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편찬 참여’ 이배용 위원장 등 위원구성 정치색 논란
교육단체 추천위원 2명은 아직…’초미니 직제’에 역할 축소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이도연 기자 = 국가 중장기 교육정책을 맡을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치색이 뚜렷한 위원들로 구성되면서 정쟁과 이념논쟁의 연장전이 될 수 있다는 논란 속에 출발하게 됐다.
오는 27일 출범하는 국교위는 정부와 정파를 초월해 중장기 미래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신설됐다.
그러나 위원 구성 난항으로 당초 예정보다 출범이 두 달여 지연된 상황에서 위원 구성을 놓고서도 정파성 문제가 제기되고, 위원회 규모나 예산도 너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된터라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서 위상을 유지하고 제역할을 해낼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국정교과서 편찬 참여’ 위원장…’정쟁의 장’ 되나
22일 교육부가 발표한 위원 명단을 보면 정파성이나 정치색이 뚜렷한 위원들이 포함돼 있다.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인 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은 역사학자로서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한국여성연구원 원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 등을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과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장을 맡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한국사 국정교과서 편찬에 참여했는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교과서 국정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비판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18대 대선 때인 2012년 12월 당시 박근혜 후보 찬조 연설에서 박 후보를 선덕여왕에 빗대 발언한 것도 논란이 됐다.
그는 당시 “선덕여왕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 역사 속에서도 여성 리더들이 상생과 화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박근혜 후보가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서 국민대통합 시대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저서 ‘한국 역사 속의 여성들’에서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격하하는 표현을 쓰고,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들에 대해 친일 행적을 숨긴 채 기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지난 14일 낸 입장문에서 이 전 총장을 가리켜 “사실상 정치인이자 윤석열 대통령 측근”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 전 총장 임명 시 “위원회 설립 취지인 사회적 합의,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야당 및 교육계 반발 등으로 정상적인 출범도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22일 브리핑에서 오석환 교육부 국교위설립준비단장(기획조정실장)은 “대학 총장, 한국교육협의회 회장 등 다수 기관단체 대표직 역임하는 과정에서 리더십 교육분야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실도 이 부분을 고려해서 지명하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추천한 나머지 2명의 상임위원인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와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정파성이 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된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냈고 2015년 재·보궐 선거 땐 인천 서구·강화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공천 신청을 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추천된 정 이사장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실행위원·총선시민연대 대변인 등 재야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고, 2007년엔 시민사회계 대표로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 참여해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들을 포함해 대통령(5명)과 국회(9명) 추천 위원이 당연직 2명(교육부 차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제외하면 전체(21명)의 3분의 2인 만큼 ‘정파나 정권을 초월한 교육정책을 설계한다’는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 구성에서 교육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금융 전문가인 김태준 교수, 대통령이 추천·지명한 강혜련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과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 국회의장이 추천한 이승재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등은 교육 비전문가로 분류된다.
◇ ‘미니’ 정원·예산에 역할축소 관측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교육제도·여건 개선 사항을 담은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의 고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을 맡는 기구다.
지난 7월 21일 관련 법률이 시행됐지만, 위원회 구성 절차가 늦어져 두 달이 넘도록 출범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국가교육위법이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던 만큼 주요 정책 심의·의결기구로서 위원회의 위상이나 역할이 법 제정 취지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교위가 결국 오는 27일 출범하는 것으로 확정됐으나 교육단체 추천 몫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2명은 여전히 공석이다.
또한 업무를 분담해 함께 정책을 추진해야 할 교육부도 장관이 공석이라 연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의결을 시작으로 고교체제 개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및 대입 체제 개편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 원활한 협의가 당장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오 단장은 “교육부와 국교위는 국가교육위원회법, 정부조직법에 명시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호 협력하는 역할”이라며 “양 기관간 협의체를 마련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법령상의 절차에 따라 국교위에 주어진 역할과 범위 내에서 각 위원이 역할을 충실히 해줄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원 구성뿐 아니라 정부가 전날 국무회에서 확정한 직제를 보면 국교위가 애초 설립 취지와 달리 국가 중장기 정책을 세우고 교육정책에 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교위 정원으로 확정된 31명은 행정위원회인 방송통신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 정원이 200명이 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150명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국교위 예산은 88억원으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한 152억원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국교위가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법이 제정됐지만, 자문 기구 정도의 위상이나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앞서 낸 입장문에서 “국교위가 중대한 교육정책을 다루기는커녕 회의 준비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지난 14일 입장문에서 “위원회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정원 확대 및 예산 증액을 국회에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2022-09-22> 연합뉴스
☞기사원문: 백년대계 아닌 정쟁의 장 되나…국가교육위 정파성 논란속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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