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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석열 정부, 피해자들 무시하고 일본에 선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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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강제징용 문제 마무리하고 바람직한 한일관계 정립하려면

▲ 8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임재성 변호사, 장완익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강제동원 관련 민관협의회 피해자 지원단 및 대리인단 입장을 말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26일 일본 전범 기업 재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법적 절차와 관련해 대법원 의견서를 제출했다. ⓒ 연합뉴스

피해자와 한국민들은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나오라고 외치고 있지만, 한일 양국 정부는 정반대로 미쓰비시를 뒤로 빼돌리며 숨기고 있다. 지난 5일 제4차 강제징용 민관협의회에서 윤곽이 잡힌 방안 역시 미쓰비시를 숨기려는 노력과 별반 다를 것 없다.

강제징용(강제동원) 피해자 측의 불참 선언으로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외교부 산하 강제징용 민관협의회는 제4차 회의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 모인 의견을 기초로 윤석열 정부가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민관협의회 의견은 전범기업 이외의 한일 기업들이 출연하는 재원을 토대로 별도의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지급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쓰비시나 일본제철 등을 대신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대위변제 방식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대위변제 방식이 완전히 소멸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 정부가 지급 주체가 되는 방식은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 정부가 간접적으로나마 금전 지급에 관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6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한국, 징용공 문제로 재단 활용 방안, 정부 대위변제는 보류’라는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박근혜 정부 때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간접적으로나마 정부가 대신 책임지는 모양새가 조성될 여지가 있다.

<니혼게이자이> 기사는 “한국 정부는 전 징용공 소송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5일까지 열린 관민협의회의 논의를 근거로 해결책을 정리해 일본에 제시한다는 태세”라고 한 뒤 “협의회에서 나온 의견을 기초로 한국 정부가 검토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기존의 재단을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전 징용공을 위한 복지사업 등을 다루고자 정부가 2014년에 설립한 공익법인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염두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윤 정부가 새로운 재단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재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법률 정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편리한 쪽을 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전범기업을 대신하는 모양새

▲ 일제강원동원피해자지원재단 ⓒ 일제강원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의 설립 근거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37조다. 이 조문은 “정부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으로 인하여 사망한 자를 추도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평화와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다음 각호의 사업을 시행하거나 이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재단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출연하고자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제37조에 언급된 재단이 지원재단이다. 정부의 위임을 받아 이 재단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관청은 행정안전부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이 재단을 앞세워 금전을 지급하게 되면, 한일 기업들이 출연한 자금을 사용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전범기업을 대신해 금전을 지급하는 모양새가 되기 쉽다. 결과적으로, 정부 대위변제와 오십보백보 차이다.

지원재단이라는 공익법인이 형식상 앞에 나서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 정부가 전범기업을 대신하는 모양새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를 상대하는 것은 몰라도, 한국 정부가 전범기업을 대신해 한국인 피해자를 상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민들이 한국 정부에 위임한 사항은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의 배상을 받도록 정부가 역할을 하라는 것이지, 한국 정부가 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주라는 것은 아니다. 전범기업의 배상과 별도로 정부가 피해자들을 도울 수는 있지만, 전범기업을 대신해 배상책임이나 금전지급 책임을 떠안는 것은 것은 국민들의 위임에서 벗어난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게 될 재단이 정부와 무관한 법인일지라도 문제점은 여전히 발생한다. 전범기업과 법적으로 무관한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지급하면, 이는 배상금 지불이 아니라 위로금 지급 혹은 성금 전달밖에 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받게 될 1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만, 그들이 그것 때문에 80년 가까이 투쟁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1억 때문에 투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지난 80년간 그들이 투입한 에너지가 1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는 사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오로지 1억 때문이었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일을 해서 그보다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한테 사과를 받고 가해자에게 배상금을 물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80년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보는 것이다. 전범기업과 무관한 제3의 재단이 금전을 지급하면 이 한은 결코 풀릴 수 없다. 미쓰비시 등을 뒤로 빼돌린 상태에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이런데도 제4차 회의 직후부터 민관협의회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별도 재단에 의한 금전 지급 방안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잘못 인정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

▲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신정부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양국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협의회 다음날인 6일, 문희상 전 국회의장(전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세미나에서 한일 기업의 자발적 헌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재차 거론했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을 기억화해미래재단 같은 단체가 피해자에게 전달하도록 하자는 게 그의 종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이 시점에 되풀이한 것이다.

문희상 전 의장의 제안은 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한 주장이다. 가해자가 직접 사과하고 배상하기를 원하는 피해자들의 염원을 외면하는 주장이다. 이 제안 역시 법적 제3자를 앞에 세우는 동시에 전범기업을 뒤로 감추는 방안에 불과하다.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됐다는 ‘재단을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안은 문희상 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는 네 차례 민관협의회가 유익한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실망시키거나 화나게 할 만한 의견들만 내놓는다는 것은, 외교부 산하의 이 협의회가 우리 국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민관협의회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이치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려면 사과하고 배상하도록 가해자에게 권유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가해자를 뒤로 숨긴 채 ‘적당히 끝내자’며 피해자를 설득할 방안을 찾고 있으니 해결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보도에 따르면, 민관협의회는 제3의 재단이 피해자에게 금전을 지급할 때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법적 자문까지 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대답이 ‘피해자의 동의는 불필요하다’였다고 보도되고 있다.

민관협의회가 그런 법리를 점검한 것은, 윤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절차를 종료하고 강제징용 문제 종식을 선언할 가능성을 전망하게 만든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해결책을 들고 오라’고 적반하장식 요구를 내놓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에 선물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게 만든다.

문제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정립하는 방법은 미쓰비시가 나서 직접 사과·배상하는 것뿐이다. 미국·중국·타이완 피해자들에게 했듯, 한국 피해자들에게도 잘못을 인정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김종성 기자

<2022-08-3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윤석열 정부, 피해자들 무시하고 일본에 선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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