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 이면에는 기계적 선입견과 정직하지 못한 저의가 깔려 있습니다. 우선 고정된 관념과 선입견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구원은 보편성과 총체성을 지니고 있는 복음적 요구입니다. 때문에 모든 영역이 구원의 대상입니다.

만일 정치가 썩고 부패했다면, 정치적 영역을 제외한 인간 구원이 가능합니까? 정치적 영역이 바로 정화와 구원의 대상입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개인과 공동체가 보다 쉽고 완전하게 자기 완성을 이루게 하는 공동선 실현을 위한 보조적 장치입니다. 따라서 인권 구원은 정치 영역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 불의한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과 회개의 재촉은 교회가 지닌 예언자적 소망의 하나일 뿐입니다. (주석 5)

주석
1> 앞의 책, 545~546쪽.
2> 김종철, 앞의 글.
3> <함세웅 신부의 시대증언>, 376쪽.
4> 앞의 책, 375쪽.
5> <멍에와 십자가>, 403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삼웅(solwar)

<2022-05-28>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고분고분했으면 주교ㆍ추기경 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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