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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언론, 국보법과 친미라는 큰 틀에 갇힌 기이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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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연재 (03)] 사상 표현의 자유 억압당해 자신의 생사 문제 남의 일 보듯 해

한국은 국가보안법과 친미라는 큰 틀에 갇힌 특수하면서도 기이한 공동체라 할만하다. 남북 대치라는 상황 때문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통제, 억압받는 현상이 반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자연스런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그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다.

현 한반도 사태는 사실 한민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다들 발 벗고 나서서 그 해법을 찾고 실천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국보법 때문이다. 눈 번히 뜨고 위기를 감지하지만 어떻게 하면 전쟁을 방지해서 평화를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니 국내에서 생산되는 언론보도나 전문가 자료에서 그 해답을 찾기는 어렵다. 외국 언론의 객관적 보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한반도 사태의 현재와 그 미래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모습은 비참한 일이다. 언제까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면서 자신이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 마치 남의 일 보듯 해야 하는지 분통이 터질 일이다. 대외적으로 수치스럽고 그래서 화나고 창피한 일이다. 더욱이 미래 세대에게 동일한 현실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시할 때 현 한반도 사태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반도 사태는, 한미가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어놓은 것에 대해 북한이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맞장을 뜨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사태는 북한이 하는 일은 도발이요, 도전이지만 미국과 한국이 하는 일은 평화를 지키는 것, 침략에 대한 방어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북한은 숨 쉬는 것조차도 비판의 대상이 될 만큼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라는 선전, 심리전이 집중 실시되고 있다.

한반도 사태에 대한 해법은 중국이 제시하는, 한미의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이라는 형식으로 제기되지만 한미 두 나라는 한미와 북한의 행위를 동일선상에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외면하고 있다. 북한이 먼저 무릎을 꿇고 나오라는 주장만을 내놓는 형국이다. 현 사태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마치 점술가 같은 예언적 전망을 내놓지만 그것이 적중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관련 변수가 너무 많아서다.

국보법, 한미동맹 등에 대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결론 나와야

세상은 삼라만상(森羅萬象), 다인다과(多因多果)라 하듯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다각적인 포석이나 의미가 담긴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어 열심히 살피지 않으면 미궁에 빠지거나 중요한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다 해서 십인십색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와 가치 판단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과학도 사회가 다양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고 인간의 사고방식도 다양하다는 점을 출발선으로 삼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여러 견해가 펼쳐지고 다양한 해법이 자유롭게 펼쳐진다면 어떻게 될까? 즉 북한이나 미국, 한국의 잘잘못에 대해 툭 터놓고 까발리면서 견해를 좁히는 방식은 어떤가 하는 것이다. 국보법에 익숙한 시각에서 보면 이는 혼란스럽고 위험하다는 견해도 나오겠지만 집단 지성을 통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기존의 한미 동맹관계, 남북관계 등에 대해 여러 주장과 해법 등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 1948년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대 내각, 김일성 (맨 앞줄 가운데), 좌우로 최용건, 박헌영과 홍명희가 서 있고, 뒷줄 오른쪽 두 번째에는 김원봉이 서 있다.

국보법은 1948년, 일제 강압 해방과 남북한 별도 정부 수립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무리한 논리로 급조한, 그래서 오늘날 국제적으로 많은 지탄과 비판을 받는 악법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런 국보법이 21세기에도 통용되어야 하는 것은 비합리적, 비생산적이다. 지금은 남한은 경제력 세계 10위권 군사력은 6위권이다.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보유, 중국은 G2가 되어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남한과 수교하고 한국의 대중무역은 한국과 미국, 일본 것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일본은 재무장을 향한 극우 보수화로 치달으면서 전쟁 범죄 부인,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미래의 한반도 침략을 예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구촌은 나토와 미국 등이 주도해 신냉전시대로 치닫고 있다.

