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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NEWS] “군홧발에 지옥 같은 시간”…“삼청교육대 4만 명 전원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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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구두 닦는 일로 돈벌이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 고성이 몇 차례 오갔는데 이를 본 한 중년 남성이 A 씨를 경찰서로 끌고 갔습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 A 씨 KBS와의 인터뷰

■ 이유도 모른채 끌려가…구타에 성추행까지

A 씨는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고 말다툼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런 A 씨에게 돌아온 건 경찰의 매질이었습니다. 흠씬 두들겨 맞고 있는 A 씨 주변엔 이유도 모른 채 끌려온 사람들 천지였습니다.

경찰서에서 하루를 보낸 뒤 호승줄에 묶인 채 버스에 몸을 실은 A 씨는 강원도 철원 삼청교육대에 도착했습니다. 소총을 든 군인들에 둘러싸인 A 씨와 일행들은 그날부터 군홧발에 걷어차이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A 씨 나이, 고작 18살이었습니다.

“하루도 맞지 않고 지나간 날이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잠을 잘 때 코를 곤다고 맞았고, 돌아누워 잔다는 이유로 맞기도 했습니다. 한겨울 실외에서 속옷만 입힌 채 세워놓고 찬물을 끼얹었는데 이때 움직이면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어린 입소자들은 조교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 삼청교육대 피해자 A 씨-

‘12.12’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군부세력은 집권 초기 사회 풍토를 해치는 범죄자 등을 소탕하겠다며 군 부대에 삼청교육대를 설치했습니다. 불량배와 범죄자들을 순화 교육시켜 사회로 돌려보낸다는 명분이었습니다.

■ 6만여 명 검거…범죄 무관한 시민들도 상당수

신군부가 내세운 검거 목표는 2만 명. 하지만 실제로는 6만여 명이 영장도 없이 검거됐습니다. 삼청교육대 강제 입소자는 4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군부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싸움했다는 이유 등으로 잡혀 온 시민들도 상당수였습니다. 당시 경찰서마다 배정된 검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범죄와 무관한 시민들까지 무분별하게 잡아들인 것입니다.

1988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 ‘삼청교육피해자법’ 제정했지만 소수만 피해 보상

2004년엔 ‘삼청교육피해자법’이 제정돼 피해 보상이 이뤄지는 듯했지만, 삼청교육의 피해자 범위를 가혹 행위를 당해 숨지거나 다친 사람들로 제한하면서 3,650명만 보상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2018년 대법원은 삼청교육의 법적 근거였던 계엄포고 제13호는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위헌·무효라고 결정함에 따라 삼청교육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강제 입소 자체가 위헌적이며 위법하다는 판단이었던 것입니다.

■ “입소자 전원이 피해자, 정부가 구제해야”

대법원 결정 이후 삼청교육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진실화해위원회는 삼청교육대 입소자 전원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정부가 이들에 대한 적절한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현재까지 극심한 신체·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삼청교육 피해자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권고도 내놨습니다.

이재승 진실화해위원 상임위원

진실화해위원회 이재승 상임위원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따라 삼청교육 피해자는 약 4만 명으로 늘었다”면서 “사회적 낙인이 찍힐까 피해 사실을 숨겨 온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삼청교육법 개정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written@kbs.co.kr

<2022-06-10> KBS NEWS

☞기사원문: “군홧발에 지옥 같은 시간”…“삼청교육대 4만 명 전원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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