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일본 상응조처 없는 양보는 안돼”
정부가 한-일 관계 교착의 원인이 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해 민관 협력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일본 쪽의 상응조처 없는 일방적 양보로 흘러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외교 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 등이 참여하는 참여하는 민관 협력기구를 구성해 조만간 운영하기로 했다. 협력기구는 이달 안에 구성되며, 단기간에 집중적인 토론을 거쳐 해법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협력기구 내부 논의 과정에서 피해자 단체와도 적극 소통한다는 방침이지만, 협력기구에 직접 참여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서울과 광주에서 피해자 지원단체와 대리인단 등과 접촉했지만, 협력기구 구성과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 찾기에 나선 것은 일본 쪽이 한-일 관계 개선의 전제로 이 문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대법원의 피해자 배상 판결 뒤 일본 정부는 “징용공(강제동원)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관련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위한 매각명령 관련 대법원 판결이 임박한 것도 정부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로 꼽힌다.
피해자 지원단체 등 시민사회에선 “어떤 형태로든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와 상응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쪽이 정상회담 등 외교적 성과에 집착해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배상은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이자 사법주권과도 직결된 사안으로, 정치적 흥정이나 거래의 대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2022-06-20>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