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일제 식민지배 사슬이 풀린지 7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전북지역 친일 청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5일 전북도와 전북대산학협력단의 조사에 따르면 전북지역 친일 잔재는 13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 통치·수탈과 관련한 건축물, 비석, 기념물, 군사시설 등이다. 앞서 전북도는 친일 잔재 청산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각 시·군별 후속 조치 계획을 세웠다.
향후 과제는 단기·중기·장기로 나눴다. 단기 과제의 경우 지명·도로명 등 무형의 친일잔재 조사, 친일잔재 교육 콘텐츠 제작, 식민지 역사교육관 설립 타당성 검토 등이 마련됐다.
중기 과제는 청산 대상 친일잔재 교체·철폐, 단죄비·안내문 설치, 식민지 관련 공간 재활용, 친일 잔재에 대한 지속적 교육이다. 장기 과제로는 식민지 역사공원·역사교육관 설립과 친일행위 및 독립운동을 함께 전시하는 공간 활용 방안이 제시됐다.
추진 대상인 133건 중 현재까지 완결된 사례는 모두 64건이다. 추진 중인 사례는 6건, 단기 검토 대상은 7건이다.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김해강 시비(전주)나 이두황 묘(전주), 윤치호 시혜불망비(진안), 윤치호 흥학불망비) 등 잔재물에는 단죄비가 설치됐다. 청산이 어려운 상황인 경우 인근에 해당 인물의 친일 행적을 소상하게 알리는 단죄비를 설치해 교육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단기간 내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중장기 검토’ 사례가 56건 남아있는 상황이다.
중장기 검토 대상 대부분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 지자체 개입이 어렵거나, 후손이나 해당 지역이 청산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도 관계자는 “2020년 말 친일잔재 청산 전수조사 용역을 마친 뒤 계속해서 청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각 시·군 또는 소유주들과의 마찰이 있는 경우 해결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오는 11월께 관련 추진 상황과 계획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는 이처럼 남아있는 친일잔재 목록을 구체화하고, 조사용역의 정보를 활용해 이를 ‘다크 투어리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예를들어 전주의 경우 일제 시대 시공된 ‘한벽굴’부터 일본인 상업지역에 들어선 우동집 ‘박다옥’, 선각사, 신사터, 봉안전터, 덕진공원 취향정, 이두황 묘지 등 관련 장소를 차례로 돌면서 일제 수탈과 비극의 역사를 알리는 사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친일 관련 건축물 30여점이 남아있는 군산은 이미 ‘시간여행’, ‘근대문화도시’ 등 일부 청산 대상을 다크 투어리즘 루트로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일·반민족 청산의 핵심은 실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전북은 일제강점기에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경제적 억압과 수탈이 극심했던 지역이었다”며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는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삼일절이나 광복절에만 반짝하는 관심보다는 항일과 관련한 연구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한다”며 “한 순간의 관심만 가질 게 아니라 청산이 실제 실천이 되려면 안정적인 기구 설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강교현 기자
letswin7@news1.kr
<2022-08-15>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