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굿즈(Goods)에 역사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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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원마당]

‘독립운동가로 키링(Keyring : 열쇠고리)을 만들어 보자.’

광복절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내가 입사한 ‘디자인가안채’ 대표님도 그에 발맞춰 상품을 출시해 보자고 말씀하시던 무렵에 우리디자인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한 아이템이 키링이었다. 키링을 선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침 출근길에 만난 학생들의 책가방에는 모두 한 개 이상의 귀여운 캐릭터나 아이돌 키링이 매달려 있고, 퇴근길에 만난 이삼십대 청년들의 가방에도 마찬가지일 정도로 청년층의 키링 수요는 높았다. 저마다 저 작은 소품 하나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고 다녔다. 저렇게 가볍게 소지할 수 있으면서 나의 개성과 취향을 나타내는 소품이 또 뭐가있을까? 그런 소품에 독립운동가를 녹여내면 청년들이 조금 더 쉽게 독립운동사에 접근할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부터 그런 제품을 갖고 싶었다.

다양한 문화콘텐츠 산업이 흥행하면서 만화·드라마 캐릭터나 좋아하는 아이돌의 세계관에 이입하고, 그 내용을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다. 그런 제품을 굿즈(Goods : 상품·재화를 뜻하는 용어이지만, 한국 아이돌에 관련된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에서 파생되어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상품을 제품으로 디자인한 물품을 통칭한다)라고 한다. 심지어 그 세계관을 확장하여 또 다른 창작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 작용을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에도 대입하고 싶다. 독립운동가를 담은 멋진 제품이 있다면 자신에게 울림을 주는 역사 속 인물들에 이입하여 그들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역사가 담긴 소품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 굿즈를 넘어 이젠 독립운동가 굿즈도!’라는 생각으로 ‘독립운동가 어록 키링’이라는 테마를 선정하여 본격적인 디자인에 들어갔다. 우리는 은유적인 방식보다 독립운동가의 실제 사진과 어록을 키링에 디자인하는 직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전에 개발하였던 디자인가안채의 독립운동 기념상품들은 100년 전 태극기와 임시정부 사진, 독립신문, 독립선언서 등 독립운동사 전체를 포괄할 만한 상징물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 광복절에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독립운동가 어록 키링에 대한 준비가 한창일 무렵,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주관한 <독립운동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제작사례> 8월 마지막 강의에 디자인가안채 강효숙 대표님이 초대되어 강사로 나가게 되면서 나도 보조강사로 함께하게 되었다. 그때 소개한 내용이 바로 이 독립운동가 어록 키링이다. 총 3시간의 강의에서 관객과의 소통 시간만 거의 2시간이었는데, 그때 관객분들께서 보여주셨던 독립운동 상품 개발 내용에 대한 열정과 열의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내가 독립운동가에 관한 상품을 구상했을 때 골몰했던 속마음을 그대로 읊어주시는 느낌이어서 속이 뻥뚫린 기분이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런 제품을 더 많이, 더 멋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귀한 자리였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에 역사가 얹어진다면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과 자기표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화가 계속되고, 누군가는 또 새롭고 낯선 이야기로 역사가 담긴 상품을 만들어 우리의 것을 더욱 다채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을 넓힐 것이다. 현재는 특정 인물이나 이미 마케팅화가 되어있는 익숙한 이미지들에 과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쁘단 것이 아니다. 다만 아직 대중적으로 잠겨있는 다양한 독립운동가들의 인생 이야기가 나는 정말 궁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호응과 관심이 절실하다. 그런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우리들이 얼마나 열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그 물꼬를 이렇게 차근차근히 터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계신 민족문제연구소에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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