미국, 나토의 대러시아, 중국 전략에 한국이 상당 정도로 편입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념문제를 볼 때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는 수교하면서도 북한만은 안 된다면서 결국 하나가 되어야 할 한민족의 반쪽에 대해 상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은 남측 정부가 군사안보, 경제안보를 다 챙기기 위해 지구촌은 물론 동북아 정세를 다각도로, 깊이 있게 대단히 치밀하게 살피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국보법으로 좁혀 볼 때 일부 수구세력은 분단에 기생해오던 타성에 여전히 파묻혀 있고 얼치기, 사이비 진보는 그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변화된 지구촌에 눈을 가리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 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전,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 국보법은 철폐되어야 할 최악의 적폐다.

언론 국보법 폐해와 존폐문제에 침묵

국보법이 일상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모든 공식 언론매체는 국보법을 철저히 의식하고 그에 저촉되지 않는 기사를 쓰고 제작 작업을 해왔으며 실질적으로 ‘국보법 통치’의 하위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수구언론이 특히 앞장선 카더라식 ‘국보법 보도’는, 언론의 기본적인 취재 보도 원칙을 외면한 것으로 대북 공세 차원에서 반복되는 말 폭탄, 말 흉기의 성격을 지녔다. 북한에 대해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춤을 추고 나중에 오보로 밝혀져도 정정, 사과 보도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언론은 국보법의 나팔수역할을 했을 뿐 국보법의 폐해와 그 존폐문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언론의 보도 행위가 국보법의 틀이 허용하는 공간 속에서 장기간 이뤄지면서 전체 사회의 의식 구조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북한은 국내법으로 보면 국가가 아니며, 국제법에 따르면 국가라는 이중적 의미가 언론에 의해 일상적으로 반복되면서 대북 시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국보법은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어엿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를 외면하고 부인한다. 이는 법치와 법 감정에 혼선을 초래해 공동체의 규범 형성은 물론 미래의 평화통일 추진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보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문학평론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인 임헌영 중앙대 교수의 견해를 참고할 만하다. 그는 오래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보법을 위반하면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파문당해 기득권이 아니게 된다. 그만큼 국보법은 위협적이다. `빨갱이`라는 한 마디는 어떤 기득권 세력이나 저명인사도 맥을 못 춘다. 김대중·노무현 등 대통령급 인사도 이 말 때문에 개혁을 실현할 수 없었지 않는가’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위클리 서울 2007년 12월27일자).

— 참여정부 아래서 국보법 폐기 운동은 안하는 것만 못했다. 도리어 국민적인 반감만 조성한 꼴이다. 지난 총선 직후 제1 다수당으로 부각했을 때 폐기시켰어야 했는데, 그때 처리 못한 것은 기회를 놓친 것이고 지금은 감히 그걸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더 급한 쟁점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독재·독점 추구형 세력이 있고 그걸 확보하기 위한 악법이 있기 마련이지만 21세기에는 거의 사라졌다. 특히 한국과 같은 지적·경제적 수준을 가진 나라에서 국보법은 상상할 수 없는 법이다. 한국 지배세력이 늘상 부러워하며 추구하는 목표인 유럽연합이나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더구나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유엔도 반대하는 법을 가지고 있다. 국보법은 `국가보안`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 불안` `국가 위축`의 법이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

국보법은 실로 정신적 물질적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고 있는 안개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보법이 폐지되면 한국 사회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지 않는가. 이를테면 기득권 유지에서 오는 불법적인 정치적 문제와 자본가의 노동자 탄압 문제(여기에는 금전과 관련한 비리도 포함된다), 소수자 문제, 그리고 학문과 사상과 예술의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보법은 세계 인권헌장은 물론이고 우리의 헌법정신과도 위배되며, 우리의 국가관과 학문 예술관을 왜곡시킨다. 또 단순한 통일의 걸림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며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정신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애물이자 전 국민을 `정박아`(精薄兒)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임헌영 소장이 십여 년 전에 했던 국보법에 대한 언급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시대가 변했지만 국보법은 여전히 현실을 제압하고 군림하면서 독기를 뿜어대고 있다.

