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육군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와 시민공론화 방향 토론회
토양오염 정화 비용·기간 ‘관건’ 위해성 평가 대상 신청 필요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 기술 확보… “시, 보존에 적극 나서야”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역사·문화 전문가, 인천시민사회단체 등이 부평 캠프마켓 내 옛 일본군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에 인천시가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가칭)가 주최한 ‘일본육군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와 시민공론화 방향 토론회’가 30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렸다.
김재용 변호사(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장)가 좌장을 맡았다.
조병창은 1941년 일제가 대동아 침략전쟁을 위해 조선에 지은 무기제조 공장이다. 일제는 인천과 평양에 조병창을 세웠다. 인천 부평구엔 조병창 본부와 제1제조소가 세워졌다.
당시 1만명이 넘는 조선인이 강제로 조병창 노역에 동원됐다. 강도 높은 노동에 다친 사람들이 조병창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때문에 조병창 병원 건물은 일제의 침략전쟁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발제를 맡은 고병욱 문화체육관광부 적극행정위원회 위원은 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철거 갈등 상황과 시민 공론화 시 필요한 요소들을 설명했다.
조병창 병원 건물(1780호)는 캠프마켓 B구역에 있다. 건물안전등급은 C등급(보통, 증축된 일부는 D등급)이다.
인천시 캠프마켓시민참여위원회 자료를 보면, 조병창 병원 건물 밑 일부 토양은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기준을 초과한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됐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우려하는 발암물질 등은 B구역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대신 A구역은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현재 국방부는 A구역의 오염토양을 정화하고 있다.
고병욱 문화체육관광부 적극행정위원회 위원은 “외국은 강제징용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이 공간을 유지하면서 후손들이 교훈으로 삼겠다는 것이다”며 “시가 공론화 등을 진행하기 전에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구체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적절하게 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토양오염 정화 비용·기간 ‘관건’ 위해성 평가 대상 신청 필요
국방부, 문화재청, 인천시는 현재 조병창 병원 건물의 토양오염 정화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여기서 쟁점은 토양오염 정화 비용과 기간 등이다.
문화재청은 건물 기초보강공사로 바닥 부분에 말뚝과 기둥을 보강해 오염된 흙을 퍼낸 뒤 정화해 다시 매우는 방식을 제안했다. 추정 공사비용은 5~6억원이다.
그러나 시가 같은 방식으로 시공업체에 견적을 의뢰한 결과, 추정 공사비는 50억원에 이른다. 국방부가 수행할 토양오염 정화비용은 별도다.
국방부는 캠프마켓 B구역의 토양오염정화를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병창 병원 존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정화작업이 지연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B구역 정화율은 약 80%이다.
토양환경보전법 시행령을 보면 정화 책임자는 2년 내로 토양오염정화를 완료해야 하지만 두차례 연장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미 B구역의 정화기간을 올해 말까지 한차례 연장했다. 한번 더 연장을 해도 2023년 12월까지 정화작업을 마무리해야한다.
조병창 병원 건물을 존치할 경우 토양오염정화기간은 최소 2~3년 더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법정 토양오염정화기간을 넘기는 셈이다.
이에 국방부는 시민이 동의하고 시가 원한다면 캠프마켓 B구역을 위해성 평가 대상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캠프마켓 B구역이 정화곤란 토지로 지정되면 법정 토양오염정화기간에 제한이 없어진다.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 기술 확보… “시, 보존에 적극 나서야”
김형회 인천부평평화복지연대 대표는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을 단순히 비용 문제로 접근할 순 없다. 이 건물은 일제의 침략 전쟁 역사를 증명하는 공간이다”며 “캠프마켓 조성사업 사업비는 1조1278억원이고 사업기간은 2030년까지다. 정화비용 50억원이 추가로 들어도 이는 사업비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부에 질의했을 때 국방부는 인천시와 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 후 토양정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시가 시공업체에 의뢰한 결과 병원건물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근대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정화비용 등은 국가가 부담해야한다. 국회의원과 인천시 등이 발벗고 나서면 역사를 보존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정치인들은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역사 보존 논리를 무력화했다”며 “그러나 현재 시민안전을 보장하고 문화유산을 같이 보존할 수 있는 기술 방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시가 공론화를 진행한다면 민민갈등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적인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품격있는 역사문화생태공원을 만들기 위한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부평 캠프마켓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후세들에게 평가받을 사안이다. 시는 긴 안목을 토대로 역사적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 민원과 현안에 휘둘리는 행정은 안된다”고 덧붙였다.
류제범 시 캠프마켓과장은 “역사 가치를 보존해야하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와 다른 의견도 많다”며 “의견을 나눠 상생 방안을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시가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서인 기자 incheontoday5@gmail.com
<2022-09-30> 인천투데이