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자유의 대가는 영원한 불침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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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원 마당]

자유의 대가는
영원한 불침번

이동훈 후원회원

일상이 잠시 쉬는 것 같은 코로나 시절에도 인터넷 공간과 언론 지형은 한층 더 뜨거웠습니다. 주어지는 뉴스들과 출처 불명 영상과 소식 문자들은 이해와 소통은커녕 소음의 음량만큼 서로의 간극만 더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소란의 와중에 몹시 반갑게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6월 후원회원 초대의 날” 식민지역사박물관 관람 및 효창공원 인근 답사안내 문자를 받자마자 마치 신선한 해방구를 찾은 듯 나서서 참가 신청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금 긴 얘깁니다만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1922~2010)이 말하길 “언론의 자유가 주어진다 해도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그 첫째는 언론의 자유란 단순히 ‘예, 아니오’의 문제가 아니며 그것은 또한 ‘얼마나 많이’의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유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는가, 어떤 힘을 갖고 있는가, 또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물질적자원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무도 우리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만약 우리가 말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다시 말해, 우리가 이 나라에서 또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 또 우리 정부가 국내나 해외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런 정보가 없으면, 우리 자신을 표현할 자유를 가진다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하워드 진 <오만한 제국>에서)

위의 하워드 진 교수의 말처럼 변화된 여러환경 속 민족문제연구소의 건재한 모습과 활발한 활동을 직접 보고 싶었고 더불어 현재상황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실시간 정보도 알고 싶었기에 이번 초대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6월 25일 토요일 이른 오전,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박물관 가는 골목길에 서서 아침 대용 요기꺼리를 한 입씩 사이좋게 베어 무는데 그만, 오물거리는 입을 한 우리를 앳된 수녀님들이 무리로 지나쳐 갔습니다. 무채색 옷의 앳된 수녀님들 수십 명 일행 앞에 원치 않게 서보니 간편식으로 답사 전 어떻게든 허한 속 채우려 든 속인의 뱃속사정은 입맛까지 데리고 멀리 숙대 넘어 효창공원까지 달아나는것 같았습니다. 박물관 옆에는 수녀원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약속한 10시 전까지 박물관 로비에 당도해보니 참가자 회원님들이 여러분 이미 와계셨고 이어서 해설을 맡으신 방학진 기획실장님이 당도하자 간단한 인사로 관람이 시작되었습니다. 박물관 바깥의 제자리를 아직 못 찾은 ‘반민특위 터’ 표석의 사연, 그리고 2018년 8월 29일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 후원자명단이 담긴 입구벽 조형물, 1층 기획전시물 ‘하시마섬(군함도) 강제동원 특별전(7월 17일까지 전시 예정)’과 “일본은 한국인 등이 하시마섬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조건을 유네스코로부터 이끌어낸 민족문제연구소의 활동과 그 방해세력의 시말 그리고 이어서 2층의 식민지역사박물관 상설전시실을 방실장님의 충실한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돌아봤습니다.

간단한 역사퀴즈를 가미해가며 상설전시물 하나하나의 사연 설명에 취하고 더위를 잊은 채 더욱 많은 얘기를 방실장님께 청해 들으며 마냥 눌러앉고 싶었지만 이어진 효창공원 답사가 남아있으니 재차, 삼차 식민지역사박물관 방문을 기약하며 숙대 넘어 효창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박물관 안에서 사진과 지도를 짚으며 일제가 마련한 용산역과 서울역의 용도 구분, 서울 도심을 차지한 일제의 의도와 공간적 마련들에 대한 개괄 설명을 시작으로 일제의 지명약탈과 효창공원의 유래, 효창공원에 맥락 불문하고 서있는 원효스님 동상의 사연, 백범 김구선생 묘역 조성 사연, 김대중 대통령과 백범김구기념관 건립 유래와 현재 진행, 삼의사묘(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에서는 안중근 유해발굴사업의 허와 실, 윤봉길 의사홍커우공원 거사와 백정기 의사의 다른 준비, 안중근 의사 묘역 조성 유래와 백범의 고인들에 대한 예우와 아우름 뜻. 임정요인의 묘(이동녕, 차리석, 조성환)에서는 해방 후 임정요인들의 험난한 귀국과정과 귀국 후 신변위협으로 성까지 바꿔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임정요인 가족들의 통탄할 이야기, 마지막으로 이승만과 효창축구장 조성 내막, 효창축구장축구협회와 고척스카이돔-야구장 조성의 인연, 지난 세월 동안 부침과 난립으로 만신창이 된 효창공원의 현재와 새로운 미래 비전 청사진과 변화될 미래 효창공원을 함께 그려보는 것으로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자유의 대가는 영원한 불침번이다.”라는 말처럼 이번 6월 후원회원 초대의 날 식민지역사박물관 관람 및 효장공원 인근 답사를 통해 민족문제연구소 포함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저 또한 민족문제의 불침번 역할에 마음을 다시 잡아보게 되었고 민족문제연구소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더위를 무릅쓰고 좋은 정보와 해박한 설명을 아낌없이 나눠주시고 여러 회원님들을 이끄느라 애쓰신 방학진 실장님과 함께 끝까지 진행에 수고하신 국세현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다른 좋은 프로그램으로 민족문제연구소, 식민지역사박물관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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