국보법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박멸해야 할 존재

국보법에 예속된 언론 보도 속에서 북한은 절대 국가가 아니며 존재해서는 안 될 불법집단, 그래서 반드시 박멸해야 할 존재에 불과하다. 전쟁터에서 적이라 해도 그의 장점을 칭찬하는 식의 열린 사고를 절대 불허하는 것이 국보법이고 언론은 이런 논리의 확산에 봉사하고 있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가증스런 악마로 언론에 의해 강조된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는 남한 내부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수구세력과 족벌신문은, 이분법 식의 정치이념, 사상 대립은 1990년대에 지구촌에서 자취를 감췄는데도 한국 땅에서만은 그것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합창하는 ‘종북 타령’은 자기들의 입맛이나 기준에 맞지 않는 개인이나 단체를 반국가 행위로 몰거나,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려는 현대판 마녀 사냥 수법에 악용되고 있다.

수구세력과 족벌언론은 국제적 수치다. 이들은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국보법 존속을 주장하면서 그 폐지를 외치는 세력에 대해 색깔론으로 덧칠한 왜곡된 논리를 흉기처럼 휘두르고 있다. 국보법의 지배가 장기화되면서 이 법에 종속된 언론에 의해 확산된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 악취는 대단히 심각하다. 국보법은 지난 반세기 이상의 긴 기간 동안 남한 사회의 살인적 흉기로 작용했다.

공안당국은 국보법 관련 시국사건을 기소이전 단계에서 공식 발표해 실질적인 ‘여론재판’을 자행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그런 과정은 받아쓰기에 매몰된 언론에 의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다. 그런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언급되는 개개인의 인권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 죄지만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있다.

또한 공안당국은 사건 수사를 장기화 하면서 당사자들을 심리적, 경제적으로 괴롭히고 압박하는 간교한 방식을 쓰고 있다. 남한 정권이 2008년 ‘촛불사태’이후 자행한 국보법 사건 대부분이 무죄 판결로 결론이 나고 있지만 공안당국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국보법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언론은 군사정권하의 ‘보도지침 언론’를 준수하는 것처럼 정부 발표만을 앵무새처럼 보도하며 국민을 겁박하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국보법을 매개로 한 권언합작이 조건반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은 한반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민족의 반쪽 아닌 악마적인 유령 집단에 불과하고, 통일 방식은 남한 주도의 통일 외에는 절대 상상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북을 평화통일 추진의 동등한 파트너로 제시하다가는 자칫 친북, 종북파로 몰리기 때문에 상상력이 극도로 제한된 통일방안만이 제기될 뿐이다.

통일이후 미래에서 북한 긍정적 존재로 전제되는 것은 금기?

남한 사회에서 분단 종식, 통일과 그 이후를 상상하는 미래에서 북한의 존재가 긍정적, 생산적으로 전제되는 것은 금단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 남한의 수출위주의 취약한 경제 구조, 청년실업 등의 해결책의 하나가 남북 경제 공동체의 추진이라는 방안은 한때 보수, 진보 정치, 언론이 주장했지만 북한 핵문제가 커지면서 자취를 감춘 뒤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언론에 등장하는 남과 북은 1300년 동안 통합된 공동체였고 분단은 수십 년 간의 비정상적 상태라는 사실은 공론화에서 배제된다. 심지어 통일을 왜 하느냐며 분단을 당연시하는 반민족적 논리도 제시된다.

