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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교장실서 발견한 110년 전 사진…훈시하는 ‘초대 총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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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초기인 1912년 5월 25일에 찍힌 사진입니다.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에게 일장기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이곳은 어디이고, 저 학생들은 누구일까요?

■ 초대 총독의 조선인 학생 ‘훈시 행사’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는 학생들에게 직접 훈시를 했습니다. 앞서는 일본인 학생들을 불러 모았고, 이날은 조선인 학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장소는 총독 관저였습니다. 총독의 위세를 어린 조선인 학생들에게 과시하고 싶었나 봅니다. 사진 분석 결과, 경성 관내 보통학교 학생 3,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생들과의 만남은 토요일
데라우치 총독은 반드시 오는 25일(토요일)에 조선 학생 2,800명을 불러 만나고 다과와 국기(일장기)를 나누어 줄 것이라고 하더라
-매일신보 1912.05.24.

이 행사는 당시 신문기사로만 관련 기록이 남아있었는데, 최근 사진 자료가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곳은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서울 광희초등학교의 교장실입니다.

발견된 사진은 총 14장입니다. 행사 과정이 동선별로 나와 있습니다.

위 사진은 일장기를 받아든 학생들이, 총독 관저 뒤쪽 ‘녹천정’이라는 건물 앞을 지나 이동하는 장면입니다.

사진 속 소나무에 붙어 있는 표지판에는 “작년 총독 부인이 양잠(누에를 치는 일)을 했던 곳”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어, 당시 시대상을 짐작게 합니다.

다음 사진은 녹천정을 지나온 학생들이, 안쪽에 있는 식물원 옆을 지나는 장면입니다. 총독 관저의 공간 배치 현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됩니다. 총독 관저 뒤편으로 경성 시가도 보입니다.

다음 사진은 다리를 건너가기 전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면, 학생들마다 손에 작은 꾸러미를 들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데라우치 총독이 배포한 과자 선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선인 학생들에게 일장기 한 자루씩과 과자 한 봉지씩을 나눠줬던 겁니다.

일제 강점기 통치자의 입장에서 치적을 과시하는 모습이 여럿 보입니다. 당시 식민지 교육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진들의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작은 자료 하나하나가 모여 역사 만들어”

앞서 설명했듯 이 사진들이 발견된 곳은 행사에 참여한 서울 광희초 교장실에서였습니다. 전임 광희초 교장이 2019년 ‘학교에 오래된 자료가 있는데 관리하기 어렵다’며 교육청에 신고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인데요. 몇 년 동안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에서 보관만 하고 있다가 민족문제연구소에 자료 해석을 의뢰하면서 그 내용이 세상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한은정 서울시교육청 기록연구사는 “이 사진들은 근대 교육사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전반의 기록연구사에 있어서도 가치가 있을 만한 자료”라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자료라도 하나하나가 모여 역사를 만드는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2022-08-17> KBS NEWS

☞기사원문: 교장실서 발견한 110년 전 사진…훈시하는 ‘초대 총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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