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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구청장 바뀌고 ‘민주’ 쏙 빠져, 12년 역사 축제명 칼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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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독립민주축제→독립페스타 변경, 추진위원들 잇달아 사퇴… 서대문구 “광복에 중점”

▲ 지난 7월 1일 홍제3동 인왕시장 앞에서 취임식을 열고 임기를 시작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 서대문구

구청장이 바뀐 서울 서대문구가 12년 간 진행해 온 ‘서대문독립민주축제’의 축제명에서 ‘민주’란 단어를 뺐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축제 추진위원(자문위원)회를 ‘패싱’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바뀐 축제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일부 추진위원들은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서대문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석진 전 구청장이 지난 2010년부터 3번 연임하다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성헌 구청장이 당선해 지난 7월 1일 취임했다.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으로 바뀌자 축제명에서 ‘민주’ 빠져

서대문독립민주축제는 지난 2010년부터 광복절(8월 15일)에 맞춰 서대문형무소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서대문구의 대표 축제다. 조례에 근거한 서대문구 축제위원회의 지난해 4월 회의록을 보면, “서대문독립민주축제는 서대문구뿐 아니라 서울시에서도 일부 지원받는 축제다. 평가점수도 비교적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라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18일 서대문구 축제 관련 SNS에 이 축제 이름이 ‘서대문독립페스타’로 바뀌어 있는 홍보 포스터가 올라왔다. ‘민주’를 삭제하고 ‘축제’를 ‘페스타’로 바꾼 이름이었다. 이를 확인한 일부 추진위원들은 ‘축제명 교체 과정에 추진위원회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며 서대문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추진위원들의 문제 제기에 서대문구 측은 ‘광복절 전후로 축제를 진행해야 하니 급히 홍보 포스터부터 올렸다. 사전에 알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뒤에 별다른 논의는 없었고, 서대문구는 지난 7월 29일 추진위원들에게 축제명 변경 등이 포함된 계획안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그러면서 이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8월 2일까지 답해달라고 통보했다.

이러한 상황에 추진위원 중 한 명인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며칠간의 고민 끝에 지난 몇 년 간 활동하던 서대문독립민주축제 추진위원에서 사퇴하겠다는 메일을 (서대문구에) 보냈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추진위원들 반발… “역사콘서트 제외 등 사실상 특정 가수 콘서트 돼”

심 소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청장이 바뀌자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며 “추진위원들에게 어떤 통지도 없이 축제이름에서 ‘민주’라는 단어가 빠졌고 핵심 행사인 역사콘서트도 없어지면서 축제가 사실상 특정 가수의 개인 콘서트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추진위원회에 자문을 구하는 등 절차를) 진행했으면 좋은데 서대문구는 ‘구청장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어수선해서 그렇다’는 식이었다”며 “그러더니 나중엔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계획안에) 동의·부동의 서명을 해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2년 간 독립민주축제로서 차근차근 발전해 온 이 축제는 서대문구에서 환영받던 행사였다. 지난해 역사콘서트의 경우 최소 1000명 이상이 왔었다”라며 “지방자치 시대에 12년 동안이나 이어진 주민들의 축제인데 정당이 다른 구청장이 당선됐다고 이렇게 바뀌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민주주의를 통해 선거로 공직자를 뽑는 시대에 (현 구청장은) ‘민주’를 특정 정당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 지난해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포스터와 올해 이름이 바뀐 “서대문독립페스타” 포스터. ⓒ 서대문구

심 소장과 함께 서대문구에 추진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김서령 독립프로듀서도 “서대문독립민주축제는 독립이란 소재를 단순히 재료삼아 진행하는 축제가 아니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축제로 승화시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큰 의미가 있는 축제였으며 시민참여도 역시 높은 축제였다”며 “이러한 축제를 추진위원회와 소통도 없이 일방적 행정중심의 태도로 바꾼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더해 “(서대문독립민주축제는) 서대문구가 판을 깔고 시민, 예술가, 추진위원들이 애정을 갖고 12년 동안 이어온 공공의 축제였다. 특히 서대문구 문화체육과 직원들의 열정 덕분에 적은 예산으로도 질 높은 축제가 가능했으며 추진위원들은 일부 다른 곳의 위원회와 달리 단순한 거수기 역할이 아니라 애정과 사명감을 갖고 활동해왔다”며 “구청장이 바뀌었다고 일방적으로 축제 이름을 바꾸고 그 성격을 변질시키는 건 굉장히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학예실장 또한 추진위원직 사퇴 의사를 서대문구에 전했다면서 “서대문형무소는 독립운동가들의 저항과 순국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꿈꾸었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민주화운동가들의 공간”이라며 “우리 근현대사에서 독립과 민주를 분리해 이야기하는 건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장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축제 이름에서 ‘민주’를 빼고 역사의 특정한 부분만을 기리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6월에 당선되고 7월에 취임한 구청장이 8월에 열릴 행사를 이렇게 반토막내는 건 추진위원들에게 거수기 노릇만 하라는 것이다. 나는 서대문독립민주축제의 추진위원이지 서대문독립페스타의 추진위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추진위원 패싱 없었다… 광복에 중점 두고 이름 정해”

서대문구 측은 축제 이름과 내용 변경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광복절에 하는 축제이니 광복의 기쁨에 중점을 둔 ‘독립페스타’로 이름을 정한 것”이라며 “(이름이 바뀐 것에 대해) 정치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진위원들을 ‘패싱’하지 않았고 각 추진위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라며 “프로그램 중 역사콘서트가 빠지긴 했지만 그 외에 역사재연극, 시민참여프로그램, 미디어아트 등이 포함돼 있다. 축하공연의 경우에도 특정 가수만이 아닌 다른 여러분들이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소중한(extremes88)

<2022-08-05>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단독] 구청장 바뀌고 ‘민주’ 쏙 빠져, 12년 역사 축제명 칼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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