언론은 북한이 미국의 수십년간에 걸친 철저한 경제봉쇄, 군사적 압박 정책으로 아시아 최악의 빈국으로 주민 절반 이상이 영양결핍이라 하는데도 인도적 지원과 같은 동포애 부각 등은 외면한다. 케이블 TV 등에서 우크라이나, 중동, 아프리카 빈민 등을 도와주자는 캠페인성 광고가 넘쳐나지만 북한을 돕자는 광고는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의 식량난 등을 외면하면서 이민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자고 호소하는 모습은 위선까지는 아니라 해도 남북은 같은 민족이 아니라는 점을 인위적으로 강조하는 숨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언론의 국보법에 예속된 보도 행각으로 전체 사회는 국보법의 틀 속에 갇혀 있는, 심각한 환각 상태에 빠져 있다. 남한 사회에서 통일과 그 이후를 상상하는 미래학은 물론 궁극적인 세계 평화를 위한 세계정부의 추진 등은 발을 붙이지 못한다. 남한은 3면이 바다이고 북은 휴전선으로 막혀 있는 외딴 섬과 같은 모습이다.

또한 남한 주민은 국경선은 휴전선처럼 군대와 무기가 포진한 살벌한 곳으로만 인식하는데 익숙하다. 국가간 경계가 갖는 또 다른 의미, 즉 정치체제나 이념이 다른 공동체들이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의미로 받아드리지 못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학문 즉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남한에서 국보법의 틀 속에 갇혀 헐떡이고 있는 상태다.

▲ 2018년 4월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공동 경비구역에서 남측과 북측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 연합뉴스

역대 정권이 공안사건을 조작하고 국보법으로 불벼락을 내리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남한사회에는 흔히 말하는 공정한 게임의 룰은 존재치 않거나 거의 무시된다. 정권에 밉보이거나 반체제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면 사회에서 철저히 격리되고 불이익이 강요된다.

반대로 국보법의 틀 속이 세상의 전부인양 외치고 행동하면 수구 보수 집단과 한 패거리가 되고 그에 따라 적지 않은 불로소득의 수혜자가 되기도 한다. 수구가 말하는 공정사회는 국보법 테두리 안에서만 해당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이나 승부는 존재치 않는다.

언론, 국보법 철폐에 앞장서 제 4부의 책무 다해야

한국 사회가 국보법의 지배를 받으면서 신자유식의 무한경쟁의 룰과 함께 승자 독식의 논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 튀고 악취가 진동하는 헬조선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하루에 40여명이 자살하는 끔찍한 땅이 된 것도 상대를 배려치 않는 악법, 국보법의 영향과 이에 종속된 언론과 무관치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국보법은 북한에게 위해를 가한다기 보다 남측 내부의 힘을 약화시키고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무서운 족쇄가 되고 있다.

오늘날 과거 정권하에서 국보법으로 처벌을 받은 사건이 재심을 통해 연이어 무죄로 판결이 나는데도 몇 년 전 남한 정권은 간첩 신고액을 두 배로 올리면서 국보법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실질적 조치를 취했다. 그 뿐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과거 정부 시절 합법적 절차를 거쳐 남북 교류 사업을 했던 시민사회단체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기도 했다. 끔찍한 21세기 공안 통치였다. 그런데도 언론은 국정원이 통일부, 외교부를 통해 제공하는 대북 심리전 성격의 보도 자료를 베껴 쓰는데 충실할 뿐이었다.

서로의 차이를 차별로 연장시키지 않고 사상과 이념에 대해 상대를 배려하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국보법과 같은 악법은 철폐되어야 한다. 유엔과 세계 인권 기구 등이 연례행사로 철폐를 권고하는 국보법이 존재하는 것은 국제적 수치다. 이념대결에 모든 것을 걸었던 냉전이 종식된 21세기 지구촌에서 정치적 상상력을 불허하는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어떤 것일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그런 국가에는 희망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국보법은 남한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참혹한 비극을 잉태한 재앙의 씨앗이다. 이런 사실을 활발히 알릴 책무가 언론에 있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일상적으로 억압받는 현실을 직시하고 헌법에 보장된 제 4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국보법 철폐에 앞장서야 한한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2022-07-10> 미디어오늘

☞기사원문: 언론, 국보법과 친미라는 큰 틀에 갇힌 기이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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