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 참석
우익단체 방해 집회 올해도 열려
고이케 도지사 6년째 추도문 거부
1일 오전 11시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 일본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전 실행위원회’가 99주기 추도식을 열었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간토대지진 당시 집단학살을 당한 조선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 시민들과 한국 시민단체, 재일동포 등 3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추도식을 준비한 미야카와 야스히코 실행위원장은 “일본 정부는 9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간토대지진의 진상을 조사하거나 살해된 유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 등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도쿄도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야카와 위원장은 “비참한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고 알려나가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책무다. 100년이 되는 내년, 그 이후에도 추도식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민단체는 1974년부터 추도식을 이어오고 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1일 오전 발생한 규모 7.9의 대규모 재해다.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읽으켰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돌았고, 자경단이 조선인, 중국인, 일본인 사회주의자 등을 학살했다. 경찰과 군 일부도 가담했으며 조선인 학살 피해자는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 관계자들도 추도식에 참석했다. 손미희 추진위 공동대표는 “일본 정부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진실을 감추어 온 지난 99년의 역사를 내년 100년까지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학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일본의 국가 책임을 묻기 위해 남북, 해외, 특히 재일동포, 일본의 종교·시민들이 함께 연대해서 공동의 실천운동을 벌여나가자”고 호소했다. 간토대지진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지난 7월 발족한 추진위에는 민족문제연구소 등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우익단체의 방해 집회는 올해도 계속됐다. 일본 우익단체인 ‘간토대지진 진실을 전하는 모임, 소요카제’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는 요코아미초 공원 한쪽에 모여 집회를 열고 “조선인 6천여명 학살은 거짓이다. 증거를 대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집회를 하는 장소 맞은편에선 일본 시민들이 나와 “헤이트 스피치를 그만둬” “학살의 역사를 없었다고 하지 마”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도쿄 경시청은 주변에 경찰관을 배치하고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충돌을 막았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역대 도지사들이 해마다 보냈던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문을 올해도 보내지 않았다. 첫번째 당선 이듬해인 2017년부터 6년째다. 고이케 도지사가 “희생된 모든 분들을 위한 대법요에 참석해 애도를 표하고 있어 개별 행사에 대한 송부는 삼가겠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고 실행위 관계자는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2022-09-01> 한겨레
☞기사원문: 간토대지진 99주기 추모식 “조선인 학살 진상 규명이 우리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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